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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지난달 25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훈련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허정무 당시 대표팀 감독은 예비엔트리 30명을 모두 연습장에 불러 최종 소집훈련을 시작했다. 그 해 5월16일 에콰도르와 첫 평가전 뒤 조원희와 강민수, 김치우, 황재원 등 4명이 집에 돌아갔고 이후 일본과 유럽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르고는 부상으로 낙마한 곽태휘를 비롯해 이근호와 구자철, 신형민이 최종 23명 엔트리에 빠져 오스트리아에서 먼 귀국길에 올랐다. 곽태휘 대신 한국에 있던 강민수가 대체 승선해 23명의 남아공 월드컵 멤버가 확정됐다. ‘허정무호’가 최종예선 첫 경기 북한과의 원정을 1-1로 비겨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뒤 A매치 맹활약으로 대표팀을 구한 이근호가 탈락한 것이 눈에 띄었다. 허정무 감독의 선발 코드는 치밀한 경쟁이었다. 어쨌든 대표팀은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행을 이뤘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땐 달랐다. ‘홍명보호’는 최종소집 훈련을 할 때부터 최종엔트리 23명을 정해뒀다. 홍명보 당시 대표팀 감독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2009 이집트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최종엔트리보다 많은 선수를 뽑은 뒤 출국 전 몇몇 선수를 빼는 과정에서 경쟁의 부작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2012 런던 올림픽 땐 거꾸로 최종엔트리 18명에 맞춰놓고 선수를 뽑은 뒤 부상자가 발생하면 국내에서 해당 포지션 선수를 데려오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내부 결속이 잘 됐고 한국 축구에 기적과 같은 올림픽 동메달을 일궈냈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은 런던 올림픽과 달랐다. 적지 않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나빴다. 평가전도 국내 1회+해외 1회로 적었던 탓에 어떤 선수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가를 확인할 시간도 부족했다. 윤석영은 소속팀 QPR에서 늦게 보내줘 문제가 됐다. 김진수가 다치면서 대신 온 박주호를 테스트할 기회도 없었다.

신태용호는 러시아 월드컵 대비 최종 소집훈련을 일주일 앞둔 5월14일 명단을 발표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대회부터 예비엔트리를 기존 30명에서 35명으로 늘렸는데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신태용 감독이 이날 최종엔트리 23명만 부를 수도 있고 35명 가운데 일부를 빼고 23명에 ‘+α(플러스 알파)’를 호출할 수도 있다고 한다. 사실 두 방법 모두 장·단점이 공존한다. 23명으로 시작하면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월드컵 본선에 집중할 수 있다. 또 멤버들끼리 정신적인 결속력도 높아진다. 반면 ‘23+α’ 방식은 최종엔트리 제출일인 6월4일까지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코칭스태프가 마지막까지 최고의 컨디션 갖춘 선수들을 발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어느 방식이 더 낫다고 할 수 없고 감독 고유의 권한이기도 하다. 2002 한·일 월드컵 땐 수비수 부상 우려가 생기자 심재원을 ‘23+1’ 형식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캠프에 불러들였으나 심재원이 결국 정신적 부담을 못 이기고 스스로 나갔다. 경쟁에서 일찌감치 멀어진 선수가 팀 분위기를 흐릴 수도 있다. 유럽과 남미의 강팀 중에서도 각자 사정에 따라 ‘+α’를 쓰곤 한다.

신 감독은 어떤 선택을 할까. 처음부터 23명만 발표할 확률이 높은 것은 맞다. 외국에서도 6대4 정도로 소집 첫 날부터 23명만 불러들인다. 다만 축구계에선 ‘+α’의 방식 역시 괜찮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우선 월드컵 리허설로 꼽혔던 지난달 유럽 원정 때 물음표를 줬던 선수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신 감독도 아직 확신이 들지 않았는지 J리그 현장을 이달 말까지 두 번이나 찾아 유럽 원정 명단에 없었던 선수들을 살펴보고 있다. 또 하나는 평가전을 많이 치른다는 점이다. 신태용호는 5월28일 온두라스전(대구), 6월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전주) 등 두 차례 국내 A매치를 치른 뒤 오스트리아로 날아가 한 차례 연습 경기 포함 두 번의 실전을 더 하고 러시아에 들어간다. 손흥민, 기성용, 권창훈, 황희찬 등 1년간 분주하게 뛰었던 유럽파 주전급 선수들은 일단 쉬어야 하고 그렇다면 국내에서의 두 차례 A매치를 통해 마지막 옥석가리기를 한 번 더 할 수 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 다음 날 23명을 결정한 뒤 3일 출국해 6월7일 볼리비아전과 6월10일 세네갈전을 치르면 되는 것이다. U-20, U-23 대표팀처럼 선수들의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다. 이미 소속팀에서 숱한 경쟁을 이겨낸 선수들인 만큼 그 정도 경쟁은 큰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최종 소집훈련 명단 발표가 한 달 남았다. 신태용호 코칭스태프의 시계 소리도 더 커질 것이다. 조직력과 경쟁, 동전의 양면과 같은 두 코드를 어떻게 조합해 마지막 23명을 꺼내놓을지 궁금하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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