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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가 남북전을 앞두고 3중고에 휩싸였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도쿄=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중국전은 사실상 패배였다. ‘신태용호’가 2년 4개월 만의 남·북대결에서 승리의 배수진을 치고 경기하게 됐다. 이번에도 승리를 낚지 못하면 지난 달 콜롬비아를 누르고, 세르비아와 비기면서 회복한 신뢰에 다시 금이 갈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태극전사들은 3가지 어려움 속에 12일 오후 4시30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북한전을 준비한다. 다른 해법이 없다. 납득할 만한 승리로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

◇후반 들어 움직임 저하…체력+컨디션이 떨어졌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우승과 사상 첫 2연패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1차전 승리를 통해 ‘공한증’을 상대에 다시 심어주고 지난 3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 맞대결 패배로 설욕할 셈이었다. 결과는 2-2 무승부였다. 전반 8분 먼저 실점한 뒤 10분 만에 두 골을 넣어 역전했으나 8개월 전 한·중전 결승골의 사나이 위다바오에 통한의 동점포를 얻어맞고 비겼다.

신태용호는 중국전에서 후반 체력과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전반전 한 골 차 리드가 아까울 정도로 맹공을 펼쳤는데, 이 때 3~4번째 골을 넣지 못한 것에 발목을 잡혔다. 후반 중반부터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해졌고, 결국 설마했던 동점포를 내줬다. 중국전 직후 신 감독과 선수들은 “몸이 무거웠다”는 말을 자주 했다. 결국 제 컨디션이 아니란 뜻인데 중국전 뒤 이틀의 시간 동안 얼마나 회복하는가가 선결 과제로 떠올랐다. 사실 이번 대회를 치르는 한·중·일 3개국 리그의 태극전사들은 피곤할 수밖에 없다. 1년 내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강행군을 소화, 몸이 비정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한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 북한, 일본 모두 시즌 직후여서 다들 체력적, 전술적 어려움을 안고 있다. 급격한 체력 및 집중력 저하가 북한전을 앞둔 ‘신태용호’의 최대 고민이다.

◇중국 2군과 무승부는 패배…싸늘한 비판 여론

중국은 선발 라인업에 22세 이하 젊은 선수들 6명을 집어넣었다. 경기 후 얼굴이 밝은 쪽은 당연히 중국이었다. 이번 대회는 한국이 우승해야 본전인 대회다. ‘신태용호’가 유럽파 5~6명을 제외하고 6개월 뒤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나갈 선수들을 대거 선발한 반면 러시아행이 좌절된 중국은 미래를 보고 어린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으며 일본은 10여명이 넘는 유럽파와 클럽 월드컵에 출전 중인 우라와 선수들이 빠져 2군이 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등 객관적인 전력이 한 수 아래인 팀이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에 두 골을 내주고 비겼으니 잠잠했던 여론이 비판을 쏟아내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이 9일 북한을 1-0으로 이겼기 때문에 한국은 남은 두 경기를 무조건 이겨야 자력으로 우승할 수 있다. 당장 ‘급한 불’인 북한전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서 싸늘한 여론과 팬들의 아쉬움을 이겨내야 하는 심리적 과제가 ‘신태용호’ 앞에 놓였다.

◇북한의 투지와 응원…만만히 볼 팀 아니다

3중고의 마지막은 북한의 투지와 그들을 향한 응원이다. 노르웨이 출신 요른 안데르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북한은 9일 일본에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고 졌지만 내용에선 오히려 일본보다 나았다는 극찬을 받았다. 4-1-4-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스트라이커 김유성과 왼쪽 날개 정일관, 오른쪽 날개 박명성 등이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잡았으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과 골결정력 부족으로 땅을 쳤다. 북한 선수들은 역사적 정치적 악연을 맺고 있는 일본과의 대결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 여기에 역습 때는 스피드와 패스워크를 겸비해 일본을 위협했다. 한국전 역시 남북대결의 의미가 있는 만큼 북한은 이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안데르센 감독은 “한국전에선 골을 넣고 싶다”고 했다. 북한의 재일교포 공격수 안병준은 “일본전은 내용이 좋았다. 다음 경기에선 결과도 얻고 싶다”고 했다.

일본전을 통해 본 북한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중국전 2-1 역전 뒤에 보여준 느슨한 움직임이 재현되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북측을 향한 응원 열기도 변수다. 9일 북한-일본전에선 일본 내 친북 교포단체인 조총련계 인사들과 조선 초·중·고·대학교 학생 등 2000여명이 몰려 조직적인 응원을 펼쳤다. 일본에서 열리는 첫 남자축구 남·북대결인 만큼 12일에도 이런 북측 응원단 열기가 재현될 전망이다. 반면 한국 응원단은 수십여명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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