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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명불허전(名不虛傳·이름은 헛되이 전해지지 않는다)’이었다.
SK 에이스이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투수 김광현(30)이 533일 만의 1군 복귀전에서 자신의 이름에 걸맞는 역투로 선발승을 거뒀다. 경기 시작 전 모자를 벗고 인천 홈팬들 앞에 90도로 등을 굽히며 인사한 그가 에이스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롯데 신인 윤성빈(19)도 김광현과의 맞대결에서 씩씩하게 공을 뿌렸지만 프로 데뷔 11년차, 개인통산 108승의 김광현을 넘을 수 없었다.
김광현은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즌 개막 2차전에 선발등판했다. 지난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통째로 재활에 매달렸던 그는 2016년 10월 8일 삼성과의 홈경기 이후 다시 홈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5회까지 78개의 공을 던지며 3개의 안타와 볼넷 1개를 내줬고 삼진 6개를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2㎞까지 나왔고 슬라이더 최고 구속도 145㎞를 찍었다. 올시즌 새 레퍼토리로 준비한 투심패스트볼도 8개(128~139㎞)를 던졌는데 그 중 7개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김광현은 이날 승리로 2016년 9월 4일 마산 NC전 이후 567일만에 선발승의 기쁨을 맛봤다.
SK는 수술 여파를 고려해 올시즌에는 관리 차원에서 김광현의 투구 이닝과 투구 수 등을 제한하기로 했다. 영리한 그는 “공격적인 투구로 투구수를 줄이고 많은 이닝을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예고한대로 김광현은 1회부터 150㎞의 빠른 공을 뿌리며 타자와 적극적으로 승부했다. 1회 1사 후 손아섭에 내야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전준우를 우익수 뜬공, 이대호를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이대호를 상대할 때는 초구에 이날 최고 구속 152㎞의 빠른 공을 뿌렸다. 4구째에는 151㎞의 빠른 공에 이대호의 방망이가 밀리며 오른쪽 방면 파울이 나왔고 이후 144㎞ 고속 슬라이더에 이대호는 삼진을 당했다. 김광현은 2회엔 슬라이더(9개) 위주로 볼배합을 했다. 고속 슬라이더가 낮게 깔려 들어오자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가 연신 헛돌았다. 박헌도와 앤디 번즈가 삼진으로 돌아섰다. 3회에도 슬라이더를 몸쪽과 바깥쪽 등 자유자재로 떨어뜨리며 롯데 타자들을 현혹시켰다. 4회에도 삼진 1개를 곁들여 무사히 넘겼지만 5회로 접어들어 직구와 슬라이더 등이 대체적으로 높게 제구됐다. 악력이 떨어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결국 SK 코칭스태프는 6회부터 서진용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광현이 어떻게 던지는지 지켜봐야 한다. 투구수를 체크를 할 것이고 얼마나 힘들게 이닝을 넘기는지도 볼 것이다. 경기 상황을 체크해야 한다. 본인도 자기 몸상태를 잘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광현이 미국 플로리다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이어 시범경기에서도 150km 넘는 빠른 공을 가볍게 던졌지만 여전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시범경기 등판이었던 지난 20일 kt전에서 41개의 공을 던졌다는 점까지 고려해 이날 투구수를 78개에서 끊었다고 볼 수 있다. 5회부터 김광현의 공이 높게 들어가기 시작한 만큼 코칭스태프의 판단은 충분히 이해된다.
김광현은 “오랜만의 경기여서 긴장했다. 기다려주신 팬들께 감사하는 의미로 경기 전에 인사를 드렸다. 신인 때의 마음으로 돌아간 느낌이었고 포수 미트만 보고 던졌다. 통증을 가장 걱정했는데 없었다. 앞으로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복귀전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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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에 가려졌지만 롯데 선발 윤성빈의 호투도 빛났다. 프로 1군 데뷔전을 부담스런 상대 에이스와의 맞대결로 치르게 됐지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하게 제 몫을 다했다. 5이닝 동안 88개의 공을 던지며 5안타(1홈런), 5볼넷, 6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 148㎞를 기록했고 던질수록 슬라이더의 각이 예리해졌다. 1회 선두타자 정진기에게 던진 137㎞짜리 포크볼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고 가운데로 몰려 홈런을 맞은 게 아쉬웠지만 ‘거포군단’ SK를 상대로 나름 효과적인 피칭을 했다. 이날 그와 맞대결한 김광현은 1군 데뷔전이었던 2007년 4월 10일 같은 문학 삼성전에서 4이닝 동안 66개의 공을 던지며 4안타(1홈런), 2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데뷔전 기록만 놓고 보면 윤성빈이 더 나았다. 김광현에 눌린 롯데가 패배 속에서 찾은 희망이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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