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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스포츠 광폭외교가 예사롭지 않다. 그의 정치감각을 고려해볼 때 앞으로 스포츠가 북한의 국제정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 고립에서 벗어나는 출구전략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선택한 건 ‘신의 한 수’로 평가받을 만하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궁벽한 현실을 ‘평화의 제전’ 참여라는 명분으로 절묘하게 포장한 승부수는 김 위원장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동물적인 정치감각을 지녔다는 사실을 설명해주는 좋은 본보기다.

김 위원장의 스포츠 광폭외교는 최근 평양을 방문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의 면담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AP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해빙기를 맞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 기회를 제공해주고 길을 열어준 IOC의 공로”라며 바흐 위원장의 노고를 치하한 뒤 2020 도쿄올림픽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참가의 뜻을 내비쳤다. 서방세계의 봉쇄로 인한 위기국면을 스포츠라는 소프트파워로 탈출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향후 북한 스포츠 외교의 개방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이가 많다.

바흐 위원장에게도 북한은 정치적으로 활용가능성이 높은 파트너다. 지난 2013년 자크 로게 전 위원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바흐의 입장에선 국제 스포츠무대에서 내세울 수 있는 공헌이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바흐의 치적쌓기에 그만이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국제 외교에서 고집불통의 나쁜 이미지를 지닌 북한을 설득해 국제 스포츠무대로 이끌어내기만 한다면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정세와 국제 스포츠 트렌드를 종합해볼 때 북한 스포츠는 앞으로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열고 적극적인 개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김 위원장이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스포츠가 남북한 해빙무드에서 넓어진 공간과 많아진 기회를 잡는다고 봤을 때 한국의 체육정책 또한 발빠르게 대응하는 게 마땅하다. 스포츠 위에 정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스포츠 또한 정치를 충분히 견인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특히 스포츠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감성적 문화콘텐츠로서 오랜 단절로 야기된 이질적 문화를 극복하는 최고의 치료제다.

남북한 체육교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정치에 전적으로 종속돼 일회적 이벤트로만 기능했던 종전의 체육교류 정책과는 차별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하며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체육교류 정책,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체육계가 고민해야 할 화두다. 지속가능한 교류 정책에 방점을 찍는다면 수준이 엇비슷한 종목끼리 연말에 ‘남북한 왕중왕전’을 여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아이디어다. 또한 폐쇄된 개성공단을 재개하고 이곳을 프랜차이즈로 삼는 북한의 프로 구단을 출범해 국내 리그에 편입하는 것도 유용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얼음이 녹는다. 깨진 얼음 틈 사이로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분단의 후유증을 어루만져주고 치료해주는 역할, 격변하는 한반도에서 스포츠에 거는 가장 큰 바람이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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