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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모범 FA(프리에이전트)를 넘어 구단 통산 첫 번째 기념비까지 바라본다. 메이저리그(ML) 경험을 바탕으로 무결점 타자이자 리더가 된 LG 외야수 김현수(30)가 대기록을 향해 쾌속질주하고 있다.
김현수는 7일까지 전 경기 개근하면서 0.372의 고타율로 92개의 안타를 날렸다. 전체 일정의 43%를 소화한 시점에서 MVP 후보로 떠오를 정도로 강렬한 이적 첫 해를 만들고 있다. 타순과 수비 위치를 가리지 않고 타석에서 꾸준히 해결사 역할을 수행한다. 시즌 초반에는 2번 타자 좌익수로 나섰지만 아도니스 가르시아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후에는 4번 타자 1루수로 출장해 안타, 타점, 득점에서 리그 1위에 올랐다. 2년 전 KBO리그를 정복하고 ML에 진출했던 모습 이상을 펼쳐보이고 있는 김현수다.
무엇보다 김현수의 합류로 LG 타선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채은성과 양석환 등이 김현수와 함께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경기 전 준비 과정부터 변화를 꾀했고 이는 LG 타선 전체의 진화로 이어졌다. 두산 신인 시절부터 김현수를 지켜본 LG 신경식 타격코치는 “현수를 보면서 우리 젊은 타자들이 많이 발전했다. 경기 준비 자세와 경기에 임하는 자세까지 정말 많이 좋아졌다”며 “물론 현수도 많이 성장했다. 예전에 두산에서 신인이었던 현수에게 티배팅을 시켰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엄연한 팀의 리더가 됐다. 미국에 갔다오면서 경기는 물론 경기 외적으로도 더 성숙해졌다고 본다”고 활짝 웃었다.
LG 류중일 감독도 김현수가 ML 경험을 바탕으로 진화한 것을 강조했다. 류 감독은 “현수가 ML에 갔다온 뒤 경기에 임하는 마인드와 훈련하는 자세가 많이 좋아지지 않았나 싶다. 이전에는 대표팀에서만 현수를 봤기 때문에 좀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2년 동안 선진야구를 경험한 게 현수에게 큰 자산이 된 것 같다. 2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며 “현수가 ML에선 자신보다 뛰어난 선수들을 많이 봤을 것이다. 그 선수들이 경기 전후 훈련하고 관리도 충실히 하는 것을 보고 꾸준히 따라했던 것 같다. 현수가 ML 선수들이 하는 것을 잘 가져온 게 보인다. 덕분에 은성이와 석환이도 현수를 잘 따라하고 있다”고 김현수 효과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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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김현수는 LG 구단과 한국야구 역사에 높은 금자탑을 세울 수 있다. 안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KBO리그 통산 두 번째 200안타 타자가 되는 것은 물론 2014시즌 넥센 서건창이 기록했던 KBO리그 한 시즌 역대 최다인 201안타를 훌쩍 뛰어넘는다. 당시 서건창이 200안타 기록으로 MVP를 수상했던 것을 돌아보면 LG 최초의 MVP까지도 내심 넘볼 수 있다. LG는 전신인 MBC 시절을 포함해 아직 MVP를 배출한 적이 없다. 1995시즌 20승을 달성한 이상훈이 MVP에 가장 근접했으나 이후 한 시즌을 정복한 투수나 타자가 없었다. 타격 부문 타이틀도 2013시즌 이병규의 타격왕 이후 없다.
200안타를 논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일 수도 있지만 김현수는 예전부터 강한 내구성을 앞세워 정규시즌의 90% 이상을 소화했다. 빅리그 진출 당시에도 미국 언론은 김현수를 ‘아이언맨’이라고 칭하며 김현수의 꾸준함에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그리고 김현수는 타율과 안타숫자 외에도 타점, OPS(출루율+장타율) 등 타자를 평가하는 여러가지 지표에서 최상위권에 있다. 단단함과 파워, 그리고 정교함까지 두루 갖춘 김현수의 장점을 고려하면 200안타 돌파와 MVP 등극은 불가능의 영역이 아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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