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김정태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스포츠서울 임홍규기자]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확정 짓는 주주총회를 10여일 남겨 놓고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의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발단은 최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하나금융 사장 시절, 지인 자녀의 하나은행 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이를 두고 금감원이 최 원장 지인 자녀의 채용 관련 비리 증거를 하나은행에 요구한 가운데 하나은행도 사실 확인에 나선 것을 알려졌다. 감독당국이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두 기관의 악연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흥식 원장, 지인 자녀 채용 관여 논란

최 원장은 하나금융 사장를 맡고 있던 2013년 하나은행 채용에 지원한 지인 아들의 이름을 은행 측에 전달한 것으로 최근 알려지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최 원장은 당시 인사담당자에게 채용 결과 발표 전 합격 여부를 알려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이에 대해 “채용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별도 안내 자료를 통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있을 때 외부에서 채용과 관련한 연락이 와서 단순히 이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인 아들의 이름을 인사 담당 임원에게 알린 것 자체가 ‘청탁’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면접 점수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되거나, 채용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데 기준 신설 등을 통해 부당하게 합격시킨 사례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당국-하나금융, 쌓이고 쌓이는 악연

주목되는 것은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작은 지난해 11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 원장이 번갈아 가며 지주사 CEO 연임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이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3연임을 노리던 김정태 회장 입장에서는 감독 당국 수장의 이같은 발언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하나금융 이사회는 회추위에서 김 회장을 제외하겠다면서도 “하나금융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후 하나금융은 제 갈길을 걸었다. 금감원이 올해 1월 하나금융 회추위에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구두와 서면으로 요청했지만, 회추위는 일정을 그대로 강행했다. 결국 회추위는 지난 1월 김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결정했다. 최 원장은 이에 대해 “(당국의) 권위를 인정 안 하는 것”이라면서 “감독 당국으로서 우리가 할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전반적인 모양새가 한때 하나금융에서 함께 일을 했던 직장 동료 간에 서로를 견제하며 갈등하는 양상이라는 점에서 최 원장과 김 회장이 구원이 많았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검사를 통해 하나은행에서 총 13건의 채용비리 의혹과 특별관리 지원자를 분류한 VIP 리스트 등을 확인해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행장실과 인사부를 압수수색을 하고 서버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崔-金의 전쟁, 승자없는 진흙탕 싸움 우려

이번 최 원장의 지인 아들 채용 관여 논란이 제기된 배경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의 대립이 꼽힌다. 그 배경으로는 최 원장이 하나금융 사장 시절, 지인 아들의 이름을 전달하는 정황 등은 하나은행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은 최근 2015∼2017년 채용실태 검사 땐 관련 자료가 모두 삭제됐고, 복구하기 어렵다던 하나은행에서 그보다 전인 2013년의 채용 관련 내용이 제기된 데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하나은행에 채용 비리 증거를 밝혀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김 회장의 연임 안을 의결하는 주총을 앞두고 스스로 논란을 만들 이유가 없다며 배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hong7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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