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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대령기자]‘아프리카의 독수리’ 나이지리아가 무기력한 모습으로 완패를 당했다. 베테랑이 없는 어린 선수단은 경기력이 나빠질 수록 의욕을 잃었고, 의욕이 떨어지자 경기력은 더 나빠졌다.
나이지리아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의 칼리닌그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D조 1차전 크로아티아와 경기에서 0-2로 패했다. 자책골에 이어 무리한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주며 자멸했다.
앞서 진행된 D조의 다른 경기에서 아르헨티나가 아이슬란드와 비기면서 크로아티아와 나이지리아는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면 조 단독 1위로 올라설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두 팀은 이른 득점을 노리는 공격적인 경기 운영 대신 안정을 택했다. 소득 없는 공방이 오고가던 전반 32분 갑작스러운 선제골이 터졌다. 크로아티아의 코너킥 상황에서 만주키치의 머리에 맞은 공이 에테보의 다리를 맞고 그대로 골라인을 넘어갔다. 골키퍼가 뒤늦게 다이빙했지만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자책골로 선제골을 내준 나이지리아는 동점골을 노리기 위해 라인을 서서히 올렸다. 그러나 크로아티아의 중원에는 세계적인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와 이반 라키티치가 버티고 있었다. 중앙에서 패스가 원활하게 돌지 않자 공을 페널티 박스 안으로 투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크로아티아도 무리하게 전진하지 않으니 역습의 기회도 많지 않았다. 결국 전반전은 1-1로 종료됐다.
나이지리아의 무기력한 모습은 후반전에도 이어졌다. 중원 싸움에서 승산이 없자 측면을 노렸다. 그러나 두 측면 공격수 이워비와 모제스의 개인 기량에만 기댔을 뿐 전술적인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모제스는 무리한 드리블을 시도하다 공격권을 뻇겼고, 스트라이커로 나선 이갈로 역시 제대로 된 슛도 시도하지 못했다. 미드필더들은 쉬운 상황에서도 패스미스를 연발했다.
후반 26분엔 추가골을 허용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에콩이 크로아티아의 코너킥 상황에서 만주키치를 잡아끌었다. 주심이 보는 앞에서 범한 노골적인 파울이었기에 페널티킥 판정을 피할 수 없었다. 키커로 나선 모드리치는 깔끔하게 페널티킥을 성공했다. 자책골과 페널티킥으로 자멸한 나이지리아는 완전히 무너졌다.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마음이 조급해지자 의미 없는 크로스와 중거리슛을 남발했다. 후반 27분과 43분 각각 이헤나초와 은완코를 투입해 변화를 꾀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오히려 크로아티아의 코바치치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내주기도 했다. 결국 경기는 나이지리아의 0-2 완패로 끝났다.
아르헨티나를 조 1강으로 가정한다면 나이지리아로서는 최소한 무승부를 챙겨야 하는 경기였다. 하지만 무득점 패배라는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었다. 더 심각한 점은 너무도 무기력하게 패했다는 것이다. 크로아티아보다 많은 14개의 슛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크로아티아의 수비에 활로를 찾지 못하다가 시도한 무리한 슛이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선수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의욕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아이슬란드가 아르헨티나에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용맹하게 반격해 동점골을 만들어낸 것과는 상반된 장면이었다. 나이지리아는 월드컵 본선 32개국 중 선수단 평균 연령이 25세11개월로 가장 어리다. 이날 경기에 출전한 14명의 나이지리아 선수 중 30세가 넘은 선수는 존 오비 미켈뿐이었다. 미켈마저도 후반 43분에 교체 아웃됐다. 경기 막판 흔들리는 팀을 잡아줄 베테랑이 없었고, 이는 결국 무기력한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
daerye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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