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지석·홍승한기자]MBK엔터테인먼트 김광수 음악총괄프로듀서만큼 가요계에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인물이 또 있을까?

1985년 인순이 매니저로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그는 30년 넘게 ‘최고의 제작자’로 불렸다. 손대는 가수마다 히트시켜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 받은 건 아니다. 요즘 팬들 사이에서 그는 ‘가요계의 적폐’, ‘연예계의 악’으로 회자된다. 근거가 될 자료는 차고 넘친다.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연예계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연루됐다. 특히 2012년 그룹 티아라 ‘화영 왕따사건’ 후속처리 미숙이 결정타가 됐다.

최근 서울 논현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김광수 프로듀서는 “나에게 물어보고 싶은 건 뭐든 물어봐 달라”고 말했다. 30년 넘게 온갖 가요계 이슈에 연관돼 왔지만 사실 공식적으로 해명을 하거나 변명을 하는 자리를 자주 가져온 그는 아니었다.

그도 잘 알았다. 자신의 본심을 털어놔도 대중은 그의 말에 오롯이 귀를 기울여주지 않으리라는 걸. 가요 팬과 그 사이 불신의 골이 생각보다 깊다는 걸. 그리고 그의 자존심이 변명, 해명을 허락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한번쯤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다고 했다.

김 프로듀서와 인터뷰는 4시간 동안 진행됐다. 그는 이야기 도중 3차례 눈물을 흘렸다. 특히 ‘티아라’라는 주제가 나오면 깊은 회한을 감추지 못했다. 숨겨 왔던 가족사, 34년간 매니저로 살아오며 느낀 점들, 그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그리고 해명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다.

가요 제작자 김광수를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요팬이라면 그의 이야기에 한번쯤 귀를 기울여볼만 하다. 지난 행보와 업적에 대한 평가와 해석은 엇갈릴 수 있지만 그가 1985년부터 34년째 가요계의 중심에 서있는, 업계 최고의 ‘문제적 인물’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내가 방송 등을 통해 해명에 나서면 네티즌 입장에선 믿어주기보다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 내 말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한다.

그 사건 이후 회사 앞에서 ‘티진요(티아라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회원들이 시위를 벌였다, 우리를 고발까지 했었다. 내가 시위중인 티진요 주요 간부 10명만 불러서 비공개를 조건으로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보여줬다. 화영과 효영이 앞으로 연예계 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 내용을 공개하면 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내 입장을 수긍하고 바로 고발을 취하했다. 내가 정정당당했기에 구태여 공개적으로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

(2012년 7월 24일)티아라가 25~26일 일본 콘서트를 위해 오전 8시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오전 7시쯤 매니져에게 전화가 왔다. 전날(2012년 7월 23일) 화영이 무대에서 발을 접질렸다고 하더라. 병원을 몇군데 갔는데 엑스레이 소견상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화영이 공항에 목발을 짚고 나왔다. 병원에서는 ‘괜찮다. 무대에 서는데 전혀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정작 화영인 걷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화영을 무대에 올리지 말고 다른 멤버들로만 공연을 하자고 했다.

다음날 일본에 가서 공연을 보니 화영이 목발을 짚고 무대에 올라가 있더라. 그 장면을 보고 내가 감동을 받았다. 콘서트가 끝나고 화영에게 잘했다고 칭찬한 뒤 멤버 부모님들을 모시고 함께 식당에 갔다.

식당에서 다른 티아라 멤버들이 나를 불렀다. “다른 걸 바라진 않는다. 화영이가 공개적으로 ‘미안하다’는 말만 해주면 된다”는 요청을 하더라.

멤버들이 일본에서 열린 공연 리허설에서 화영을 뺀 채 안무 동선을 맞추고 있는 사이 화영을 일본스태프와 함께 병원에 보냈다. 그런데 화영은 리허설이 열리는 공연장으로 복귀한 게 아니라 호텔로 돌아갔다. 화영과 함께 움직인 일본 스태프가 티아라 다른 멤버들에게 “화영이 호텔에서 네일아트를 받고 싶다고 불러달라고 했다.”, “화영이 화장실에 갈 때 목발 없이 걸어다니더라”라는 내용을 전한 거였다. 멤버들이 화가 나 SNS 등을 통해 화영의 행동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

나는 화영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다른 멤버들에게, 식당에 멤버들 부모님이 함께 계시니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지 말고, 일요일인 7월 29일 한국에서 다함께 자리를 마련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다. 그런 뒤 티아라는 먼저 한국에 돌아갔고, 나는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일본에 남았다.

