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최민지기자] 트로트 가수 겸 제작자 신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 A 씨의 아들이 심경을 전했다.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미투 성폭력 피해자의 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피해자 A 씨의 아들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이번 미투 운동뿐 아니라, 그전에도 비참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가족들의 입장을, 그리고 저희 가족 입장을 말하고 싶습니다"라고 글을 쓰게 된 이유를 먼저 밝혔다.


이어 "다른 피해 가족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 만들어 내기 좋아하는 사람들, 의혹과 의심들, 사실 그런 것들 신경 쓸 겨를도 없지만, 피해 당사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힘들어합니다"라며 "피해자 가족 역시 또 다른 피해자입니다. 왜 피해자 가족이 이렇게 정신적 고통을 받고, 불행하고 시끄러운 상황에 놓여야 할까요"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피해자 가족은 잠을 자다가도 그때 그 비참한 일을 상상하면 잠이 오질 않습니다.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그렇게 4년을 정신과를 다니며 약으로 버티며 사셨습니다"라며 "앞으로 일들이 두렵지만, 이런 일련의 상황이 억울해서라도 끝까지 갈 것입니다. 다른 피해자분들, 피해자 가족 여러분 용기 잃지 마세요"라고 멈추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한편, 앞서 지난 8일 피해자 A 씨는 SBS '8뉴스'를 통해 트로트 제작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방송 이후 이 트로트 제작자가 신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논란이 커지자 신웅은 12일 한 매체를 통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성실히 노력할 것"이라며 "작사가를 수차례 성추행하고 성폭행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입장을 전했다.


다음은 피해자 A 씨 아들의 심경글 전문.


저는 가수 신유의 아버지인 신웅에게 성폭력을 당한 작사가 A 씨의 아들입니다.


제가 글을 남기는 이유는, 분노의 꼭대기에 놓여 있는 지금. 답답한 심정을 푸념하고, 터져 버릴 것 같은 감정을 글로 다스리고자 합니다.


이번 미투 운동뿐 아니라, 그전에도 비참한 성폭력을 당한 피해 가족들의 입장을, 그리고 저희 가족의 입장을 말하고 싶습니다. 다른 피해 가족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 만들어 내기 좋아하는 사람들. 의혹과 의심들, 사실 그런 것들 신경 쓸 겨를도 없지만, 피해 당사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힘들어합니다.


피해자 가족 역시 또 다른 피해자입니다. 가족 간에 서로 의지하고 용기를 주고 협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사람이기에 어떠한 이유에서건, 피해자 가족 간에 불화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왜 피해자 가족이 이렇게 정신적 고통을 받고, 불행하고 시끄러운 상황에 놓여야 할까요? 저의 문제, 저희 가족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전 그들을 원망하고 싶습니다. 가해자 때문에 왜 우리가 고통받아야 하는가.


가족 간의 일의 진행 방식에 대한 논쟁, 언쟁에 피해자는 또 고통을 받고, 진정한 도움을 주시는 감사한 분들도 계시지만, 남일 에 도움을 준다는 목적으로 더 한 피해를 주는 사람들. 그로 인한 2차, 3차 피해로 원망, 불협, 불화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저는 효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길에서 누군가가 우리 부모를 때린다거나 나쁜 짓을 한다면 참을 수 있는 자식이 있을까요? 이건 그 이상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내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을까요?


피해자 가족은 잠을 자다가도 그때 그 비참한 일을 상상하면 잠이 오질 않습니다.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그렇게 4년을 정신과를 다니며 약으로 버티며 사셨습니다. 가해자는 이뿐 아니라 그 가수의 작품을 빌미로 수차례 폭언까지 하였습니다. 저를 낳아주신 저의 어머니에게요. 그럼 작품이고 뭐고 그만하고 고소를 했어야 되는 것 아니냐? 당신들 욕심 아니냐? 젊어서부터 글 쓰시는 것 밖에 모르시는 분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작품 포기란 죽으라는 것이고, 가해자는 그것을 악용하였고, 장성한 자식의 앞날에 누가 될까 봐 그것을 숨기고 숨기다 병원에서조차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 밝혀야 된다. 라는 의견에 모든 것을 포기 하더라도 용기 내어 밝히 셨습니다.


고소요? 전 재산을 팔아서 고소를 했어야겠죠? 그들은 저희보다 위에 있는데?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당시 사회 상황이 유명하지도 않은 누가 누구를 고소했다고 해서 도움이나 줬을까요?


고소는, 변호사 싸움, 돈 싸움 아닌지요? 제 판단이 잘못되었을 수 있지만, 저희 가족 중에 그 고소 때문에 돌아가신 분이 계십니다. 당연한 내 것임에도, 내 것을 빼앗긴 피해자임에도 돈이 앞서는 소송에서 져서 병을 얻어 돌아가셨습니다. 그것을 저희 가족들은 똑똑히 보았습니다. 비겁할 수 있지만, 격고 느낀 것은, 질 싸움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투 운동으로 옳은 판단과 정의로움을 가진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에게 힘을 얻고 약자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일들이 두렵지만, 이런 일련의 상황이 억울해서라도 끝까지 갈 것입니다.


다른 피해자분들, 피해자 가족 여러분 용기 잃지 마세요. 그리고 이런 일들로 가족 간에 다툴 수 있습니다. 가족이라도 피해자에게 말로 상처 줄 수도 있습니다. 함께 울어 줄 수 있는 가족이니까요. 그 누구보다 걱정하고 용기와 도움을 주려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대신, 바로 사과하고 화해하고 다시 뭉치세요. 피해자에게 결국 남는 건 가족밖에 없습니다.


julym@sportsseoul.com


사진ㅣ신웅 앨범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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