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르디르성에서 내려다 본 시내 풍경
에이르디르 성에서 내려다 본 마을과 호수 풍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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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인들이 즐겨마시는 ‘차이’. 터키식 홍차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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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방인을 스스럼없이 반기는 아이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이스탄불·아피온·으스파르타(터키)=글·사진 스포츠서울 황철훈기자] “안녕하세요 한국사람?” 길 건너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인사말. 터키에 도착해 현지인이 내게 처음 건넨 말이다. 상기된 표정의 그녀가 연신 말을 걸어온다. “한국 어디에서 왔어요”, “언제 왔어요”. 호기심을 채운 그녀는 한국과의 인연을 짧게 소개한 후 홀연히 사라진다. 터키에 1주일을 머물렀다. 이방인을 대하는 그들의 눈빛엔 늘 환대와 흠모의 눈빛이 역력했다.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함께 사진 찍자고 다가오는 어린 학생부터 ‘꼬레’(코리아)를 외치며 엄치척을 해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정이 느껴진다. ‘형제의 나라’ 터키의 첫인상이다. 터키와의 인연은 멀게는 고구려와 돌궐(튀르크)의 동맹으로 시작됐다 얘기한다. 하지만 그들에겐 한국전쟁 때 피를 나눈 혈맹이라는 기억이 더 또렷하다. 터키의 기성세대들에겐 한국인은 피를 나눈 형제며, 한류 영향을 받은 젊은 층에겐 흠모의 대상이다.터키에서 1주일을 여행하며 이스탄불과 아피온, 으스파르타 총 3개 도시를 둘러봤다. 동서양의 문화가 절묘하게 뒤섞인 신비의 나라 터키. 낯선 나라에서 맞이한 뜻밖의 환대. 7일의 여정이 마치 봄날처럼 기억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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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파르타 ‘장미축제’ 개막 기념행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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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축제 퍼레이드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장미의 도시 ‘으스파르타’

터키 남서부 해발 1000m 고원 으스파르타는 ‘장미의 도시’로 불린다. 장미 재배면적이 자그마치 280㎢로 여의도 면적의 33배가 넘고 이곳에서 생산하는 장미오일이 전 세계 공급량의 65%를 차지한다. 시내에 도착하니 때마침 장미축제 개막식과 함께 축제행렬이 이어졌다. 불가리아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인근 여러 나라의 공연팀이 참여해 나라별 민속 의상으로 차려입고 퍼레이드와 함께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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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파르타 시청 앞에 조성된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동상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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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문익점 ‘이스마일 에펜디’ 동상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축제는 11~15일까지 5일간 진행됐다. 시내 곳곳에는 여러 개의 동상을 볼 수 있다. 가장 많은 동상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로 터키의 초대 대통령이자 독립영웅이다. 아타튀르크는 ‘조국의 아버지’란 뜻으로 1934년 터키 국회가 수여한 경칭이다. 다음은 이스마일 에펜디 동상으로 1888년 불가리아에서 장미 씨를 지팡이와 신발 안쪽에 몰래 숨겨 들어온 인물이다. 으스파르타가 세계 1위 장미오일 생산지가 된 것은 터키의 문익점 에펜디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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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농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장미를 채쥐하고 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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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민석기자가 취재는 뒷전인 채 터키 여인과 사진촬영에 몰두하고 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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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빌릭에서 장미오일을 생산하기 위해 농장에서 수거한 장미를 쏟아붓고 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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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4톤에서 장미오일 1㎏이 생산된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으스파르타 시내를 벗어나면 분홍색 꽃물결이 장관을 펼친다. 호숫가 주변에 자리한 장미농장이다. 장미는 5~6월이 수확기다. 장미 채취는 이른 새벽부터 이뤄진다. 이슬이 맺혀있는 이른 아침에 수확해야 진한 향을 담은 오일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장 인근 장미오일 생산 공장 ‘귤빌릭’을 찾았다. 이 지역에서 제일 큰 공장으로 한 해 생산량만 6000톤이 넘는다. 장미오일 생산과정은 증류주를 만드는 과정과 흡사하다. 장미꽃잎과 물을 1:3 비율로 섞어 가열해 나온 수증기를 냉각 응축시켜 장미수와 오일을 뽑아낸다. 장미 4콘(약 100만송이)에서 장미오일 겨우 1㎏을 얻는다. 이러니 비싸다. 1㎏에 1만유로(약 1270만원)다. 장미오일은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전 세계로 수출돼 향수와 화장품원료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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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르디르 호수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바다 같은 ‘에이르디르 호수’

