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LA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타격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출처=LA 타임즈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이도류’가 태평양을 건너간 뒤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의 오타니(24)는 깊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12일(한국시간) 현재 투수로 등판한 3경기 방어율이 9.82에 달한다. 타격성적도 시원찮다. 14타수 2안타로 타율이 0.143에 불과하다. 아직 시범경기라 정규시즌 성적까지 예단할 순 없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기대가 점점 불안으로 바뀌고 있는 건 사실이다. ML 스카우트들은 “이도류는 불가능하다. 고교 수준의 타격이다. 마이너리그에서 500타석 정도는 필요하다”며 악평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타격의 경우 이제부터 더 심각해질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일본의 한 언론은 오타니가 지금껏 거둔 타격성적에 대해 “게다를 신은 숫자”라고 비난했다. ‘게다’는 일본 나막신을 지칭하는 단어다. 오타니가 게다를 신었다는 것은 그의 기량이 과대평가 됐다는 의미다. 비오는 날이나 땅이 질척거릴 때 신는 게다는 굽이 높다. 신으면 키가 커진다. ‘나막신 효과’다. 즉 오타니의 타격 기량이 실제보다 높게 평가됐다는 빈정이다.

‘제2의 베이브 루스’라고 칭송받던 그의 타격실력은 정말 과대 포장된 것일까. 오타니가 일본에서 남긴 기록에 실마리가 있다. 그는 니혼햄에서 뛴 5년간 단 4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타율 0.322에 22홈런을 치며 커리어하이를 찍은 2016년에도 ‘몸에 맞는 공’은 1개 뿐이었다. 오타니가 몸쪽 공을 피하는 신공의 보유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투수들이 타자 오타니와의 몸쪽 승부를 꺼렸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잘 알려진 것처럼 투타겸업 선수다. 일본에선 ‘이도류’라고 부른다. 이도류는 일본검술에서 칼 두자루를 사용하는 유파를 뜻하는데 우리 식으로는 쌍검술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한 몸으로 투타를 겸업하니 양날검(검은 일반적으로 양날이다)이 더 타당해 보이기도 하다. 아무튼 고교시절 오타니의 양날은 타격쪽이 더 날카로웠다. 고교 ‘넘버원’ 타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투수 오타니는 그렇지 않았다. 그를 능가하는 투수가 수두룩했다. 그래서 장훈은 그를 향해 타격만 전념하라고 조언할 정도였다.

하지만 오타니는 니혼햄에 입단하며 빠른 구속에 제구력까지 겸비하며 타격 뿐 마운드에서도 일취월장 했다. 이도류 오타니의 인기는 일본에서 하늘을 찔렀다. 그야말로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상품이 됐다. 그의 가치가 상승할수록 투수들은 타자 오타니와의 승부에 고민이 생겼다. 만약 그를 망가뜨린다면 어떤 질타를 받을지 불 보듯 뻔했다. 이도류에 흠집을 낼 수 없었다. 공은 자연스럽게 오타니의 몸쪽에서 멀어졌다. 일본프로야구의 일부 야수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오타니는)그러니까 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올시즌 오타니는 미국에서도 이도류를 실행하기 위해 MLB 무대에 입장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타석은 일본에서 경험했던 것과는 다를게 틀림없다. 그래서일까. 오타니는 시범경기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이상 나막신 효과는 없다. 하지만 ‘진검승부’는 정규시즌부터 시작이다. 오타니 스스로 고교수준의 타격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방법은 명확하다. ‘게다’를 벗고서도 중심타자로 자리잡으면 무너진 자존심을 세울 수 있다.

오타니가 새로운 무대에서 헤매고 있지만 호언할 수 있는 건 그의 가능성과 잠재력이다. 미래를 담보로 한 오타니에 대한 성공예감은 여전히 밝다.

kenny@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