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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정우영] 시즌 시작과 함께 몇몇 감독들은 ‘강한 2번타자’를 주장했고 몇몇 팀에서는 실제로 득점 생산력이 높은 타자를 2번에 전진배치해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강한 2번타자론’을 먼저 주장했던 메이저리그(ML)에서 강한 2번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과연 그 이론이 KBO리그에서는 적합한지를 기록을 통해 확인해보자.
◇ 키스 로의 강한 2번타자론ESPN의 컬럼리스트 키스 로는 그의 저서 ‘스마트 베이스볼’(Smart Baseball)에서 강한 2번 타자를 두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 타순이 한 타순 위에 배치될수록 아래 타순의 타자보다 평균 2.5% 가량 타격기회가 더 생긴다. 이는 ML 162경기 기준으로 할 때 18타석 정도다. 따라서 가장 강한 타자가 한 시즌 18타석에 더 들어가는 것이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왜 1번이 아닌 2번일까? 1번은 다른 타순보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나올 확률이 훨씬 높다. ML에서의 1번타자는 64%가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섰고 다른 타순의 타자들은 최대 56%이하의 비율로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갔다.(‘The book’ 톰 탱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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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한 경기에서 많은 타자가 타석에 들어갈수록 팀득점이 높아진다. <표1>은 2015시즌 메이저리그의 전체 경기에서 경기당 타석수에 따른 승패표다. 이 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승률이 5할 미만에서 5할 이상으로 바뀌는 구간이다. 바로 39타자부터다. 한 경기에 38타자가 등장했을 때의 승률은 5할미만이었지만 39타자가 등장하면서부터 승률이 역전되면서 5할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한 경기에서 38타자와 39타자의 차이가 바로 ‘강한 2번’의 의미다. 한 경기에서 38타자가 등장할 때는 타순이 4바퀴를 돌고 2번타자의 다섯 번째 타석에서 경기가 끝나는 경우다. 39타자 이상으로 경기를 치른다는 의미는 2번타자가 3번 타자 뒤쪽 타순으로 다섯 번 이상 공격 기회를 연결했다는 것이다.
◇ KBO는 강한 3번타자가 필요그렇다면 로가 ML 기록을 바탕으로 이론화한 ‘강한 2번타자론’은 과연 KBO리그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될 수 있을까. KBO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의 협조를 받아 수치를 확인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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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첫 번째는 표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3년간의 기록을 보면 KBO리그에서도 한 타순 위에 배치될수록 평균 2.5% 타격기회가 더 주어졌고 2번은 3번보다 2.3%의 타격기회가 더 있었다. 로의 계산대로라면 KBO리그 2번타자는 3번타자에 비해 한 시즌 15~16타석을 더 들어갈 수 있다. 두 번째, 표3은 최근 3년간 KBO리그 경기당 타석수에 따른 승패 및 승률이다. 이는 ML과 차이가 있다. KBO리그에서 5할승률 미만-이상을 가르는 타석수는 ML처럼 경기의 39타석이 아닌 40타석이다. 이 결과로 보면 KBO리그에 필요한 것은 강한 2번타자가 아닌 강한 3번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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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시즌 동안 KBO리그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타고투저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면서 ML 기록결과분석도 KBO리그의 실정에는 적용하기 힘든 경우가 발생하는데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지금까지 살펴본 ‘강한 2번타자’다. 로의 이론을 KBO리그 기록을 바탕으로 검증했을 때 첫 번째는 유효했고 두 번째는 유효하지 않았다. 즉 가장 강한 타자를 2번에 둔다면 그것은 타자 개인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는 있지만 승패의 연결고리가 되기 위해서는 오히려 강한 3번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 검증결과에 적잖이 놀랐다. 이 글은 경기초반 기선제압을 위해 강한 2번타자가 필요하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전통적인 야구관에 대해 새로운 시야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실제로 적용하다보니 KBO리그에서는 2번타자보다 3번타자의 기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ML과는 확연히 다른, 매우 특징적인 환경 속에서 KBO리그를 즐기고 있다.
SBS스포츠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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