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이상화, \'압박감 부담감 없어지면서 울컥\'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상화가 19일 오후 강릉 올림픽파크 내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 2. 19.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강릉=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알람 7개를 다 끄고 살 수 있다.”

이 한 마디에서 올림픽 3회 연속 메달리스트의 삶이 묻어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이상화는 19일 강릉올림픽파크 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 획득 스토리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코리아하우스에 들어올 때부터 많은 인파들의 박수와 함성을 받았다. 이상화는 2022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묻는 질문에 “아직 확답을 못 드리겠다. 경기가 어제 끝났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능력이 되면 1~2년 더 선수 생활하고 싶은 의사는 내비쳤다. 그는 “알람이 7개 정도 맞춰져 있는데 다 끄고,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 알람은 어제부터 껐다”며 웃었다.

-경기 마친 소감은.

4년을 기다려서 평창까지 오게 됐다. 결과는 은메달이지만 지금 홀가분하다.

-마지막 올림픽이란 얘기가 나왔다. 베이징 올림픽 도전 여부는.

아직 확답은 못 드린다. 경기가 어제 끝났다. 다 내려놓고 편히 쉬고 싶다. 먼 얘기인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얘기드리겠다.

-경기 직후 감정과 지금 감정은 어떻게 다른가.

경기 전부터 올림픽이 끝나면 어떨까한 생각을 많이 했고, 울컥했다. 지금도 울컥하다. 똑같이 눈물 흘릴 것 같다.

-금메달리스트 고다이라 나오와 인연이 화제가 됐다.

나나 나오나 올림픽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얘기할 시간이 없었고, 둘 다 예민했다. 얘기하기가 그랬다. 각자 시간이 있었는데 다 끝났으니 축하를 주고 받았던 것 같다.

-경기 뒤 펑펑 울었는데 눈물의 의미는 무엇인가.

처음엔 ‘끝났구나’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소치 올림픽 끝나고 4년이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이렇게 평창 올림픽이 순식간에 찾아올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압박감, 부담이 사라지면서 펑펑 울었다.

-쉬면서 어떤 것들을 하고 싶은가.

알람이 7개 정도 맞춰져 있는데 다 끄고,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고위 임원이 경기 당일 오전 9시에 이상화를 깨워 컨디션 망쳤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미 난 깨어 있었다. 그런 것 때문에 컨디셔닝을 망쳤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 당황스러웠다. 긴장감을 없애기 위해 방문하신 것 같은데 난 이미 일어나 있었다. 길게 설명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알람이 어떻게 맞춰져 있나.

새벽, 오전, 오후, 야간 이렇게요. 일어나는 시간, 낮잠 자는 시간, 일어나서 운동 나가는 시간, 또 낮잠 자는 시간… 이렇게요(웃음). 소치에서 기자회견할 때 “4년 뒤에도 금메달 딸 거죠”라고 누군가 묻길래 “4년 뒤엔 딸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 땐 세계기록도 세우고 그래서 스케이트 타는 게 쉬웠다. 이후 감각을 잃어버려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여기까지 올라온 과정 자체가 힘들었다고 생각되면서 울었던 것 같다.

-당신은 이미 레전드다란 네티즌 반응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는데.

지난해부터 은메달로 시작을 해서 은메달로 마무리를 했다. 은메달을 따면 약간 죄인이 된 기분을 많이 받았다. 어느 날 친구가 보내준 댓글을 봤는데 힘이 많이 됐다. 링크에도 응원 문구가 많았다. 작은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 그걸로 위안을 삼았다.

-오늘은 알람을 다 껐나.

알람은 어제 다 껐다. 난 나야란 해시태그는, 내가 나오와 굉장히 비교가 됐다. 나를 위한 메시지로 만들었다.나도 주변 의식하기 싫어 내 갈길을 가고 싶었던 것 같다.

-부모님이 처음 올림픽 경기장에 직접 오셨는데.

경기 직전 부모님 앉아계신 것을 봤다. 올림픽 처음 보신 것이다.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을 부모님과 봐서 행복했다.

-이승훈과 모태범 등 밴쿠버 3총사에게 들은 말은.

승훈이도 힘내라고 했고, 태범이는 떨지 말라고 했다. 난 떨린다고 답했다.

-받고 싶은 선물은. 가족 여행은 계획하고 있나.

은메달이 예뻐서 소장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캐나다에서 3년간 살게 됐는데 그 집에 있는 짐을 빼러 캐나다를 가야 한다. 엄마와 같이 갈 예정이다.

-고다이라 나오가 올림픽 신기록을 깨트렸는데.

올림픽 신기록은 깨질 것으로 생각했다. 링크가 소치보다 좋다. 나도 36초 후반대를 생각하고 있었다. 세계신기록도 먼 훗날에 깨질 것이니까 미련은 없다. 세계신기록, 올림픽신기록을 세웠다는 것으로 자랑스럽다.

-김연아와 연락했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이제 편히 내려놓고 푹 쉬고 곧 만나자고 했다.

-선수 생활에 미련이 있다는 뜻인가.

능력 있으면 올림픽 아니어도 1~2년 더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아직 올림픽은 생각하지 않았다. 난 미래보다는 다가올 것을 생각한다. 나중에 결정하고 싶다.

-문자메시지는 얼마나 받았다. 어제 영상은 다시 봤는가.

문자메시지는 1000개 넘게 왔다. 경기 영상은 보질 않았다. 마지막 코너에서 실수가 있어서였다. 먼 훗날 진정이 되면 볼 것 같다.

-대회 전 스스로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도 100점이다. 월드컵이 아니라 올림픽이 목표였다. 컨디션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스스로에게 100점을 주고 싶었다.

-1~2년간 더 즐겁게 스케이팅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소치 올림픽 이후엔 우리나라 올림픽이어서 더 힘들었다. 이번엔 재미있게 할 것 같다.

-재미있는 스케이팅은 무슨 뜻인가.

예전엔 성적 압박을 받았다면 이번엔 상관 없이 즐기겠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다. 난 한국 스프린터에서 이런 선수가 있었구나로 남고 싶다. 남았죠, 뭐(웃음).

-선수촌 생활은 어땠나.

올림픽 느낌을 못 받았다. 아파트에 살았고, 우리 집 같았다. 밖에 나가면 한국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올림픽에 대한 부담은 느끼지 못했다. 준비하기가 수월했던 것 같다.

-3~4코너 돌 때 실수가 있다고 했는데.

너무 빨라서 마지막 코너 들어갈 때부터 실수가 있었고, 코너를 매끄럽게 돌지 못했다. 너무 빠르다고 느꼈다. 아쉽죠, 뭐.

-15조 아웃코스를 배정받았을 때 심정은.

마지막 조(16조)에서 타지 않기를 바랐다. 인코스와 아웃코스 연습을 모두 해서 상관 없었다. 다만 나오가 내 앞 조(14조)에서 타는 게 부담이 됐다. 그런데 함성 소리가 너무 커서 듣질 못하다보니 초반에 빠르게 탈 수 있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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