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 힐만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제공 | SK 와이번스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SK은 에이스 김광현 복귀와 함께 올시즌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 구속 150㎞대의 빠른 공을 뿌리는 새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도 대박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올시즌을 마치고 재계약해야 하는 SK 트레이 힐만 감독의 자신감은 더 상승했다. 지난해 KBO리그와 SK 선수단 전반에 대한 파악을 완전히 끝마친 힐만 감독은 올해 깜짝 도약을 꿈꾸고 있다.

힐만 감독은 2016년 11월 취임식 당시 “SK가 2016년 시즌 많은 홈런을 터뜨린 것으로 안다. 다음 시즌에도 홈런포가 많이 터지길 바란다”며 웃었다. 그 바람은 현실이 됐다. 지난 시즌 SK는 팀홈런 234개로 한 시즌 팀홈런 최다 신기록을 작성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 두산(178개)보다 56개나 더 많았고 10위 LG(110개)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힐만 감독은 “솔직히 놀랐다. 시즌을 치르면서 예전 팀홈런 기록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다고는 생각했는데 기록을 깼다. 대니 워스가 시즌 초반 제이미 로맥으로 바뀌었고 로맥은 풀시즌을 치르지 않고도 30홈런을 쳤다. (김)동엽과 (한)동민의 홈런포도 터졌다”며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분명 홈런포는 SK의 가장 위력적인 무기지만 출루율은 떨어졌다. 힐만 감독은 “난 OPS(장타율+출루율)를 중시한다. 장타율과 출루율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난 부임 후 계속 선수들에게도 주지시키고 있다. (호세)알투베(휴스턴)도 2015년 출루율이 좋지 않았지만 갈수록 올라갔다. 휴스턴도 지난해 우승했다. 우리 선수들도 3년 이내로 OPS가 좋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의 약점인 1번타자의 덕목으로도 출루율을 꼽았다. 힐만 감독은 “(1번타자에게)출루율이 중요하다. 노수광과 김강민이 올시즌 1번타자 후보다. 2스트라이크 이후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의치 않으면 다른 장타자 중에서 1번타자를 찾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약점을 짚어보는 분위기로 흘러간 가운데 조심스럽게 불펜 얘기를 꺼냈다. SK는 지난 시즌 내내 마무리를 찾지 못하는 등 불펜 고민을 해소하지 못했다. 힐만 감독은 “지난해 우리 투수들이 불리한 카운트에 많이 몰렸다. 몸쪽 공을 적극적으로 던져야 한다. 올시즌에는 (선발투수였던)윤희상이 불펜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마무리는 좀 더 봐야겠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지난해 꾸준히 해줬던 박정배가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에이스 김광현의 가세도 분명 큰 힘이 되지만 투구이닝을 한 시즌 동안 110이닝으로 제한한 것에 신경써야한다. 선수를 기용해야하는 힐만 감독에게도 숙제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팔꿈치 수술 사례를 많이 봐서 잘 알고 있다. 5~6일 간격으로 계속 등판시키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 수술 후 복귀한 선수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광현의 활약을 말과 영상으로만 접했던 힐만 감독은 이번 캠프에서 김광현에 깊은 인상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는 “김광현에게 기대를 많이 하고 캠프에 도착했다. 실제로 던지는 것은 처음 봤다. 공을 쉽게 던지더라. 몸상태를 끌어 올리며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과정이 예상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 팔 스피드도 좋고 마운드에서 내려꽂는 각도를 잘 이용한다. 내가 좀 더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은 체인지업을 좀 더 마스터해야한다는 것 뿐”이라고 칭찬했다.

힐만 감독은 올시즌을 마치고 재계약을 하지 못하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압박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일본과 미국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사령탑다웠다. 그는 “KBO리그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고 배울 수 있는 리그다. 올해는 좀 더 디테일하게 파악하는 과정을 밟으려고 한다. 계약 마지막 해지만 최대한 간단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감독이 복잡하게 생각하면 압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 맞게 내가 하던대로 하려고 한다. 처음 감독 제안을 받았을 때도 SK에 야구 시스템을 안착시키기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도 그 목표는 변함없다”며 미소지었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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