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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야구 팬은 화끈한 공격 야구를 좋아한다.”
몇 해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최고위 관계자가 국제대회를 관전한 뒤 웃으며 말했다. 야구광으로 알려진 사람이었지만 깊이에는 관심없어 보였다. 그저 홈런 펑펑 치는 등의 호쾌한 타격에 야구의 묘미가 모두 담겨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인상이 짙었다. 공교롭게도 그가 공격 야구에 흥미를 갖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KBO리그는 거짓말처럼 타고투저 시대로 접어들었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부터 한국 야구의 국제경쟁력이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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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는 LG 김현수가 KIA 윤석민의 변화구를 걷어 올려 역전 결승 그랜드슬램을 폭발했고 비슷한 시간에 SK 최정은 한화 서균에게서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뽑아내 각자의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9회까지 0-0으로 이어지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긴장감이 사라진지 오래다. 올해도 지난 7일까지 1-0 승부가 단 한 번, 그것도 6회초 강우 콜드로 KT가 승리한 지난달 30일 수원 NC전 뿐이다. 역전승만 212차례 나왔고 이 중 20%에 육박하는 42승이 7회 이후 뒤집기 승부로 전개됐다. 각 팀 마무리 투수를 포함한 필승조는 118차례 블론 세이브를 기록해 지난해 시즌 전체(174회)의 67.8% 수준을 돌파했다. 요기 베라가 강조한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득점 과정에 타자들의 기술이 동반되는 장면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투수가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내거나 야수들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흐름을 넘겨주는 모습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7일 광주에서는 KIA 야수들의 송구실책과 LG 야수들의 낙구점 판단 미스 등이 난타전을 일으킨 촉매가 됐다. 칼날 제구와 군더더기 없는 수비로 보는 이들에게 쫄깃쫄깃한 긴장감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플레이로 야구 자체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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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한 감독들은 “단순히 공을 던지고 치는 행위 외에 특출난 장기가 있는 선수를 신인 드래프트 때 중점적으로 체크하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또 “주루나 수비에 특화된 선수를 집중 육성하라”고도 한다. 그런 선수가 그만큼 드물다는 의미다. 투수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한 가운데로 정직하게 던지거나 투구습관을 쉽게 노출해 스스로 구종을 알려주는 투수가 넘쳐난다는 뜻이다.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지난 7일 고척 NC-넥센전을 중계하던 도중 “관중들이 돈을 내고 입장했다는 것을 선수들이 인지했으면 좋겠다. 사회인야구 같은 플레이를 보기 위해 주말 황금 시간대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야구장을 찾지는 않을 것이다. 프로라면 기술적으로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일침했다. 야구에는 타격만 있는 게 아니다. 제구와 수비는 땀 흘린만큼 결실을 맺게 돼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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