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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오징어, 호박엿 외에 울릉도에 또하나의 특산품이 생겼다. 바로 가수 이장희(71)의 히트곡들이다. ‘그건 너’,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그의 노래들을 이제 울릉도에서 들을 수 있다.
이장희의 울릉도 자택 부지에 건립된 ‘울릉천국 아트센터’가 오는 5월 8일 개관한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장희는 “4년 전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유세하러 왔다가 내가 사는 곳에 들렀고 이후 울릉군에서 문화센터를 짓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처음에는 평화롭게 살려고 왔는데 싶어 언짢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또 다른 의미가 있겠더라. 울릉도는 보물처럼 정말 아름다운 섬이고, 바로 앞에 정신적인 상징인 독도가 있더,개인적으로도 우리 집안에 지어놨으니 ‘저기서 좀 노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2년 반 동안 노래 연습을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2004년 귀국해 울릉도에 터를 잡고 주민등록상으로 울릉군민이 된 이장희는 울릉도 북면 송곳산 아래에 농장 부지를 사 ‘울릉 천국’이라고 이름짓고 거주해왔다. 그는 이땅의 1천652㎡(약 500평)를 울릉도에 기증해 2011년 아트센터 걸립을 위한 첫 삽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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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일부터 오는 7월까지는 우선 이 장소에서 이장희의 공연이 이어진다. 자신의 상설 공연을 앞두고 동방의빛 멤버들이던 강근식(기타), 조원익(베이스)과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예전 내 노래들을 주로 하고, 새로운 노래들도 하게 될 것이다. 울릉도에서 하는 공연인 만큼 울릉도에서 사는 이야기도 나누게 될 것이다. 보통 공연보다 대화도 오고가는 자연스러운 공연, 울릉도에 어울리는 공연을 선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울릉천국 아트센터에서 5월8일부터 9월15일까지 매주 화, 목, 토요일 주3회 상설 공연이 열린다. 인구 1만명도 안되는 섬에서 과연 공연을 위한 수요가 있을지 묻자 그는 “정곡을 찌른 질문”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공연 개최 일정은 배가 뜨기 좋은 날씨를 고려해 잡았다고 한다.
이장희는 “울릉도 주민이 5000~6000명인데, 3000명이 외지에서 와 사업하는 사람들이다. 관광객이 하루 3000명인데 100명만 공연장에 와도 흥행에 성공할 것이다. 울릉도는 와서 경관을 보는데 1박이면 충분하다. 내가 사는 곳에도 관광객이 많이 오는데 그중 100명 정도만이라도 찾아오면 좋을 것이다. 그게 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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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이장희뿐 아니라 향후 쎄시봉 멤버 등 다른 가수들의 기획 공연도 열릴 예정이다. 그는 “정말 작고 아름다운 소극장을 만들려고 했다”며 “공연장 내부는 로마의 콜로세움처럼 만들어졌고 의자는 전부 나무를 깔아놨다. 작년에 이문세가 한번 와서 ‘형, 여기 인디 밴드들 오면 좋겠다’고 했다. 음악하는 후배들이 편히 쓰면서 음악인들의 보금자리, 음악을 위한 요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초반 반응은 뜨겁다. 울릉천국 아트센터 공연 티켓은 네이버 예약을 통해 20일부터 예매할 수 있다. 단체 예매는 울릉도 지역 여행사를 통해 가능하다. 티켓 가격은 화·목요일은 3만5000원(단체는 2만5000원), 토요일은 4만원(3만원)이다. 울릉도 지역 주인은 전회차 1만원에 관람할 수 있다.
1971년 인기 DJ 이종환의 권유로 1집 ‘겨울이야기’를 내면서 가요계에 데뷔한 이장희는 싱어송라이터로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한잔의 추억’, ‘그건 너’,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 등 주옥같은 히트곡을 냈다. 송창식의 ‘애인’, 김세환의 ‘좋은 걸 어떡해’ 등을 만든 탁월한 작곡가로도 사랑받았다. 1975년 대마초 파동 이후인 1970년대 후반에는 김현식 데뷔 음반을 비롯해 김수철, 김태화, 들국화 최성원 등의 음반을 제작했다.
198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가 레스토랑을 운영한 그는 1988년 라디오코리아를 설립해 1989년 1월 첫 방송을 했다. 이후 방송국 문을 닫고 2004년 귀국해 울릉도에 터를 잡았다.
그는 “3년간 농사를 짓다 보니 적성에 맞지 않았다. 집 인근 땅을 정원으로 꾸몄다. 꽃밭을 만들다 보니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소풍을 왔고, 2011년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 출신 가수들이 화제가 되면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그곳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우리 집 밑에 땅을 사서 버스 정류장, 공중화장실도 만들었다”며 현재 자신이 기증한 땅에 지어진 아트센터도 적당한 시기에 공공재산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시대를 앞서가는 음악을 들려준 이장희는 지난해부터 애플뮤직을 구독하고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궁금했어요. 힙합이라는 장르가 대세더라고요. 리듬, 표현 등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최근에는 클래식음악도 많이 들어요.”
한편 이장희는 35년 만에 자신의 인생에서 음악이 다시 1순위가 됐다며 “새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미국에 살던 1988년에 새 앨범에 수록할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던 곡들이 있다. 사장시켰다가 이후 거의 못 들었다. 지난해 알래스카에 갔다가 다시 들었는데 ‘이게 내가 마지막으로 하려고 했던 음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후배 뮤지션들에게 ‘내가 노래를 녹음할 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오는 9월쯤 녹음을 시작할 계획이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이장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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