으스파르타 시내에서 동쪽으로 40여 분을 차로 달리면 바다처럼 펼쳐진 에이르디르 호수를 만난다. 자그마치 517㎢로 여의도 면적의 61배로 광주광역시(501.2㎢)를 그대로 옮겨 놓은 크기지만 터키에서 4번 째 밖에 안된다. 놀라운 것은 해수호가 아닌 담수호란 사실이다. 호숫물 또한 계곡물이 모인 게 아니라 지하에서 솟은 물이라니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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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르디르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카페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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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르디르 성 위에서 바라다 본 풍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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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르디르 호숫가 마을 풍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호수를 한눈에 담기 위해선 남쪽 언덕길을 타고 산정에 오르면 된다. 정상에는 작은 시골마을과 전망대 카페가 있다. 전망대에 서면 광활한 쪽빛 호수와 붉은 지붕을 얹은 호숫가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엔 호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듯 가늘게 이어지는 도로와 끝에 있는 작은 섬(예실섬)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호수가 마을 에이르디르에는 흐르즈 모스크와 에이르디르 성 등 다양한 유적지가 즐비하다. 호수 주변에는 오밀조밀하게 자리한 집과 카페가 동화 속 풍경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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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틴 성채가 남아있는 바위산. 검은 요새라 불린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온천의 도시 ‘아피온’

아피온카라히사르는 이스탄불 남쪽 약 280㎞에 자리한 고원 도시다. 보통 줄여서 아피온이라고 부른다. 이스탄불에서 자동차로 4시간 반 거리(약 420㎞)다. 좀 더 빨리 이동하려면 국내선으로 퀴타히아 공항까지 이동한 후 다시 육로로 가면 된다. 아피온은 터키 최대 온천도시이자 휴양도시다.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 않아 보석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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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피온은 양귀비 최대 생산지로 곳곳에서 하얀 양귀비꽃을 볼 수 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시간여행을 하듯 자리한 구도심과 수많은 유적지, 아름다운 자연이 삶을 시름을 잊게한다. 차창 밖에는 목화솜 같은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펼쳐진다. 하늘과 맞닿을 듯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에 하얀 꽃들이 가득하다. 아편을 만드는 양귀비꽃이다. 이 지역은 양귀비 최대 재배지로 아피온이란 지명도 아편에서 유래했다.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하에 재배된 양귀비는 대부분 의학용 진통제 모르핀 재료로 쓰이고 씨는 식용으로 쓴다. 세계 최대 모르핀 공장도 아피온에 있다. 우뚝 솟은 산들은 우리나라 산들과 달리 키 작은 관목으로 덮여있다. 마치 거대한 암벽에 이끼가 낀 것처럼 생경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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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식 목욕탕 ‘하맘’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아피온은 천혜의 자연과 온천을 앞세워 세계적인 온천 휴양도시를 꿈꾸고 있다. 곳곳에 온천수를 이용한 특급호텔들이 즐비하다. 5성급 특급호텔이 11곳, 4성 호텔을 포함하면 수용인원만 1만5000명에 이른다. 특히 주목할 것은 단순히 온천욕을 즐기며 휴양을 하는 넘어 온천수를 이용한 수치료, ‘서멀테라피’(Thermal Theraphy)를 특화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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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료 전문병원 ‘코카테페 대학병원’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온천탕과 사우나 시설은 물론 호텔 내부에 의사가 상주해 수치료를 통해 재활과 치료를 돕는다. 또한 수치료 전문병원인 ‘코카테페 대학병원’과 연계 서비스도 좋다. 병원에서는 좀 더 세분화된 치료법을 통해 집중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호텔과 병원을 수시로 편하게 오갈 수 있게 샌딩서비스도 제공한다. 아지즈 발 학장은 “하루 300~400명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는다”며 “아피온의 온천수는 수치료에 적합한 광물질을 다양하게 포함하고 있어 치료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무스타파 투투마즈 아피온 주지사는 “아피온은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온천을 가지고 있다. 최근 들어 내국인뿐만 아니라 유럽과 라트비아, 우즈베키스탄 등 외국인 방문객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는 2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이곳을 찾았다”며 “앞으로 아피온이 세계적인 온천치유 여행지로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했다.