그런데 화영이 7월 27일 KBS 뮤직뱅크 대기실에서 자기는 무대를 안 하겠다며 목발을 집어 던지는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화영의 언니 효영이 티아라 멤버 아름에게 협박하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보낸다. 아름은 무서워서 다른 멤버들에게 그 내용을 보여줬고, 다른 멤버들 입장에서는 가만 두고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본에 있는 내게 전화가 왔길래 화영을 무대에 올리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한국의 소속사에 전화를 걸어 내가 한국에 돌아간 이후인 7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티아라 관련 중대발표를 하겠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한다. 그리고 그 전날인 7월 29일 화영, 효영을 불러 이야기를 나눈다. 그 자리에서 화영의 계약서를 찢고, 네 갈 길을 가라고 풀어준다.

나는 화영의 계약을 해지해 준 게 왕따설로 번질 줄은 몰랐다.(주: 7월 30일 김 프로듀서는 화영의 티아라 하차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티아라 멤버들과 화영 사이 불화설이나 왕따설은 전혀 없었다’고 밝힌다.) 그때 내 가장 큰 실수는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이다. ‘왕따설’이 불거질 때 우리가 사과할 이유를 나는 몰랐다. 잘못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조용해질거라고 생각했었다.

사건이 커지자 티아라 멤버 부모님들은 효영이 아름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로에게 상처내지 말자고 오히려 부모님들을 설득했다.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 소속사 매니저나 직원들이 티아라엔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건의를 했지만 이번에도 내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티아라가 잘못한 게 없는데 쉬면 오히려 잘못해서 자숙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는 생각에 활동을 강행하게 했다. 하지만 이후 대중은 더는 티아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사건을 돌아보면 티아라 멤버들의 잘못은 없다. 나의 불찰이 크다.

화영 측은 회사를 나갈 때 내가 풀어준 게 아니라 자신들이 쫓겨난 것처럼 몰고가더라. 당시 내가 어린 나이는 아니었지만 음악 프로듀서로서가 아니라 사회인으로서는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 기분과 감에 따라 일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음악을 하듯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 중요한 일에 너무 감을 앞세우지 않았나 싶다. 괜히 내가 ‘중대발표’를 한다고 말하지만 않았어도. 인생 수업료라고 하기엔 너무 값비쌌다.

지난해 2월 tvN ‘택시’에 화영과 효영이 출연해 마치 자신들이 피해자인 것 처럼 말하는 걸 보고, 티아라 멤버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2012년 7월, 내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티아라 멤버들이 몇년동안 고생을 하진 않았을텐데……. 방송 이후 효영이 아름에게 보낸 카카오톡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는 등 진실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대중은 과거 이미지와 충격이 너무 커서 여전히 티아라 멤버들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티아라 멤버들의 상처가 작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30~40% 밖에 아물지 않은 것 같다.

나도 그 일 이후 회복이 안되고 있다. ‘왕따논란’ 이후 나는 대중에게 ‘가요계에서 없어져야 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혔다. 그런 평판은 지금도 여전하다.

7인조에서 9인조로 팀이 확대시킨 건 이전부터 있던 일부 멤버가 생활 속에서 자만심에 찬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멤버의 가세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랐다.

지난해 5월 티아라가 6인조에서 4인조로 개편될 때는 멤버 개개인의 상황과 요구 사항을 최대한 감안했다. 탈퇴 멤버를 설득하기 보다는 놓아주는 방안을 택했다.

마지막 4명(큐리, 은정, 효민, 지은)과 계약 연장에 대한 논의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멤버들에게 “남아있어도 좋지만 앨범을 언제 발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KBS ‘더유닛’ 남녀 최종 선발팀인 ‘유앤비’, ‘유니티’ 앨범, 다이아 앨범 등 일정이 빡빡해 티아라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멤버들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4명이 한 회사를 만들 계획도 있었는데 결국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멤버들과는 여전히 연락도 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상표출원 문제는 1~2년전부터 회사에서 논의됐던 문제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안돼 있어서 진행했더라. 일부 가요팬은 ‘티아라’란 이름이 멤버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럼 팀을 먼저 떠난 아름, 소연, 보람 등이 쓸 수도 있고, 화영의 것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 회사의 입장이라는 게 있다. 멤버들이 ‘티아라’ 이름과 관련해 회사와 소송하고 있지만, 멤버들도 나와 무관한 일이라는 걸 이해한다.(주: 김광수 프로듀서는 MBK엔터테인먼트 음악부문을 총괄하고, 경영진은 별도로 있다.) 회사와 소송 건과는 별개로 나와는 아버지와 딸, 친구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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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MBK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