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수지기자]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거주하는 엔지니어 최모 씨(34)는 결혼생각이 딱히 없는 ‘골드미스’다. 이렇다보니 결혼한 친구들에 비해 산부인과와 친해질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는 최근 자궁경부암 국가검진을 받으면서 ‘나이가 조금 있으니 초음파검사도 추가해보자’는 의사의 말에 추가진료를 받았다. 그 결과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근종이 5㎝ 정도 되니 치료를 받는 게 좋겠다는 소견이었다.

최 씨는 “평소 월경 과다, 극심한 생리통, 부정출혈 같은 의심증상이 하나도 없어 자궁건강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조차 못했다”며 “근종이 자라면 단단하게 만져진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역시 이조차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별 문제 없었는데 알고보니 ‘자궁근종’

최근 가장 흔한 여성질환으로 꼽히는 게 자궁근종이다. 자궁근종은 양성종양으로 암으로 악화되거나 생명에 위협하지는 않지만 과다월경, 이로 인한 빈혈, 생리통 등으로 삶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유전적으로 어머니에게 자궁근종이 있으면 딸에게 생길 확률이 높다.

자궁근종은 흔히 중년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12년간 20대 후반~30대 환자가 크게 늘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이 2003~2013년 자궁근종 연간발생률 증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26~30세군의 자궁근종 연간발생률은 0.21%에서 0.73%로 3.48배 증가해 전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던 것.

김하정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원장은 “자궁건강을 챙기고 싶다면 평소 자신의 생리패턴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전에 없던 월경과다, 빈혈증상, 극심한 생리통 등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찾아 의료진과 상담해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최 씨처럼 증상이 없는 경우도 적잖아 성생활을 시작한 여성이라면 1년에 1번 정도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자궁근종 하이푸·색전술 등 비수술적 치료옵션 늘어

과거에는 가족계획을 마친 여성에게 자궁근종이 발견되면 자궁적출술을 흔히 시행했지만, 최근에는 자궁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대표적인 비수술적 자궁근종치료법으로 ‘하이푸치료’와 ‘자궁근종색전술’을 들 수 있다. 하이푸치료는 칼을 대지 않고, 의사의 눈을 대신할 영상장비를 통해 근종에 에너지를 조사, 괴사시키는 치료다.

특히 MRI를 보며 시술하는 MR하이푸의 경우 근종과 주변 장기의 온도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시술 중 원하는 부위가 제대로 치료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보다 정교하고 안전한 시술이 이뤄진다.

자궁근종색전술은 사타구니 주변을 최소침습 후 혈관 속으로 카테터를 삽입, 근종으로 이어진 혈관을 색전제로 차단하는 치료법이다. 시술 후 근종에 공급되던 혈액이 끊기고 영양분과 산소가 차단되면 크기가 줄고 증상이 호전된다. 괴사돼 쪼그라든 자궁근종은 몸속에 남아있어도 아무런 해가 없다. 인터벤션 치료에 특화된 의료진으로부터 시술받는 게 유리하다.

◆정기검진과 ‘난소나이체크’로 여성건강 지키자

최근에는 검진과 함께 난소나이검사를 고려하는 여성도 적잖다. 이는 AMH(항뮬러관호르몬) 수치를 검사하는 것으로 간단한 채혈로 이뤄진다. 상대적으로 검사비용이 저렴해 환자부담이 적다. 서구화된 식습관, 불규칙한 생활, 출산기피 등으로 난소의 노화가 빨라지는 추세다보니 수요가 커졌다.

초혼연령이 높아지면서 산전검사의 하나로도 각광받고 있다. 골드미스로 지내다가 만혼을 택하는 사람이 적잖아서다. 이때 초산연령도 덩달아 오르며 난소나이검사를 찾는다. 이는 비혼 여성에게도 도움이 된다.

김하정 원장은 “난소는 임신출산뿐 아니라 여성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난소기능이 저하되면 여성호르몬분비가 줄며 골다공증, 심장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자신의 본래 나이와 난소나이가 차이가 나는 여성이 많다”며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노화도 빨라지는 만큼 미리 관리해서 나쁠 게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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