도심의 중심에는 226m 높이의 거대한 바위산이 솟아있다. 꼭대기에는 검은 요새로 불리는 비잔틴 시대 성채가 남아있다. 아피온카라히사르에서 카라히사르는 검은 요새란 뜻이다. 성은 아피온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단 700여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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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블레비사원 내부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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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피온을 상징하는 세마춤 조형물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네블레비사원에선 이슬람 신비주의 교단인 메블라나 종단의 발자취를 구경할 수 있다. 아피온은 메블라나 교단의 총본산인 코냐에 이어 두 번째로 유명한 도시다. 메블라나 종단은 13세기 잘랄레딘 루미가 창시한 종단으로 어렵고 경직된 코란보다 명상과 기도, 수행을 통해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종파다. 글자를 아는 일부 지식인이 독점했던 하나님의 진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특히 이 교단은 빙글빙글 도는 수피댄스로 유명하다. 일종의 종교의식으로 행해지는 춤으로 세마(Sema)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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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피온 시장골목. 저멀리 바위산 위로 비잔틴 성채가 솟아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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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피온 구도심 길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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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피온 구도심 길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은 땅을 가르킨 채 신과 접신이 이루어질 때까지 돌고 또 도는 춤이다.

구도심에는 오스만시대 때 지어진 고택들이 즐비하다. 2층 목조건물로 된 고택은 흙벽위에 얇게 시멘트를 바른 벽이 우리 시골집과 닮았다. 바닥은 보도블록 대신 박석을 모자이크처럼 깔았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을 걸었다. 어디선가 불쑥 반가운 얼굴을 마주할 것만 같은 길이다. 셀주크튀르크 시대에 세워진 사원 ‘울루자미’를 비롯해 오스만 시대의 목욕탕과 고색창연한 고택, 수많은 문화유적이 자리한 도시는 하나의 커다란 박물관이다. 시간여행을 하듯 역사의 향기가 깊게 스민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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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국민빵 ‘시미트’ 개당 1.5리라(360원)로 저렴하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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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바치 카디르(Kebapci Kadir)의 염소 케밥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여행정보●가는길

=터키항공은 인천~이스탄불 직항편을 주 11회 씩 왕복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1시간 30분. 시차는 한국보다 6시간 늦다.

●통화 및 물가

=리라(YTL)를 사용한다. 1리라에 한화 약 240원이다. 물가는 저렴한 편이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한국의 반값이다. 터키 국민빵 시미트(Simit)가 1.5리라, 400원도 채 안된다.

●맛집

=이스탄불 히포드롬 광장 북쪽에 자리한 ‘요리사 셀림의 쾨프테집(Tarihi Sultanahmet Koftecisi Selim Usta)’은 터키식 떡갈비 ‘쾨프테’ 맛집으로 100년 전통을 자랑한다. 으스파르타 시내 중심에 자리한 ‘케바치 카디르(Kebapci Kadir)’는 168년 된 유명한 케밥집이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 염소 케밥를 비롯해 터키식 피자 ‘피데’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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