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 인턴기자] 개그우먼 송은이가 방송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최근 제작자로 변신해 예능 판도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기존 콘텐츠의 정형화된 프레임을 벗어나 대중의 마음을 투시한 송은이의 발상이 통했다.
송은이는 김숙과 함께 2015년 콘텐츠를 기획하는 제작사인 '콘텐츠랩 비보'를 설립하고 모바일 방송국 '비보티비(VIVO TV)'를 개국했다. 그는 '비보티비'에서 웹 예능 프로그램인 '판벌려-이번 판은 춤판'(이하 '판벌려')도 탄생시켰다. 최근 뜨거운 화제로 떠오른 셀럽파이브는 '판벌려'에서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으로 제작자로서 송은이의 역량을 발휘한 결과물이다.
셀럽파이브는 송은이를 비롯해 신봉선, 김신영, 안영미, 김영희로 결성됐으며 지난달 17일 MBC 에브리원, MBC뮤직 음악 프로그램 '쇼 챔피언'에서 첫 무대를 선보였다. 화려한 복고풍 스타일 의상을 입고 등장한 이들은 칼군무를 선보였고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셀럽파이브 멤버들은 보통의 다른 걸그룹들처럼 예쁜 표정을 짓지 않았다. 특유의 비장하면서도 코믹한 표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길을 뗄 수 없게 했다. 마이크는 아예 들고 나오지도 않았다. 1980년대 클럽 댄스곡 '잇 유 업(Eat You Up)'을 번안한 타이틀곡 '셀럽파이브(셀럽이 되고 싶어)'에 맞춰 열심히 춤을 출 뿐이다.
이처럼 신선하고 파격적인 무대는 셀럽파이브라는 다섯 글자를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 순위에 자리하게 했고,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무려 100만회 돌파라는 결과를 낳았다.
앞서도 송은이는 2015년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 보장'(이하 '비밀 보장')을 제작한 바 있다. '비밀 보장'은 입소문을 타며 애청자들을 끌어모았고 화제의 프로그램으로 우뚝 섰다. 또한 '비밀 보장'을 통해 송은이와 김숙이 보여준 완벽한 케미는 SBS 라디오 프로그램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의 탄생에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또한 지난해 김생민을 대세로 떠오르게 만든 '김생민의 영수증'도 송은이가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그렇게 송은이는 자신이 기획한 '비밀보장', '김생민의 영수증', '셀럽파이브'를 흥행시키며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리고 있다.
1993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방송을 시작한 그는 데뷔 초부터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왔다. 1994년 영화 '티라노의 발톱'에 조연으로 등장해 유재석, 김수용, 지석진 등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1995년 개그 프로그램 '코미디 세상만사'에 출연해 재능을 뽐냈고 1998년 시트콤 '행진', '나 어때', '순풍산부인과'에도 등장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당대 청춘 스타인 송혜교, 조여정, 최강희 등과 풋풋한 연기를 선보였다.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던 송은이는 가수에도 도전했다. 그는 2000년 정규 1집 '이매진(IMAGINE)'을 발표해 타이틀곡 '상상'으로 활동했다. 사실 송은이에게는 개그우먼이라는 꿈도 있었지만 가수에도 뜻이 있었다. 그는 데뷔 전인 1991년 MBC '강변가요제'에 '그냥 날 내버려 둬'라는 곡으로 참가한 바 있다.
송은이는 2001년 예능프로그램 '이유 있는 밤',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 '스타 집현전', '목표 달성 토요일' 등에 출연하며 예능인으로 빛을 냈다. 2003년 '진실게임'에서는 유재석과 MC와 고정 패널로 다시금 호흡을 맞추며 찰떡궁합을 선보였다. '진실게임'에서 선보인 송은이의 안정적인 진행 실력은 '여자 유재석'이라는 수식어를 갖게 했다. 그렇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갔지만 송은이 하면 떠오르게 만드는 대표작은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달렸고 2007년 마침내 대표작을 만나게 된다.
바로 신봉선, 황보, 정시아, 백보람, 김신영 등과 활약했던 예능 프로그램 '무한걸스'다. 송은이는 '무한걸스' 시즌 1과 시즌 3에서 메인 MC로 활약하며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았고, 든든한 맏언니 역할도 십분 해내며 멤버들을 이끌었다. 차력쇼, 해병대 도전, 콩트 등을 선보이며 망가짐도 불사했다. 송은이는 '무한걸스'가 현재까지 여성 예능프로그램의 대표작으로 회자되는데 일조했다.
또한 2008년 '일요일이 좋다-골드미스가 간다', '있다! 없다?'를 통해서도 발군의 활약을 펼쳤고 같은 해 SBS 연예대상에서 예능 부문 베스트 팀워크상, 실험정신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안았다. 송은이는 2009년 뮤지컬 '샤우트'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 성공적인 신고식도 치렀다. 본업인 개그우먼으로 활약하면서도 가수, 뮤지컬 배우로까지 가지를 뻗어나가며 만능 엔터테이너임을 입증했다.
그 후 '청담동 111', '별 바라기', '난생처음' 등에 출연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갔고 지난해 '님과 함께 시즌 2-최고의 사랑'을 통해서는 김영철과 가상 부부로 활약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데뷔 25년 만에 처음으로 출연한 관찰 예능프로그램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송은이의 입증된 진행 실력은 교양 프로그램 MC 발탁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힐링의 품격', '고향을 부탁해'에 이어 지난달부터는 '하하랜드 2'에서 MC로 활약 중이다.
송은이가 그동안 방송인으로서 보인 모습은 풍부한 끼 만큼이나 다채로웠지만, 한가지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 그의 활약은 화려하게 반짝이기보다는 무던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보다 주변 동료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조력했다.
이처럼 주연보다 조연에 가까웠던 송은이였지만, 이젠 자신이 기획한 콘텐츠를 줄줄이 대박을 터뜨리며 '단독 주연'으로 조명 받고 있다. 26년간 예능인으로서 쌓은 내공을 자유롭게 발휘하고 있는 송은이. 그의 진짜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ㅣ스포츠서울 DB,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Mnet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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