[SS포토] 손흥민, 무조건 뚫는다!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4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세르비아와 평가전에서 상대 수비수를 제치며 슛 찬스를 노리고있다. 2017.11.14. 울산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울산=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14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세르비아전에서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콜롬비아 승리 방정식’의 기본 골격을 유지했다. 하지만 유럽 특유의 높이와 힘을 겸비한 세르비아를 상대로 콜롬비아전에 비해 선발 5명을 교체하면서 맞춤식 부분 전술을 가미했다. 콜롬비아전 승리로 자신감을 되찾은 태극전사들이 전술적으로 응용력을 기르면서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쌓도록 했다. 연승 행진을 이어가진 못했으나 1-1 무승부로 ‘지지 않는 경기’를 해내면서 절반의 성공이 됐다.

◇손흥민 중심 ‘변형 투톱’…완성도는 떨어졌다

신 감독은 콜롬비아전 신승을 이끈 4-4-2 포메이션을 겉으로는 유지했으나 ‘변형 투톱’을 가동했다. 경기 상황에 따라 4-2-3-1, 4-4-1-1을 오가면서 상대 수비를 분산하는 데 주력했다. 그 중심엔 구자철이 있었다. 콜롬비아전에서는 손흥민, 이근호가 전형적인 투톱의 움직임을 뽐냈다. 손흥민이 페널티박스에서 중심을 잡고 이근호가 중앙~측면을 오가면서 기회를 주고받았다. 콜롬비아전 선제골도 이근호의 오른발 크로스에서 시작돼 손흥민의 마무리로 이어졌다.

하지만 신 감독은 빠르고 개인 전술이 좋은 남미 선수와 다르게 힘과 높이를 지닌 세르비아를 상대해선 이근호 대신 구자철 카드를 꺼내들었다. 투톱의 교과서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손흥민이 원톱처럼 올라갔고 구자철은 공격형 미드필더, 때론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오는 등 위치 변화가 잦았다. 좌우 측면 이재성과 권창훈이 구자철의 위치 변화에 따라 세르비아 중앙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변형 투톱은 선수간의 약속한 움직임과 경기 중 임기응변이 절묘하게 이뤄져야 효력을 볼 수 있다. 조직적으로 완성도를 갖출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변형 투톱을 완성하기엔 다소 부족했다. 더구나 세르비아는 중국전과 비교해서 5명이나 선발진을 바꿨지만 포백 수비는 4명 중 3명이 그대로 나왔다. A매치 100경기째를 치른 베테랑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가 중심을 잡았다. 한국의 공격 작업을 영리하게 저지했다.

마냥 효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전반 30분 문전에서 이재성~구자철~권창훈의 원터치 패스를 거쳐 손흥민이 공을 잡아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첫 유효슛을 때렸다. 7분 뒤엔 후방에서 패스를 받은 구자철이 2선 지역으로 내려와 잡아낸 뒤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들어간 손흥민에게 연결, 손흥민이 문전의 이재성에게 크로스를 연결해 득점 기회를 잡기도 했다. 우월한 신체 조건과 다르게 발이 느린 유럽 수비를 공략하는 변형 투톱의 효용성을 대변하는 장면이다. 후반 17분 이재성의 크로스 때 구자철이 재치있게 페널티킥을 얻어내 동점골로 연결하는 등 필드골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득점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SS포토] 신태용 감독, 선제골...씁쓸하네...
신태용 감독이 후반 선제골을 허용한 뒤 씁쓸한 표정을 보이며 벤치로 향하고있다.

◇세트피스+뒷공간…4-4-2 전형 시 수비 약점 확인

비아시아권 팀 상대로 4경기 연속 실점한 수비는 이날 역시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했다. 신 감독은 지난달 유럽 원정 2연전에서 변형 스리백의 한계를 실감한 뒤 콜롬비아, 세르비아전에서는 모두 포백으로 맞섰다. 그러나 콜롬비아전에서는 대인 방어에 허점을 보이면서 상대 세트피스에 흔들렸고, 프리킥 때 실점했다. 이날은 세트피스 뿐 아니라 4-4-2 포메이션에서 늘 언급되는 중앙 수비 뒷공간 문제를 실감했다. 4-4-2에선 좌우 풀백이 수시로 공격에 가담하므로 상대적으로 2명 중앙 수비가 측면으로 벌리면서 움직일 때가 많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이 내려와 포백을 보호한다. 하지만 조직적으로 커버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대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잦은 침투를 허용하고 역습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따른다. 세르비아는 초반부터 한국 중앙 수비 사이로 침투 패스를 넣었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가 예리하게 파고들어 슛을 때렸다, 위기를 무난하게 넘기는 듯했으나 후반 14분 역습 한 방에 당했다. 한국 좌우 풀백이 올라선 상황에서 세르비아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역습을 전개했다. 이때 중앙 수비수 김영권이 측면으로 이동해 따라붙었으나 세르비아가 세 번의 패스 연결을 통해 한국 문전으로 공을 배달했고, 아뎀 리아이치가 골로 연결했다.

월드컵 최종 예선 막바지 발굴한 ‘괴물 수비수’ 김민재가 부상으로 이번 대표팀에 빠진 것을 비롯해 올해 A매치 내내 한국 중앙 수비는 조합이 자주 바뀌고 있다. 신 감독으로서는 12월 동아시안컵서부터 중앙 수비에 대한 확실한 밑그림을 그리면서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갖추는 데 주력해야 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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