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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인천 부평공장 홍보관 대강당에서 14일 개최 예정이었던 경영정상화 기자간담회가 비정규직 노조의 행사장 진입으로 결국 취소됐다. 대강당 강단에 경영진이 앉을 예정이었던 의자가 주인을 기디라고 있다.  임홍규기자 hong77@sportsseoul.com

[인천=스포츠서울 임홍규기자] 한국GM이 14일 대외적으로 정상화의 첫발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한국GM 경영 정상화 기자간담회가 노조의 간담회장 진입으로 인해 결국 열리지 못했다.

간담회를 통해 정상화의 본격적인 시동을 걸겠다는 한국GM의 의지는 첫발부터 삐걱거린 셈이다.

간담회에 참석 예정이었던 경영진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한국GM 측의 취소 배경이다. 하지만 공식적인 행사장에서조차 한국GM의 리더가 노동자와 대화나 설득을 위한 제스처 조차 보이지 않는 고압적인 태도로 보아 향후 한국GM 내부 불협화음이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날 간담회 취소는 정부와 합의 등을 통해 외부적으로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은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 놓인 한국GM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노동자 무서워 행사장 못 온 경영진

이날 간담회는 한국GM 인천 부평공장 홍보관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공장 서문에 인접한 홍보관 대강당 주출입구는 건물 중앙의 쇼룸을 지나 좌측에 있다. 행사를 앞두고 전국금속노조동조합 인천지부 산하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이하 한국GM 비정규직지회) 소속 노동자 10여명이 대강당 뒤쪽으로 피켓을 들고 진입했다.

한국GM 비정규직지회는 부평공장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된 노조이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불법파견 해결 없이 국민 혈세 지원 절대 안 돼’, ‘비정규직 해고하는 2조립 1교대 전환 결사반대’, ‘범법자 카허 가켐을 감옥으로!’ 등이 적혀있었다.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게 흐르자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등은 80여명의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던 간담회 장소에 입장도 시도하지 않은채 발길을 돌렸다.

정부와 GM의 협상이 타결되면서 한국GM 경영 정상화의 가장 큰 산을 넘었지만 공장 노동자의 고용까지 보장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날 소동의 배경이다. 특히 부평공장 2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추가 인원 감축까지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정규직에 비해 지위가 불안정한 사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인천지법 민사11부(재판장 변성환)는 한국GM 부평·군산공장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45명이 한국GM을 상대로 지난 2015년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한국GM의 고용형태를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GM측은 “1심 판결이 나왔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사측의 인원 감축이 본격화될 경우, 극심한 대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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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부평 비정규직지회 소속 노조원들이 14일 한국GM 인천 부평공장 홍보관 대강당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경영정상화 기자간담회에서 피켓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임홍규기자 hong77@sportsseoul.com

◇미래 청사진 나왔지만 무너진 신뢰는…

한국GM은 정부와의 합의 이후 2019년 흑자 전환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산업은행이 3월부터 진행했던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예상했던 흑자 전환 시기를 1년 앞당긴 것이다. 그만큼 흑자 전환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다. 신형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의 디자인, 개발·생산을 실시하고 창원공장에는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를 생산한다는 것이 흑자 전략의 주요 골자이다. 뿐만 아니라 향후 5년간 총 15종의 신차 및 상품성 강화 모델을 국내 출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만만치가 않다. 신차를 내놓는다고 해도 국내 소비자의 무너진 신뢰의 회복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군산공장 폐쇄를 시작으로 촉발된 철수설이 ‘먹튀’논란으로 이어지면서 한국GM은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8000억원에 가까운 정부지원금을 놓고 먹튀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소비자는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한국GM의 국내 판매량은 철수설 이후 반토막 수준이다. 대대적인 할인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끌어보려고 하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지난달 한국GM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54.2% 감소했다. 전체 판매량이 5378대에 불과했다. 신차 ‘이퀴녹스’가 출격을 대기하고 있지만 기존 출시된 경쟁 모델 사이에서 어느 정도 존재감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한국GM 앞길은 여전히 어둡다.

hong7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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