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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국민 스포츠로 자리잡은 프로야구에서 또 성추문이 터졌다. 넥센의 주전선수 두 명이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윤리적 스캔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비슷한 일들이 계속 반복된다는 건 일련의 사태가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성폭행, 음주운전 등 프로야구 선수들의 윤리적 스캔들은 프로야구 전체의 품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악재다. 지금까지는 꼬리를 물고 이어진 추문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안일했다는 반성도 제기된다. 스캔들이 발생하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강력한 제재가 뒤따르고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픈 추억에서 자유로워지는 반복된 일상이 프로야구계에 만연했다. 이제 다람쥐 쳇바퀴도는 안일한 습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가 왔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윤리적 스캔들의 원인과 해결책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프로야구의 미래 또한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스포츠는 근대화의 기반이 된 산업혁명의 산물이다. 산업혁명의 주체로 떠오른 브루주아 계층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고안했는데 이게 바로 스포츠다. 따라서 스포츠에는 부루주아의 자부심과 품격이 그대로 녹아들어있다. 정정당당함을 바탕으로 한 스포츠맨십이 강조되고 돈을 받고 경기에 뛰는 프로페셔널리즘을 스포츠의 본령인 아마추어리즘을 갉아먹는 행위로 강하게 비판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프로 스포츠는 대세가 됐다. 스포츠를 직업으로 삼는다고 해서 스포츠에 내재된 정신적 가치와 품격을 무시해도 좋다는 건 청맹과니의 좁은 식견에 다름 아니다. 프로 스포츠가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여기에 종사하는 직업 선수들은 윤리적 측면을 등한시해선 곤란하다. 스포츠가 인류의 보편적 정신인 윤리와 도덕을 등한시해선 결코 외연을 넓힐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프로 스포츠가 외형을 키우면서 선수들은 윤리와 도덕적 가치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기력이 곧 돈이라는 등식에 사로잡힌 그들은 타자(他者)와 비교되는 자본주의적 삶에 매몰됐다. 도덕과 윤리 등 자신을 살찌우는 고귀한 가치보다는 자본의 증식에만 신경쓰는 구조에서 ‘인간 소외’는 필연적 귀결이다. 인간이 사라진 그 곳엔 오로지 경제적 가치를 더하는 끝없는 증식의 논리만 판칠 뿐이다.
스포츠가 자본주의와 선택적 친화력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도덕과 윤리가 실종된 자본주의는 천박한 자본주의에 다름 아니다. 외형적 성장에만 몰두하고 있는 프로야구에 호흡을 고를 수 있는 전환의 시대가 찾아왔다. 땅바닥에 떨어진 프로 야구선수들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그들의 천박한 의식이 배태된 환경을 바꾸는 게 가장 시급하다. 그들이 야구에 입문한 뒤 정상적인 교육을 내팽개치고 기능인으로 전락한 교육환경, 하루빨리 메스를 대고 수술해야할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다. 일반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고 교육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게 바로 도덕과 윤의의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공부하는 운동선수’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하게 현재도 여전히 일반학생과 분리되고 고립된 환경에서 학창생활을 보내고 있는 게 야구선수들의 일상이다. 분리와 고립이 낳은 인재(人災)는 지금 당장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품격은 타고 나는 게 아니라 갈고 닦는 것이다. 자부심 역시 스스로 느끼는 게 아니라 행동하면서 깨닫는 것이다.
1000만 관중을 목표로 삼은 프로야구는 외형적으로는 꽤나 성장했다. 외형에만 치중하면 필연적으로 안이 허술할 수밖에 없다. 텅 비어있는 그 곳에 도덕과 윤리의식이 바탕이 된 품격과 자부심을 채워넣자. 그래야만 프로야구가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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