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신의현이 11일 평창군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열린 메달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있다. 평창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신의현이 11일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15㎞ 좌식 종목에서 42분 28초 9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며 동메달을 획득하고있다. 평창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평창=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한국 장애인노르딕스키 간판 신의현(37·창성건설)이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선물했다. 내친 김에 한국 동계 패럴림픽 사상 최초로 ‘멀티 메달’에 도전하게 됐다.

신의현은 11일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대회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15㎞ 좌식 종목에서 42분28초9로 동메달을 품었다. 이번 대회 한국의 첫 메달이자 역대 동계 패럴림픽에서 나온 한국의 세 번째 메달(은2, 동1)이다. 한국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장애인 알파인스키 한상민이 은메달,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휠체어 컬링이 은메달을 획득한 적이 있다.

신의현은 29명 출전 선수 중 28번째로 출발했다. 3.8㎞구간까지 10분54초3으로 5위를 달리다가 막판 12.99㎞ 구간에서 중국 쟁팽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혼신의 힘을 다한 끝에 값진 동빛 레이스로 마감했다. 우승은 41분37초0을 기록한 우크라이나 막심 야로비에게 돌아갔다.

어둠의 터널을 뚫고 이겨낸 인간 승리다. 지난 2006년 2월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절단한 그는 한동안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방황했다. 그러다가 “다리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며 아들 뒷바라지에 나선 어머니 이회갑 씨, 이듬해 만난 베트남 출신 아내 김희선 씨의 내조 속에서 조금씩 상처를 치유했다. 그러다가 지난 2009년 재활 차원에서 시작한 휠체어농구를 통해 스포츠의 재미를 느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휠체어 사이클 등을 두루 경험했다. 발군의 운동 능력을 자랑한 그는 3년 전 노르딕스키로 전환하면서 평창 패럴림픽의 유력 주자로 성장했다. 애초 크로스컨트리가 주 종목이었는데 내친 김에 바이애슬론까지 도전했다. 지난해 3월 평창 테스트 이벤트를 겸한 월드컵에서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에서 금, 은, 동메달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올림픽 직전 열린 지난달 핀란드 부오카티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월드컵에서 바이애슬론 남자 좌식 7.5㎞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더구나 이번 대회에서 노르딕스키 최강국인 러시아가 도핑 문제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의 징계를 받아 출전하지 못하면서 한국 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전날 첫 종목으로 열린 바이애슬론 7.5㎞ 좌식에선 5위에 그쳤다. 안방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이라는 부담에 짓눌려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비장애인 선수도 큰 대회에서 온전한 정신으로 임하기가 쉽지 않다. 여느 때와 다른 대회 분위기, 부담감 속에서 신의현은 첫 경기를 아쉽게 마쳐야 했다. 하지만 하루 뒤 주 종목인 크로스컨트리에서 마침내 첫 메달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신의현은 이번 대회에서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 각각 3종목씩 출전한다. 13일 바이애슬론 12.5㎞, 14일 크로스컨트리 1.1㎞ 스프린트, 16일 바이애슬론 15㎞, 17일 크로스컨트리 7.5㎞에서 또 한 번 메달을 노린다. 네 종목 모두 신의현은 강력한 메달 후보다. 첫 경기의 어려움을 뒤로 하고 동메달을 거머쥔 그는 내친 김에 사상 첫 멀티 메달 또는 금메달을 노리게 됐다.

전날 바이애슬론 경기 이후 어머니 이회갑씨와 포옹한 신의현. 평창 | 김용일기자

왼쪽부터 신의현의 아내 김희선 씨, 아들 병철, 아버지 신만균, 딸 은겸, 어머니 이회갑 씨.

신의현이 하루 만에 반전에 성공한 건 그의 노력과 더불어 가족들의 배려도 한몫했다. 전날 바이애슬론 경기를 마친 뒤 신의현은 자신의 경기를 처음으로 현장에서 관전한 어머니 이 씨와 만났을 때 눈물을 보였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에 “고맙고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 씨는 신의현을 만나기 전부터 취재진에게 “우리 아들 잘하지 않았느냐”며 연신 웃었다. 아들과 만났을 때도 “울긴 왜 울어”라며 따뜻하게 포옹했다. 그의 아내 김 씨도 “메달을 따든 못 따든 너무나 자랑스러운 남편”이라며 기적적으로 생존한 신의현의 출전 자체에 고마워했다. 가족의 따뜻한 기운을 품은 신의현이 하루 만에 메달로 보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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