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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토트넘-유벤투스전 전반 31분께다.
초반부터 기세를 올린 손흥민이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상대 오른쪽 수비수 안드레아 바르잘리와 충돌했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예리한 돌파와 슛을 뽐낸 손흥민과 힘겨루기를 지속한 그는 공중볼 경합 이후 착지 과정에서 오른발로 슬쩍 손흥민의 왼 무릎 부근을 밟았다.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보기엔 바르잘리는 손흥민의 무릎에 발이 닿은 뒤에도 슬쩍 한 번 더 누르는 행위를 했다.
하마터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본능적으로 오른발을 치켜들면서 방어적으로 나섰다. 바르잘리는 쓰러진 손흥민을 향해 오른손을 내밀면서 아무렇지 않게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주심은 이 장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대로 경기가 진행됐다. 뒤늦게 손흥민이 쓰러진 것을 확인했는데, 다행히 손흥민이 별다른 이상 없이 일어났다.
심리전으로 해석할 만했다. 전반 3분 만에 바르잘리를 헛다리 드리블로 완벽하게 벗겨낸 뒤 번개 같은 슛을 시도한 손흥민이다. 잔루이지 부폰 골키퍼 선방에 막혔으나 손흥민의 기세는 이어졌다. 전반 19분엔 예리한 헤딩 슛으로 또 한 번 부폰을 위협했다. 토트넘 공격은 손흥민의 왼쪽이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련한 바르잘리는 손흥민의 기를 꺾어야 했다. 충돌 과정에서 다소 눈에 보였다. 주심의 눈을 피해 교묘하게 손흥민의 신경을 건드린 것이다. 이전까지 2경기 4골을 넣으며 오름세를 탄 손흥민이라고 해도 상대 악질적인 행위에 위축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강했다. 7분 뒤 또 한 번 바르잘리 등 상대 수비수를 앞에두고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을 파고들었다. 헛다리 드리블에 이어 왼발 슛을 시도, 골문을 살짝 벗어나긴 했으나 다시 위협을 가했다. 그리고 1분 뒤 고대하던 선제골을 터뜨렸다. 키에런 트리피어의 오른쪽 크로스를 문전에서 밀어 넣었다. 코너 플래그를 향해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한 그의 포효가 어느 때보다 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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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잘리와 충돌 이후 소극적인 움직임을 펼치면 상대 의도대로 갈 뿐이었다. 이날 자신의 몸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손흥민은 공격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진격한 끝에 심리전도 이기고, 골 맛까지 봤다. 후반 11분에도 바르잘리와 또 거친 몸싸움을 벌였으나 끝까지 자신의 오름세를 유지했다. 그간 빅클럽을 상대로 약하다는 인상을 준 손흥민이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그것도 노련한 이탈리아 클럽 수비수를 상대로 값진 골을 만들어내면서 스스로 진화했음을 알렸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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