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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세계 축구를 양분하고 있는 두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와 리오넬 메시(31)가 월드컵 무대에서 맞대결 없이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각각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의 캡틴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한 호날두와 메시는 조별 리그에서 살아남으면서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포르투갈은 우루과이와 16강에서 맞붙었고, 아르헨티나는 프랑스와 8강 진출을 놓고 맞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일까.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 모두 상대팀에 패하면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짐을 싸게 됐고, 자연스럽게 호날두와 메시의 맞대결도 무산되고 말았다.
메시와 호날두 모두 16강에서 경기 결과를 뒤바꿀만한 큰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조별 리그에서 부진한 활약으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던 메시는 프랑스와 경기에서 명예 회복을 노렸다. 이날 앙헬 디 마리아, 크리스티안 파본과 스리톱으로 나온 메시는 최전방에서 공격의 활로를 모색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수비는 예상보다 단단했고, 다른 선수들마저 공격이 풀리지 않자 메시는 직접 하프라인 근처까지 내려와 공을 받아주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메시가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게 됐고, 오히려 공격 전개가 더 어려워지는 역효과가 났다. 그래도 메시는 열심히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며 득점 기회를 창출해내기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후반 3분 빛을 봤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잡은 메시가 때린 슛이 골대 앞에 서 있던 메르카도의 발을 맞고 굴절되면서 골대 안으로 들어간 것. 행운의 골이었지만 메시의 드리블이 만들어낸 상황이었다.
메시는 2-4로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 막판에도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후반 47분 메시는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세르히오 아구에로를 향해 얼리 크로스를 올렸고, 아구에로는 자신에게 정확하게 온 볼을 헤딩슛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했다. 이 골로 아르헨티나는 프랑스를 1골차로 추격했지만 동점을 만들기엔 남은 시간이 부족했다. 프랑스의 승리를 확정짓는 주심의 휘슬이 불리자 메시의 얼굴엔 허탈함이 감돌았다.
아르헨티나-프랑스전이 끝난 뒤 열린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의 대결에선 호날두가 울었다. 메시와 달리 조별 리그에서 4골을 몰아치면서 이번 월드컵 득점왕까지 노린 호날두는 이날 곤칼루 게데스와 함께 최전방에 배치돼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6분 위협적인 중거리 슛을 때리며 시동을 건 호날두는 특유의 현란한 개인기를 앞세워 우루과이의 수비수를 공략했다. 하지만 조별 리그에서 상대한 팀들과 달리 우루과이 수비진의 ‘질식 수비’는 호날두를 힘들게 했다. 좀처럼 호날두가 득점 찬스를 잡기 힘들 정도로 우루과이의 수비는 견고했다. 여기에 우루과이가 선제골을 넣으면서 수비에 집중하자 호날두의 공격 작업은 더욱 애를 먹었다. 프리킥 찬스가 왔지만 모두 수비벽에 막히면서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포르투갈이 페페의 골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채 10분도 되지 않아 에딘손 카바니에게 추가골을 헌납했고, 마음이 다급해진 호날두는 후반 막판 무리한 슛을 때리는 등 평정심을 잃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포르투갈은 1-2로 우루과이에 무릎을 꿇었고, 호날두의 월드컵도 16강에서 마무리 됐다.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이 16강에서 모두 승리했다면 양 팀은 8강에서 만나는 대진이었다. 호날두와 메시의 사상 첫 월드컵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메시와 호날두의 맞대결도 허무하게 물건너갔다. 또한 30대 초·중반인 두 선수에겐 이번 월드컵이 사실상 커리어 마지막 월드컵일 가능성이 높다. 4년 뒤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기엔 무리가 있다. 생애 마지막 월드컵일지도 모르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꿈꿨던 호날두와 메시의 여정은 예상보다 이른 시점인 16강에서 마침표를 찍고 말았다. 쓸쓸한 퇴장이다.
superpow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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