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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글·사진=이주상·이우석·황철훈기자] ‘죽음과도 바꿀만한 맛’. 시인이자 식도락가였던 중국의 소동파가 한 말이다. 그는 복어(황복)을 두고 이 말을 했다. 한 마리에 청산가리의 무려 1000배에 이르는 독성을 지닌 복어. 독성 부위(눈, 알, 내장, 간 등)를 먹고 신경이 마비돼 호흡곤란으로 사망, 매년 복어를 먹다가 죽은 이의 얘기가 신문지상을 오르내린다.
하지만 시내 곳곳에 복집이요 매년 이맘때면 복어 특선요리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간다.
왜 먹냐고? 맛있으니까. 한겨울에 제철을 맞은 생선은 많다. 이중 복어는 가장 고급스러운 어종으로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부드럽고 단단한 육질에 쫄깃하고 매끈한 껍질, 소프트아이스크림같은 이리(정소). 무엇하나 다른 생선과 비교할 수 없는 우월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특히 따끈한 국물은 배베 꼬인 속을 단번에 풀어내는 해장국으로 인기가 좋다.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맛보고 싶은 ‘생선 계의 팜므파탈’ 복어의 매력. 서울·수도권 복어맛집 4곳을 꼽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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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풍동 ‘서해복집’
=맛집들이 몰려 있기로 유명한 고양시 풍동의 ‘애니골’입구에 ‘서해복집’이 자리잡고 있다. 주차장에 꽉 찬 차들이 서해복집의 인기를 증명하 듯 식당은 늦은 저녁임에도 사람들로 꽉 찼다. 서해복집에서 다루는 복어는 활복인 밀복과 참복, 그리고 냉장인 청복 등이다. 기름기 하나 없이 바글바글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끓는 소리가 혀를 네두르게 만든다. 단백질이 많고 껍질은 콜라겐이 주성분이어서 피부는 물론 노화방지에 으뜸인 것이 복어다.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영양식이다. 요즘은 겨울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밀복이 인기메뉴다. 식당 한 켠에 위치한 대형 수족관에는 많은 복어들이 숨을 내쉬며 물속을 활기차게 헤치고 다녔다.
제일 착한(?) 가격이 1만7000원 짜리 점심 특선 메뉴다. 참복지리·참복매운탕이다. 하루에 40여 명 손님만 받을 정도로 제한을 둔다. 신선하고 맛있는 고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장님의 생각 때문이다. 매일 새벽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살아있는 자연복어와 양식복어를 구매한다. 당진에서 7년 동안 같은 업종에서 일하며 인지도를 쌓은 서해복집의 주인 신해균 씨는 “3년 전에 고양으로 왔다. 유동인구는 적지만 맛에는 자신이 있어서 이곳에 문을 열었다”며 “우리 가게의 장점은 하루에 필요한 만큼만 조리하는 것이다. 항상 복이 신선하고 맛있다”며 자랑했다.
★가격=참복지리.매운탕(점심특선) 1만7000원, 참복 즉석 활어 지리·매운탕 3만9000원, 자연산 참복수육 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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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다동 ‘철철복집’=
서울 중구 다동 골목에 자리한 철철복집은 누구나 아는 서울 대표 복어 맛집이다. 40년 전통을 자랑한다. 이름난 노포들이 즐비한 다동 골목에서 복 요리 하나로 명성을 이어왔다. 오랜 세월을 입증이라도 하듯 외관과 실내는 허름하다. 좁은 입구와는 달리 실내는 제법 널찍한 홀과 단체 손님을 받을 수 있는 방도 있다.
이 집의 대표요리는 복지리(맑은탕)와 복매운탕 그리고 복불고기와 복고니구이다.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인 복지리는 커다란 냄비에 손질된 복과 콩나물을 넣고 그 위에 향긋한 미나리를 올려 끓여낸다. 미나리는 살짝 데쳐서 먹여야 맛이 좋다. 너무 오래 삶으면 향도 식감도 모두 잃기 때문이다. 삶을수록 흐물흐물해지는 다른 생선과 달리 복어살은 닭고기처럼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뽀얗게 우러난 국물은 미나리 향이 깊게 배었다.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은 과음 후 속풀이로 제격이다. 감칠맛까지 더해진 국물은 속을 어루만지듯 편안하게 해준다.
