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토] 테르 모르스, 올림릭 신기록 세우며 빙속 1000m 우승
네덜란드 테르 모르스가 1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경기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경기를 마친 후 환호하고 있다. 2018. 2. 14강릉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강릉=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다소 성격이 다른 두 종목을 모두 잘 한다. 두 마리 토끼를 바라보고 평창 올림픽에 참가해 정상에 올랐다. 여자 알파인스키 슈퍼 대회전에서 깜짝 금메달 리스트가 된 체코의 에스터 레데츠카(23)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 금메달을 목에 건 네덜란드 여자 스케이터 요린 테르 모르스(29) 얘기다.

지난 17일 여자 알파인스키 슈퍼 대회전이 열린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선 이변이 일어났다. 세계 랭킹 중위권인 레데츠카가 금메달을 거머쥔 것이다. 미국의 린지 본, 이탈리아의 조한나 쉬나프, 스위스의 라라 구트 등 쟁쟁한 상위 랭커들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그는 자신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에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스키와 스노보드를 병행하는 레데츠카는 스키보다는 스노보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성적도 스노보드가 더 좋았다. 경기 후 레데츠카는 “스노보드를 더 잘 한다고 생각해왔다. 스키 선수들에게 무례한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말로 내가 스키에서 시상식에 참가할 줄은 몰랐다. 믿을 수 없다”고 놀라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스키 고글을 착용하고 나온 그는 “여기에 참석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다. 세리머니나 화장은 예상하지도 못했다. 내가 계속 1위에 있기에 전광판이 고장난 줄 알았다”고 웃었다. 두 종목을 병행한 것을 두고는 “내가 특별하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릴적부터 두 종목을 즐겼다. 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준비했다. 앞으로 4일 동안은 스노보드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역대 최초로 올림픽 스키와 스노보드 종목에 동시에 출전한 선수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도 메달을 수상하면 당연히 최초의 스키, 스노보드 메달리스트로도 이름을 올린다.

테르 모르스는 2014 소치 올림픽에서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병행한 최초의 여자 선수로 큰 관심을 받았다. 쇼트트랙 선수지만 신체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스피드 스케이팅 훈련도 꾸준히 했는데 오히려 주종목인 쇼트트랙보다 부종목인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소치 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1500m와 팀추월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반면 쇼트트랙 500m, 1000m, 1500m에선 노메달에 그쳤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2013년 별세한 아버지에게 메달을 바치는 감동 스토리를 전 세계에 선사하기도 했다.

이번 평창 올림픽서도 14일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으나 17일 쇼트트랙 1500m 결승전에선 5위에 머물렀다. 18일엔 다시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 출전한다. 테르 모르스는 쇼트트랙 1500m 결승전을 치른 후 “이번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모두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쇼트트랙에서 메달을 수상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내 자신에게 만족한다. 내 쇼트트랙 커리어에서 가장 좋은 경기를 했다. 성격과 접근법이 다른 두 종목이지만 둘 다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계올림픽을 넘어 하계올림픽에서 재대결을 다짐한 선수들도 있다. 지난 14일 남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명승부를 펼친 미국의 숀 화이트(32)와 일본의 히라노 아유무(20)는 2020 도쿄 올림픽 스케이드보드에서 다시 맞붙을 전망이다. 평창올림픽 금메달은 역전 우승을 달성한 화이트의 몫이었으나 아유무는 2년 뒤 홈에서 열리는 무대에서 복수를 노린다. 역대 동계와 하계 올림픽에 모두 도전한 선수들이 130명이 넘지만 동계와 하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모두 따낸 이는 미국의 에디 이건 뿐이다. 이건은 1920년 앤트워프 하계 올림픽 복싱 라이트 헤비웨이트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고 1932년 레이크플래시드 동계 올림픽 4인 봅슬레이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독의 크리스타 루딩은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7개월 후 서울 하계올림픽에 사이클 선수로 출전해 은메달을 따냈다. 동·하계 올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따낸 최초의 여자 선수이자 같은 해 동·하계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유일한 선수로 남아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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