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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2015년 10월 14일은 넥센 히어로즈 구단에 남다른 의미를 지닌 날이다. 창단과 동시에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목동구장에서 원치 않는 마지막 경기를 치른 날이기 때문이다. 당시 넥센은 두산과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에서 7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11로 역전패 당하며 시즌을 마쳤다. 넥센 선수단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다짐하면서 목동구장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었으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잔인한 패배와 함께 목동시대에 마침표가 찍혔고 이 패배는 이장석 야구가 침몰하는 시작점이 됐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게 야구다. 특히 2014시즌부터 시작된 타고투저로 인해 6, 7점차가 뒤집히는 경기는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수준급 전력을 갖춘 상위권 팀이 진출해 매경기 전력을 다한다. 불펜투수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교체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간다. 그런데 당시 넥센의 마운드 운용은 누가봐도 이상했다. 선발투수 양훈이 6.1이닝 4실점으로 임무를 완수한 후 상식과는 동 떨어진 불펜운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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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락~한현희~조상우~김대우 순서로 마운드에 올랐는데 패배가 곧 시즌 종료인 상황에서 손승락과 한현희를 너무 오랫동안 마운드에 뒀다. 특히 8회초 2사 후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4개가 남은 상황에서 마무리투수를 맡았던 조상우의 투입시기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손승락과 한현희가 연속안타를 허용해 흔들리는 상황에서 조상우는 하염없이 대기만 하다가 마운드에 올라 결승타를 맞았다. 조상우가 9회초 시작과 동시에 등판해 아웃카운트 3개를 잡는 게 일반적인 불펜 운용인데 당시 넥센 염경엽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혼이 나간듯 모든 판단과 지시가 늦은 것 같았다. 그러면서 8회까지 4점을 앞섰던 넥센은 9회초에만 6점을 내주며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당시 넥센 마운드 운용의 주도권을 염경엽 감독이나 손혁 투수코치가 아닌 이장석 전 대표가 쥐고 있었다는 증언이 꾸준히 들린다. 이 전 대표가 이례적으로 염 감독에게 자신이 준PO 4차전 투수운용을 하겠다고 나섰고 결과는 되돌릴 수 없는 악몽이 됐다는 것이다. 수 년 동안 넥센 선수들을 지도했던 한 지도자는 “준PO 4차전에 앞서 이 전 대표가 염 감독에게 ‘결과에 책임을 질 테니까 내가 투수운용을 하겠다’고 말했다. 염 감독이 그 말을 듣고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염 감독은 이 전 대표가 짠 순서와 상황대로 투수를 투입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2015시즌 후 이 대표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염 감독을 해고하려다 참았다’는 인터뷰를 했다. 기사를 본 염 감독과 코칭스태프 모두 분노를 느끼며 단체로 팀을 나갈 생각까지 했었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이 때부터 야구계에선 염 감독이 SK로 간다는 루머가 꾸준히 돌았고 염 감독은 2016시즌이 끝나고 SK 단장으로 부임했다.
염 감독 외에 코칭스태프 이탈도 꾸준하다. 2015시즌 후 김성갑 2군 감독이 SK로, 최만호 주루코치가 롯데로 떠났고 2016시즌 종료 후에는 염 감독과 함께 이강철, 손혁, 정수성 코치가 넥센 유니폼을 벗었다. 이 전 대표는 이들이 빠진 자리를 경험 많은 지도자로 대체하는 게 아닌 외국인 코치와 구단 내부 자원들로 메웠고 넥센은 2017시즌 5연속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팬에게 꿈을 주는 야구”를 누누이 주장했던 그는 현재 구단자금 횡령과 이면계약서 현금트레이드 파동으로 궁지에 몰렸다. 각종 혐의에 대해 “나와는 무관한 일”, “월급도 받지 않고 일했다”혹은 “우리 구단은 2011년을 기점으로 정상화됐다. 현금 트레이드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으나 이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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