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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3월 평가전은 월드컵을 불과 3달 앞두고 치르는 실전이란 점에서 본선 성적 및 플레이를 가늠할 장으로 평가받았다. ‘신태용호’는 유럽으로 날아가 끈적한 축구로 각광받는 북아일랜드, 러시아 월드컵 시드배정국 폴란드와 2연전을 치르고 돌아왔다. 결과를 떠나 아주 소중한 2연전이었다. 본지는 3월 평가전을 국내에서 치른다는 예고가 나오자 “반쪽짜리 A매치를 치를 게 아니라면 유럽으로 가서 상대국 최정예 멤버와 붙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상대 섭외가 여의치 않으면서 대한축구협회가 원정으로 방향타를 돌렸고 ‘신태용호’의 허와 실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경기들이 펼쳐졌다. 두 경기 모두 졌지만 평가전 효과가 극대화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아울러 한국 축구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는 2연전이었다. 물론 순간순간 드러난 불안함은 지워지지 않았다. 특히 쉬운 실점은 맥을 빠지게 할 정도로 허탈했다. 그래도 올림픽 대표팀과 20세 이하(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때 펼쳐졌던 신태용 감독 특유의 축구 색깔이 성인 대표팀에도 빠르게 이식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골이 기대되고, 치고 받는 맛이 있고, 재미있는 축구, 화력이 기대되는 플레이는 한국 축구가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도 공격적으로 뭔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드컵 예선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 패해 본선행 조차 불투명했던 1년 전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시절을 떠올리면 신 감독과 선수들의 노력을 칭찬하고 싶다. 이 단계까지 온 것이 결코 저평가돼선 안 된다.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당했던’ 지난해 9월, 대표팀 상황은 최악이었다. 득점은 물론 유효슛을 쏘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게다가 ‘히딩크 사태’까지 불거져 전례 없이 따가운 눈초리가 대표팀을 휘감고 있었다. 해외파로 급조해서 치른 10월 유럽 원정 2연전(러시아전, 모로코전) 참패까지 겹쳐 신 감독의 거취까지 위태로웠다. 지금의 반전은 결국 ‘신태용호’의 혼과 땀이 원동력임을 부정할 수 없다. 11월 콜롬비아전 2-1 승리와 한 달 뒤 동아시안컵 일본전 대승 및 우승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12경기 연속 득점은 어느 팀을 만나도 골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연결됐다. 폴란드전 뒤 상당수 축구인들은 “그래도 남은 두 달간 준비가 잘 되면 멕시코와 스웨덴을 상대로 싸울 만하다는 비전은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낙담의 시간을 벗어나 ‘되느냐, 안 되느냐’의 갈림길까진 온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의 역대 월드컵 코드는 압박과 세트피스로 요약된다. 상대의 장점을 무력화한 뒤 역습이나 약속된 플레이로 골을 노렸다. 또 월드컵 본선까지 갈고 닦은 세트피스로 허를 찔러 기선을 제압했다. 4강 신화를 달성한 2002 한·일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룩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선 앞에서 설명한 두 가지가 잘 지켜져 웃었다. 공교롭게 ‘신태용호’의 성공을 위해 마지막으로 채워져야 하는 요소들이다. 인생을 걸고 월드컵에 도전하는 신 감독이 남은 과제를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 순조롭지는 않았지만 좌충우돌하며 어떻게든 나아가는 ‘신태용호’의 마지막 3달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길 기원한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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