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최민지기자] "이제 음악은 하나의 삶이 되어버렸어요."


빈말이 아니었다. 2일 공개된 그룹 방탄소년단 제이홉의 첫 믹스테이프 '호프 월드(Hope World)'에는 긴 시간 자신의 음악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한 흔적과 깊어진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번 믹스테이프는 총 7개의 트랙으로 구성됐다. 'Hope World'부터 'P.O.P(피스 오브 피스, Piece Of Peace) pt.1', '백일몽(Daydream)', '베이스 라인(Base Line)', '항상(HANGSANG) Feat. Supreme Boi', '에어플레인(Airplane)', '블루 사이드(Blue Side)'까지 제이홉만의 색깔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음악들이다.


1년이란 긴 시간 공들인 결과물이다. 앞서 RM과 슈가가 믹스테이프를 발매해 호평을 들었고, 방탄소년단의 위상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제이홉 믹스테이프를 향한 주변의 기대도 높아졌던 것이 사실. 그러나 제이홉은 그 부담을 이겨냈고, 높은 퀄리티의 음악과 함께 믹스테이프 그 이상의 의미를 더했다.


▲ 제이홉의 음악적 성장과 첫 '명함'


제이홉이 가수의 꿈을 키운 건 '춤'이 시작이었다. 이는 '윙스(WINGS)' 앨범 속 그의 솔로곡 '마마(MAMA)' 가사에도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데뷔 이후 춤뿐만 아니라 랩 메이킹, 작사, 작곡 등 스펙트럼을 넓혔고, 직접 프로듀싱에도 참여하며 음악적 성장을 보여왔다.


믹스테이프 역시 그 성장 과정의 일부분이다. 제이홉은 이날 믹스테이프가 공개된 후 포털사이트 네이버 'V LIVE'를 통해 작업 비하인드를 전하며 이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춤으로 시작했고, 음악을 몸으로 표현해왔던 내가 RM, 슈가 형, 슈프림 보이 등 주위 사람들 덕분에 많이 배우면서 음악을 사랑하게 됐다. 민망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제 음악은 하나의 삶이 돼버렸다. 그 열정을 바탕으로 내 이야기를 담은 음악을 빨리 들려드리고 싶었다"고 믹스테이프를 낸 이유를 전했다.


그렇게 탄생한 'Hope World'는 제이홉 음악의 첫 '명함'이 됐다. 본인의 있는 그대로 모습과 그동안 느끼고 생각한 솔직한 감정들을 가감 없이 담았다. 동명의 1번 트랙 곡이 제이홉의 색깔을 강하게 띠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는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라는 소설 한 부분을 모티브로 삼아 만들었다"며 "제 음악 인생의 첫 명함이 될 곡이다. 제이홉이란 사람이 누구인지 보여드리기 위해서 썼던 트랙"이라고 설명했다.


▲ 기존 믹스테이프의 틀을 벗어나다


믹스테이프는 기존의 비트에 새롭게 랩 가사를 써서 녹음한 앨범으로서 무료로 배포되는 것이 보통이다. 비상업적 목적으로 제작되고, 심의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거친 표현들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제이홉의 믹스테이프는 기존의 이런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향을 추구했다.


일단 기존의 잘 알려진 트랙이나 비트를 사용하지 않았고, 직접 트랙을 쓰거나 곡을 받아 하나의 앨범을 만드는 형식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제이홉은 "사실 작업하면서 기존 트랙으로 담아볼까 생각도 정말 많이 했다. 그러나 팀의 위치와 위상이 높아진 만큼 듣는 사람들도 많아져 많은 분께 완성도 있고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밝혔다.


러프하지 않은, 음악으로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은 제이홉의 진심과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2번 트랙 'P.O.P (Piece Of Peace) pt.1'은 용기와 힘을 주는 평화의 한 조각이 되고 싶다는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그는 "음악으로서 여러분을 대변하고 위로해주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서 이 트랙을 작업했다"며 스스로에게도 의미가 큰 곡으로 꼽았다.


▲ 방탄소년단의 제이홉이자 정호석


이번 믹스테이프에는 평범한 '정호석'으로서의 모습과 방탄소년단 '제이홉'으로서의 모습이 공존한다. 타이틀곡 '백일몽'에서는 공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평범한 정호석으로 돌아가 경험하고 싶은 여러 꿈들을 상상해 표현했다. 그는 이를 제이홉의 그림자를 표현한 곡이라 설명했다. 그만큼 주제만 보면 무거울 수 있지만, 하우스 템포로 신나게 주제를 풀어내며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제이홉에게 방탄소년단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도 음악 곳곳에 녹아있다. 그는 방탄소년단과 고생했던 시간을 지나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성공한 스웨그를 담은 '항상'을 설명하며 "한 마디로 멋 좀 부려본 트랙이다. 난 진짜 우리 팀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몸담았던 곳이고, 시간을 쏟아부었고, 7명이 함께 오래 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애착을 드러냈다.


6번 트랙 'Airplane' 역시 방탄소년단으로서 성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비행기 한 번 타보는 게 소원이었던 광주의 소년이 이젠 비행기를 타고 원 없이 날고 있다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특히 이 곡에선 떼창이 나오는데 제이홉은 "멤버들과 함께하고 비행기도 같이 타며 투어를 다녔기 때문에 이 곡의 떼창만큼은 다 같이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부탁했다. 흔쾌히 수락해줘서 감동을 받았다"고 전해 의미를 더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만큼 그에 따른 폭발적인 반응도 뒤따르고 있다. '백일몽' 뮤직비디오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950만 뷰를 넘어서 1000만 뷰를 앞두고 있으며, 앨범은 오전 11시 기준 아이튠즈 미국, 영국, 캐나다, 브라질, 호주 등 전 세계 63개 국가 및 지역에서 '톱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Hope World'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방탄소년단으로서 또는 제이홉 개인으로서 그의 음악을 들려줄 기회는 많이 남아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변함없을 것 같다고 밝힌 만큼, 끝없는 고민과 연구를 통해 점점 더 성장해 가는 제이홉의 음악이, 또 동반 성장해갈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기대된다.


julym@sportsseoul.com


사진ㅣ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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