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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프로에서의 경험과 성과, 나름의 축구 철학, 여기에 자신감까지….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은 23세 이하(U-23) 대표팀 새 감독 선임 기준으로 여러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먼저 프로 클럽 경험이다. K리그에서 팀을 이끌며 성과를 낸 경력이 필요하다. K리그는 물론이고 단기 대회인 토너먼트에서 결과를 낸 사령탑은 좋은 점수를 받는다. 아시안게임, 올림픽을 목표로 뛰는 만큼 국제 대회 경험도 있어야 한다. 뚜렷한 지도 철학도 요구한다. 자신만의 색깔로 팀을 만드는 노하우가 있어야 짧은 시간 내에 조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부분도 본다. 자신감, 애국심, 희생정신, 열정도 평가에 포함된다. 김 위원장은 이 조건들을 바탕으로 후보 3~4명을 엄선해 검토한 후 선임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까다로운 조건이다. 국내 감독들 중 이 정도 커리어를 가진 지도자는 많지 않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현역 K리그 감독은 후보에서 제외하겠다고 못박았다. K리그 개막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라 상도에 어긋난다는 생각이다. 결국 무직 상태인 감독을 찾아야 한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이다. 최 감독은 앞서 열거한 조건들에 모두 부합한다. 서울에서 K리그(2012년)와 FA컵(2015년) 정상에 섰다. 장기, 단기 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선 경력이 있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경험도 풍부하다. 우승하진 못했지만 2013년 준우승을 이끌었다. 철학도 확실하다. 선수 관리에도 능숙하다. 스타들이 많은 서울에서도 ‘밀당’ 리더십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실용적이고 성과를 내는 축구를 한다. 상대 스타일에 따라 스리백 같은 전술도 유연하게 구사한다. 국내 감독들 중 가장 자신감이 넘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늘 여유롭운 태도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최 감독은 야인이 된 지 반 년이 넘었다. 무직 생활이 길어지는 건 본인에게도 좋지 않다. 다만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자리의 무게가 그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할 시간은 6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시간이 부족한데 아예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이번 대표팀은 와일드카드로 합류할 가능성이 큰 손흥민의 병역 문제로 인해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감독 입장에서는 짐이 되는 부분이다. 자칫 결과가 나쁘면 감독 커리어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에게 올림픽까지 맡겠다고 했지만 그것도 100% 보장된 것은 아니다. 과정,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도중 하차할 수 있다. 아직 젊은 그에게는 여러모로 위험요소가 있는 자리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김학범 전 광주FC 감독이 후보가 될 수 있다. 최 감독과 마찬가지로 K리그, FA컵에서 챔피언에 오른 적이 있다. 2014년에는 강등권에 있던 성남FC 사령탑에 올라 FA컵 우승을 견인해 찬사를 받았다. 2015년에는 성남의 ACL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짧은 시간 내에 팀을 만드는 데 누구보다 능숙하다. 지금 U-23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지도력이기도 하다. 많이 뛰는 축구, 수비 조직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 등 색깔도 뚜렷하다. 비시즌에는 유럽이나 남미를 꾸준히 방문해 선진축구 흐름을 따라가려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 위원장이 꼽은 ‘현대축구에 대한 이해도’ 조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으로 쉽게 말하면 잃은 게 없는 입장이다. 최 감독과 달리 ‘위험한 자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김 위원장은 감독 선임 조건을 나열한 후 “큰 틀에서 봐주시길 바란다. 이러한 기조로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것이지 이게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변에서 나중에 발목 잡힐 수 있다고 걱정하는데 언론에서도 큰 그림을 먼저 생각해달라”라고 당부했다. 두 사람이 조건에 맞지만 다른 후보에게도 기회가 갈 여지는 있다. 김 위원장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보군을 3~4명으로 압축한 후 내부 검토를 통해 2월 내에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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