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김학범 광주 감독이 지난달 2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광주를 위해서 1부 잔류해도 떠나려고 했다.”

깜짝 사퇴 발언으로 축구 팬 사이에서 여러 억측이 난무했던 김학범(57) 광주FC 감독은 이같이 말하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처럼 광주는 모든 면에서 판 갈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19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사실 (감독직을 그만두는 건) 일찍 마음을 먹었던 일”이라며 “자진 사퇴에 대해 여러 말이 오가는 것 같은데 1부에 설령 잔류했다고 해도 지휘봉을 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했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전날 포항과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최종전을 마친 뒤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 8월 남기일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그는 최하위로 강등 벼랑 끝에 몰린 광주의 소방수로 나섰다. 짧은 기간에도 스리백을 중심으로 끈끈한 수비 조직력을 갖추면서 9월24일 강원FC전(1-1 무)을 시작으로 6경기 연속 무패(2승4무)를 달리면서 조금씩 최하위 탈출과 가까워졌다. 그러나 지난 4일 대구FC와 37라운드 원정에서 0-2로 패하면서 최종전 결과와 관계 없이 강등을 확정했다. 그럼에도 김학범 체제는 내년 2부에서 유지되리라고 여겼다. 단기간에 팀을 탈바꿈시킨 것에 광주 팬의 기대가 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내가 광주를 진단했을 때 결과는 선수단부터 확실하게 재편해야 한다”며 “특히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로 꾸려야 한다. 당장 내년에 승격을 못하더라도 유망한 선수들의 경쟁력을 쌓아서 천천히 올라온다면 더 건강하고 안정적인 팀으로 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팀에 남으면 (단기간에) 좋은 성적을 원하는 기대 수준이 커진다. 젊은 선수를 리딩하고 천천히 조언할 지도자가 와서 정말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게 좋다고 여겼다”고 했다. 실제 광주는 2015년 승격 이후 매 시즌 강등 사투를 벌였으나 코치진의 용병술과 베테랑 선수의 활약으로 버텨왔다. 지난해 정조국이 광주 유니폼을 입고 한 시즌 20골을 넣으며 MVP를 받는 등 맹활약하면서 1부 잔류에 큰 버팀목이 됐다. 그러나 올 시즌 정조국이 강원으로 이적한 뒤 최전방 무게감이 떨어졌고 강등까지 이어졌다. 지난 여름 북아일랜드 대표 출신 니얼 맥긴 등 또다시 긴급하게 경험 있는 선수를 영입했으나 효력이 미비했다.

김 감독은 급한 불을 끄려는 선수 영입보다 미래를 보고 광주가 더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구나 2부 강등으로 예산 등 살림살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김 감독은 “내가 팀을 떠나는 것을 두고 (일부 팬들이) 팀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아니냐는 등 오해가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나도 당연히 욕심을 냈다면 팀에 남았을 것이다. (사임 결심을) 광주를 위한 진정성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했다. 실제 김 감독은 사임 의사를 밝힌 뒤에도 팀에 남아 기영옥 광주 단장에게 내년 시즌 선수 재편 밑그림을 그리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그는 “오늘도 기 단장과 운동장에 나와서 선수 얘기를 했고, 조만간 신인 선수 테스트 등에도 참여해서 광주가 건강해지는 데 내 소임을 다한 뒤 떠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광주가 제대로 변하지 않으면 2부에 가서도 현재 문제점이 쳇바퀴 돌듯 지속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올 시즌 K리그 챌린지 8위에 그친 서울이랜드는 지난 17일 김병수 감독과 한만진 대표이사의 동반 사퇴를 발표했다. 올 초 김 감독과 3년 게약을 맺은 서울이랜드는 애초 내년에도 현 감독 체제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가 돌연 사퇴를 발표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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