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2012 프로야구 한화-LG] 한화 김태균이 1일 폭염속에 진행된 잠실 LG전에서 머리에 얼음주머니를 얹었다가 수건을 얹었다 하면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1994년 이후 가장 뜨거운 폭염이 2018년 전국을 뒤덮고 있다. 더위로 유명한 대구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강력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땡볕 아래서 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곳곳에 신축 구장이 들어선 최근엔 그나마 나아졌지만, 과거에는 무더위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여름철 야구팬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하곤 했다.

무더위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일화는 ‘박명환 양배추 해프닝’이다. 두산 소속이던 2005년 6월 잠실 한화전에서 역투하던 박명환의 모자가 와일드한 투구 동작 때문에 벗겨졌는데 안에서 양배추 잎 하나가 땅으로 툭 떨어진 것. 박명환은 “갑상선 항진증 때문에 몸에 열이 많아 날씨가 조금만 무더워지면 투구하기가 힘들었다. 어느 날 아내가 얼린 양배추 잎 9장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준비해줬다. 이걸 머리에 얹고 마운드에 들어서니 시원한 게 집중력도 좋아졌다”라며 양배추를 활용한 이유를 밝혔다. 이 장면은 외신에도 소개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임시 규칙위원회를 열고 양배추를 이물질로 규정하고 향후 양배추를 소지하고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SS포토] 최정 \'대구 폭염 엄청 나네요\'
11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삼성과 SK의 경기가 열렸다. SK 최정과 박정권이 나란히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대구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무더위가 시작되는 기간이면 가장 악명을 떨쳤던 곳이 있다. 삼성의 예전 홈구장인 대구시민야구장이다. 내리쬐는 햇볕에 인조잔디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이 더해져 흡사 습식 사우나를 연상케하는 무더위를 만들어냈다. 지금도 삼성 김한수 감독 및 선수들은 대구시민야구장 얘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친다. 그만큼 선수들을 힘들게 했다는 것이다. 경기장에 얽힌 에피소드도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인 1980년대 후반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이틀 연속 더블헤더가 예정돼 있던 원정팀 빙그레는 폭염을 피하기 위해 인근 시장에서 대나무발을 구입해 더그아웃 앞에 설치했다. 물론 시야 방해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철거하긴 했지만 더위가 만들어낸 진풍경이었다. 이 밖에도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공수해 온 얼음주머니를 머리에 얹고 더위를 식히기도 했고 일부 선수는 아예 더그아웃 밖으로 나와 펜스에 기대고 앉아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곳곳에 에어컨이 있고 더그아웃에 미스트 분무장치가 설치돼 있는 신축구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는 더이상 이런 장면을 보기 힘들다.

[포토]폭염이 싫은 린드블럼, 나는 냉풍기 조절자~
두산 린드블럼이 22일 LG전, 더그아웃의 에어컨 곁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잠실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더위를 식혀줄 수단이 선풍기 뿐이었던 것도 이젠 옛말이다. 지금은 더그아웃에도 에어컨이 등장했다. 코끼리 코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일명 ‘코끼리 에어컨’이 그것이다. 넥센이 목동구장을 사용하던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인 ‘코끼리 에어컨’은 각 구단이 경쟁적으로 도입하며 이젠 대부분의 야구장 더그아웃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더위에 훈련을 마치고 더그아웃에 돌아온 선수들이 가장 먼저 찾는 ‘필수템(필수+아이템)’이 됐다.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곳에 팔을 넣고 더위를 식히는 선수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폭염을 피하기 위한 구단의 자구책도 점점 강력해지는 무더위만큼 다양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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