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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터미널 계류장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  이선율 기자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 지난 1일 기내식 미탑재로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항공기 51편이 잇따라 지연된 사건이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태가 하루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일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자정부터 기내식 공급작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51편 운항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기내식을 제공하지 못한 승객들에게 회사는 보상 차원에서 바우처를 제공했지만 지연으로 인해 일정이 꼬인 승객들의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튿날인 2일에도 오전 첫 비행기를 시작으로 오후까지 전날 지연된 연결편 문제로 일부 연쇄 지연이 발생했다.

한 승객은 “단거리 노선 중심으로 항공편이 지연됐다고 하지만 장거리인 하와이, 프랑크푸르트 등 노선도 기내식이 안실려 지연됐다. 이유도 말 안 해주고 만원짜리 식사 쿠폰 하나 달랑줬다.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는 그래도 어떻게든 기내식을 실어 보내던데, 이코노미석은 대충 쿠폰으로 때우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항공업계 한 종사자는 “기내식 미탑재로 현장 승무원들은 공항에서 무릎 꿇고 승객에게 사과까지 하고 있는데 이날 박삼구 회장은 중국으로 골프치러 갔다. 더욱이 박 회장이 탄 항공기에는 기내식이 제대로 실렸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기내식 대란, 공급자 변경 과정에서 시작

승객들에게 말하지 못한 기내식 대란의 발단은 기내식 공급자가 바뀌면서 시작됐다. 지난 1일 0시부터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공급업체를 기존 LSG 스카이셰프코리아(이하 LSG)에서 국내 소규모 기내식업체인 샤프도앤코로 바꿨다. 소규모 업체가 달라진 기내식 납품 방식을 빠르게 적응하고 실어나르기에는 무리였다. 아시아나항공 하루 수요량만 3만인분인데, 이 업체의 기내식 생산능력은 하루 3000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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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진. 이선율 기자.

샤프도앤코도 원래 계약한 공급업체도 아니었다. 지난해 2월 아시아나항공의 모기업 금호홀딩스는 중국 하이난항공과 합작회사 게이트고메코리아와 30년짜리 장기 기내식 서비스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과거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자회사 LSG스카이셰프코리아(이하 LSG)와 15년 가까이 기내식 공급 계약을 체결해왔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업체를 변경하면서 업계에 관심에 쏠렸다. 이번 파트너 변경으로 LSG는 6월말까지만 기내식을 납품했다.

수상한 점은 계약을 체결한 시기에 중국 하이난은 금호홀딩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는 점이다. 당시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중국 하이난항공그룹 자금이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활용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차입금이 많은 아시아나항공만으로는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하이난항공그룹이 전략적 제휴를 위해 이번 BW를 취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새로 체결한 회사와 7월1일부터 기내식 공급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 3월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했다. 게이트고메코리아가 건설중인 기내식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생산라인 일부가 마비된 것. 화재 당시 LSG스카이셰프와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왔지만 연장하지 못했다. 결국 게이트고메코리아가 하청업체인 샤프도앤코에게 3개월 단기 계약을 맺고 기내식 공급을 임시로 맡기는 차선책을 택하게 됐다.

◇협상 과정 박삼구 회장과 연관 의혹…공정위 조사중

LSG와 협상이 틀어진 것은 아시아나항공이 자초했다는 평가다. 심지어 LSG와는 법적 소송 직전 단계까지 직면해있다. 지난해 9월 LSG는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을 위한 계약 갱신을 협상하면서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줄 것을 요구했다면서 불공정거래 및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로 판단, 공정위에 신고했다. LSG는 배임 우려 때문에 이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해당 사건을 접수한 뒤 현재 LSG에서 게이트고메로 기내식 공급자가 바뀐 과정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지만 LSG 주장이 사실이라면 공정거래법상 위반으로 또한번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도 지난 4월부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2015년 10월 금호홀딩스에 400억원(보통주 20만 주·우선주 20만 주)을 기부금 형식으로 출자해 지원한 행위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LSG 한 관계자는 “게이트고메코리아 측 인력과 LSG 측 퇴직한 외부 인력 수십여명도 투입돼 인력충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정위 조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로, 당분간 아시아나항공과 기내식 계약 연장 합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게이트고메 측 일부 인력을 투입해 기내식 생산능력은 충분하다”며 “다만 갑작스럽게 업체가 변경됐기 때문에 직원들의 숙련도가 떨어져 일부 지연이 이어질 수는 있다”며 “이른 시일내 정상화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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