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반대시위
지난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백화점 부근에서 열린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반대집회’에서 한 주민이 ‘안전한 아파트에 살고 싶어요’라는 글씨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아이와 함께 시위에 나섰다. 제공|양천발전시민연대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놓고 정부와 재건축조합 간의 갈등이 강 대 강 맞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0일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발표하면서 서울 양천구, 강동구, 노원구, 마포구 등 총 4만여 세대 재건축 조합원들이 ‘비강남 차별저지 범국민대책본부(비 강남권 연대)’를 꾸리고 조직적인 대응에 나선 가운데 정부도 정면돌파로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행정예고 종료와 동시에 5일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시행한다고 밝혔고, 안전행정부도 지난달 말 각 구청이 ‘초치기 접수’한 안전진단 업체 선정 절차에 제동을 걸었다. 비 강남권 연대 측은 “주민들의 마음은 타들어 가는 심정이다. 비강남 지역 및 부산 등 타지역과 연계를 강화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목동시위
지난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백화점 부근에서 열린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반대집회’에서 목동 14개 단지 주민을 비롯해 마포구, 노원구 주민 1000여명이 모여 반대의사를 전했다. 제공 | 양천발전시민연대

◇비강남권연대 “재건축은 생명권 수호 위해 절실”

지난 3일 오후 3시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백화점 인근에서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에 반대하는 대규모 주민집회가 열렸다. 이번 정책에 최대 피해자로 꼽히는 목동신시가지 1~14단지(준공 1985~1988년) 2만6600세대 주민을 비롯해 인근 마포구 성산시영 주민, 멀리 노원구 상계주공 주민들도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 주최 측인 양천발전시민연대 측은 약 1000여명의 주민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웃끼리, 가족 단위로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 ‘강남만 살리고, 목동은 죽이냐?’, ‘안전한 아파트에 살고 싶어요’, ‘차는 언제까지 힘들게 밀어야 돼?’ 등 피켓을 들고 재건축 추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내진설계 미반영, 주차불편, 노후도 등 대다수 재건축 아파트의 문제를 안전진단 기준에 현실적으로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연대 측은 “(목동단지들은) 내진설계가 안돼 지진위험에 노출돼 있고, 다중 주차로 소방차 진입이 힘들다. 스프링클러 미설치로 대형화재의 위험에도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생명권 수호를 위해서도 재건축 허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과열의 진앙지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 대치, 서초구 반포 재건축단지의 안전진단이 대부분 완료된 시점에서 재건축 안전진단이 강화된 데 대해 ‘역차별’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연대 측은 앞서 지난달 26일 국토교통부를 항의 방문했고, 국토부는 행정예고 기간 동안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관련 정책을 업무일 기준 8일만에 시행하면서 비 강남권 연대 측에서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약 5000여세대가 소속된 강동구 재건축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강동구의 경우 예비안전진단을 마친 재건축 단지가 많은데 이 문제가 크다. 국토부에서는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모두 적용하겠다는 입장인데, 이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다. 오는 10일 삼익그린맨션(2400세대) 조합원들끼리 모여서 소송 등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목동 신시가지 7단지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자동차가 겹겹이 주차돼 있다. 1986년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어 주차난이 심각하다.  제공 | 양천발전시민연대

◇주거환경에 여론 수렴, 유예기간 없이 시행

앞서 지난 2월21일부터 3월2일까지 국민신문고 전자공청회에 게시된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 일부개정 고시안 행정예고’에는 총 1833건의 의견이 쏟아지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 중 반대가 1801건(98.2%), 찬성이 28건(1%)으로,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반대의사를 표시한 사람들은 ‘누수에, 균열에 주차대란, 한번 살아보고 이런 정책 내놓은건지요.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공감 또한 못합니다’, ‘어처구니없는 정책으로 서민들은 죽어 나가요. 강남 과천 다 지나가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재건축을 집값 잡기 수단으로 악용하지 말고 주거, 삶의 질 향상 시각에서 봐주길 바랍니다. 이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으로 경제적 이익은 많이 없습니다. 편향된 시각으로만 정책을 펴지 말기를 바랍니다’라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세부 조정안을 내놓았다. 바뀐 안전진단 평가에 따르면 구조안전성이 20%→50%로, 주거환경이 40%→15%로 가중치가 변경됐는데, 노후불량 정도가 심한 단지의 경우 세부 항목의 가중치를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거환경 항목은 세부적으로 9개로 구성되는데, ‘세대당 주차대수’, ‘소방활동의 용이성’을 합한 점수 비중을 현행 37.5%에서 5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주거환경 평가가 E등급을 받으면 다른 평가 없이 바로 재건축도 가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의견수렴 결과 생활 불편에 의견이 집중돼 주거환경 내부 조항을 개정키로 했다. 시행일 유예 의견도 많았으나, 제도 개선이 안전진단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인 만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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