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다 한국어 공부
포르투갈 전지훈련 중 한글 공부를 하던 울산현대 이적생 도요다 료헤이가 울산 관계자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슬쩍 미소짓고 있다. 제공 | 울산현대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매일 노트 들고 다니면서 한글 공부하더라고요.”

올겨울 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로 전격 이적한 일본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도요다 료헤이(33)는 ‘늦깎이 해외이적생’이다. 2010년 윤정환 감독이 이끈 사간 도스에 입단한 뒤 7시즌 연속으로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는 등 J리그 정상급 골잡이로 뛰었다. 2013년엔 일본 국가대표팀에 선발돼 동아시안컵에 참가했고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활약했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서른 중반에 다다르며 선수 황혼기를 보내는 그가 한국행을 선택한 건 일본 내에서도 화제였다. 도스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였으나 스스로 도전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이탈리아 출신 마시모 피카덴티 감독 체제에서 출전 시간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던 만큼 도요다는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을 품고 있다. 울산의 포르투갈 전지훈련에 참가 중인 그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팀에 융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해외로 적을 옮겼을 때 적응의 선제 조건은 언어다. 울산 관계자는 “나이도 있는 데 자기보다 어린 선수에게도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더라.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어서인지 매일 한글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을 마치면 방이나 호텔 로비에서 노트에 한글 적기에 바쁘다. 울산에 합류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인사 등은 마치 오래 전부터 한국에서 생활한 사람처럼 어색하지 않다고 한다. 이르게 한글을 깨우치게 된 원동력으로는 일본어에 능한 팀 동료가 다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함께 울산으로 넘어온 베테랑 수비수 박주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하기 전 J리그에서 3년을 지낸 적이 있다. 이밖에 조영철과 정동호 김성주 등도 J리그 경험자다. 도요다와 일본어로 소통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다. 특히 요코하마FC와 알비렉스 니가타, 오미야 아르디자 등 일본에서만 8시즌을 뛴 조영철은 도요다의 특급 도우미다. 외국인이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가 한국어다. 조영철은 능숙한 일본어로 도요다가 한글을 습득하는 데 누구보다 세세하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울산 관계자는 “도요다가 생각했던 것보다 유쾌하고 밝더라”며 “얼마 전 동료 앞에서 서로간의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바로 옆에 있던 김기영을 바라보더니 ‘코털이 삐져나왔다’며 평소 이야기해주고 싶었다고 말해 선수들이 빵 터졌다”고 웃었다.

도요다 조영철
포르투갈 전지훈련 중 한글 공부를 하던 울산현대 이적생 도요다 료헤이(왼쪽)가 과거 J리그를 경험한 팀 동료 조영철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 제공 | 울산현대

도요다 조영철1

언어 뿐 아니라 팀 전술적으로도 이르게 녹아들고 있다. 도요다는 초반 평가전에서 2경기 연속으로 골을 넣었다. 오스트리아 1부 마테르스부르크와 경기에서 골키퍼 키를 넘기는 재치 있는 슛으로 득점한 뒤 팔을 벌리며 세리머니를 펼쳤는데 김도훈 감독이 “적당히 하라”고 농담할 만큼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포르투갈 3부 올랴넨스와 경기에선 오르샤의 크로스를 골로 연결했다. 울산 관계자는 “감독이 전반만 뛰게 하려고 했는데 스스로 후반까지 뛰고 싶다고 하는 등 베테랑답게 템포를 조절하면서 팀에 빨리 적응하려는 모습”이라고 흐뭇해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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