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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이 지난달 15일 일본 지바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여자부 시상식 직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김정은 신년사와 남·북 고위급 회담을 통해 양측 교류의 문이 열리고 있다. 체육의 중요성이 바로 거기에 있다. 가장 건강하면서 부담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주제가 바로 체육인 것이다. 정치와 경제, 사회를 넘나든다. 지난달 동아시안컵에서 일본 정부가 북한 주민들의 입국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특별비자를 내줘 선수단을 받아들인 것은 체육의 중립성을 잘 증명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6월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시범단 방남을 반겼다. 문 대통령이 직접 무주에 내려가 ITF 시범단과 악수하고, 기념 촬영을 했다. 이어 평창 올림픽 북한 참가에 많은 신경을 썼고, 지금 성사 직전에 와 있다. 사실 북한 동계스포츠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선수와 임원을 합쳐 20여명에 불과하다. 북측은 여기에 고위급 인사는 물론 예술단과 응원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등을 붙여 메머드급 규모로 오기 위한 제안을 내밀었다.

태권도 시범단이 왔고, 평창 올림픽에 북측이 온다. 다음 수순은 어떻게 될까. 축구, 아마도 여자축구가 될 것이다. 태권도 시범단은 아무래도 경기가 아니란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한국이 올림픽을 4년 마다 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화해 분위기를 이어갈 매개가 필요한데, 양측이 모두 잘 하는 종목을 꼽는다면 축구와 탁구, 체조, 역도 등이 꼽힌다. 그 중에서도 여자축구 교류는 안성맞춤이란 생각이다.

지난해 평양을 직접 방문했을 때 본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의 열기와 대우는 상상 이상이었다. 여자축구대표팀의 아시안게임 및 동아시안컵 우승 때 김정은이 직접 환영하고, 주택을 선물로 주면서 ‘운동 잘하는 딸이 있으면 축구를 시킨다’는 북한 주민들이 적지 않아도 들었다. 대표팀은 고급 2층 버스를 타고 김일성 경기장에 도착하는 등 선수들에 대한 대우나 투자는 남측보다 낫다. 북한은 자신들이 지는 것을 굉장히 꺼려 한다. 지난달 동아시안컵 기간에 김광민 북한대표팀 감독은 “지난 4월 경기는 생각하기도 싫다”는 말을 10여 차례 한 적이 있다. 이는 당시 한국과 1-1로 비겨 홈에서 아시안컵 본선 티켓을 놓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대놓고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강원도가 도내 프로축구단 강원FC, 강원도립대 여자축구팀을 활용한 북한과의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에서 여자축구 교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평창 올림픽 뒤 지금의 화해 변수가 지속될 지는 미지수지만, 대한축구협회 등 축구계가 ‘포스트 평창’의 주도권을 쥐고 남·북 축구교류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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