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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U-23 축구 대표팀 감독과 선수단이 당민후이(오른쪽에서 세 번째) 주중 베트남 대사와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 | 디제이매니지먼트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박항서(59)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 감독은 당장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격려에도 몸을 낮추며 손사레를 쳤다. 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대표팀은 27일 중국에서 끝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했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조별리그 1승이 목표였던 약팀이 우승의 문턱까지 갔다. ‘박항서 매직’에 온 베트남이 열광하고 있다. 결승전 후 당민후이 베트남 주중대사가 박 감독을 만나 격려했다. 열기는 한국에서도 뜨겁다. 베트남이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에서 연장까지 접전 끝에 패하자 문 대통령은 SNS에 박 감독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은 “부임 3개월 만에 베트남을 아시아 정상권으로 끌어올린 박 감독 노고에 국민이 기뻐한다. 박수를 보낸다”라고 썼다. 이 소식을 접한 박 감독은 스포츠서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깜짝 놀랐다. 난 그 정도 사람이 아닌데 정말 부담스러우면서도 감사하다.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을 이렇게 격려해주시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 대한민국은 내 조국이다. 타지에 오니 더 애국자가 되는 것 같다. 대통령께서 직접 언급하시는 걸 보고 힘이 났다”라고 말했다.

아쉬운 준우승이다. 하필이면 결승 당일 폭설이 내려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베트남은 아열대 국가라 선수들 대부분이 눈을 제대로 본 적도 없다. 2013년 기상이변으로 폭설이 내린 적이 있지만 눈밭에서 공을 차본 선수를 찾기 어렵다. 박 감독은 “눈을 본 선수가 3명 정도밖에 없더라. 낯설고 힘든 환경이었다. 선수들이 계속되는 연장 승부에 체력적으로 어려웠을 텐데 끝까지 잘해줬다. 마지막 1분을 못 버틴 게 아쉽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후회는 없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과다. 토너먼트 라운드에서 만난 이라크나 카타르 모두 한 수 위 전력이었다. 박 감독은 “다음 라운드를 보지 않았다. 매 경기에 집중했다. 선수들에게도 그 점을 강조했다. 자꾸 올라가면 선수들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고 들뜰 수도 있다. 그래서 눈 앞의 한 경기만 보고 달렸다. 그러다보니 결승까지 갔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이 꼽은 이번 대회 성공의 원동력은 ‘소통’이다. 박 감독은 지난해 9월 베트남 사령탑에 올랐다. 팀을 이끈 기간이 길지 않았다. 조직력을 완벽하게 끌어올리기에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는 최대한 빨리 선수단을 하나로 묶기 위해 노력했다. 선수들뿐 아니라 감독, 코칭 스태프가 모두 ‘원팀’이 되려면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했다. 박 감독은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 이질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선수들이 감독이나 코치들을 편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팀이 하나가 될 수 없다. 일부러 선수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언어가 다르지만 선수들이 우리 마음을 이해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이영진 수석코치와 배명호 피지컬 코치 두 사람에게 공을 돌렸다. 자신만의 힘으로 이룬 성과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팀으로 잘 움직인 것 같다. 서로 의견이 다르면 논의하고 조율하면서 결정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제가 받고 있는데 사실 저보다는 우리 코치들 덕분이다.”

베트남 역사에 남을 성공에도 박 감독은 차분하다. 조별리그서 호주를 잡고 선수들에게 “취하지 말자”라고 말했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앞으로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당장 3월 아시안컵 예선이 있다. 베트남은 이미 본선행을 확정했지만 이번 대회와 달리 성인 대표팀을 이끌기 때문에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올해 11월에는 베트남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동남아시아 스즈키컵도 치러야 한다. 박 감독은 2월 중 휴식을 취할 예정이지만 베트남 축구에 대한 고민은 놓지 않을 전망이다. 박 감독은 “행복하고 좋지만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베트남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볼 텐데 계속 잘해야 한다. 성인 대표팀은 또 다르다. 아직 파악이 안 됐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연구하고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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