이 집은 복불고기도 유명하다. 빨간 고추양념에 재운 복불고기는 숯불을 피워 석쇠에 구워낸다. 치아에 닿는 느낌은 씹을수록 쫄깃하고 뒷맛까지 느끼하지 않다. 참숯 향이 깊게 밴 복불고기는 쫄깃한 식감과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진 마성의 맛이다.
★가격=복매운탕·복지리 2만4000원, 복불고기·복소금구이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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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 ‘부환복집’=
영등포 김안과 뒷골목에 자리한 ‘부환복집’은 자그마치 반백 년 전통을 자랑한다. 긴 전통만큼이나 식당 규모도 남다르다. 2층 건물을 통째로 쓴다. 이 집의 대표메뉴는 특허까지 받은 ‘복갈비’다. 복갈비는 국물이 자박자박한 서울식 불고기처럼 불판 위에 육수와 미나리, 부추, 팽이버섯을 올리고 양념된 복갈비를 구워먹는 방식이다. 그런데 육수가 특이하다. 복어를 껍질째 푹 고아서 만든 육수로 곤약이나 청포묵처럼 생겼다. 묵처럼 생긴 육수는 불판위에서 얼음 녹듯 사라져 진한 육수가 된다. 진한 육수와 함께 구워낸 복갈비는 쫄깃한 식감에 진하고 깊은 육수가 더해져 그야말로 예술이다. 다만 가격이 부담스러울 뿐.
이 집의 복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1만5000원)으로 많은 사람에게 인기다. 공깃밥이 포함된 복지리(맑은탕)라 생각하면 된다. 식전에 참기름으로 고소하게 무쳐낸 복어껍질 무침과 바삭한 맛이 일품인 복어 튀김도 준다. 일명 애피타이저 격이다. 이것저것 다 따져 보니 1만5000원이라는 가격이 더욱 저렴하게 느껴진다.
★가격=복국 1만5000원, 복매운탕·복지리 2만5000원, 복갈비 (대)10만원·(중)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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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 ‘현복집’=
세계에서 가장 복어를 즐긴다는 일본. 압구정동 현복집은 일식 복어요리집이다. 오사카와 교토에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겐핀후구(玄品ふぐ)의 한국 분점이다. 깔끔한 코스요리로 다양한 복어요리를 맛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활복 전문점으로 자주복과 까치복 등 참복을 매일 받아 수조에 놓고 주문 즉시 조리에 들어간다. 복어만 15년을 요리한 조리장이 집중해 ‘제독(독성 부위와 비독성 부위를 나누는 일)’ 작업을 한 후 조리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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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가 비칠만큼 얇게 뜬 복어 회와 껍질 샐러드, 복어 가라아게(튀김), 껍질튀김, 구운 이리, 복어 맑은탕(지리) 등을 차례로 낸다. 쫄깃쫄깃한 자주복 껍질을 채썰어 영귤로 상큼한 맛을 낸 샐러드가 입맛을 돋운 후, 쫄깃한 회를 먹고나면 혓바닥이 황홀할 정도로 입맛이 살아난다. 부드러운 이리 구이를 떠먹고 이어서 맥주와 딱 어울리는 튀김류를 즐긴 후 맑은탕으로 마무리를 하거나 복불고기에 사케 한잔을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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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 복 맑은탕은 솥이 아닌 종이에 끓여내는 것이 특징이다. 싱싱한 채소와 두툼한 살을 넣고 팔팔 끓여낸 후 국물을 마시면 시원하고 고소한 맛이 좋다.
★참복 풀코스A(껍질, 회, 탕, 죽) 8만8000원, B(껍질, 회, 탕, 구이, 튀김, 죽)13만2000원. 참복 맑은탕(매운탕)4만4000원, 복불고기 5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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