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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돌아온 홈런왕’ 박병호(32·넥센)이 두 명의 사령탑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5위 경쟁을 넘어 4위 입성까지 바라는 넥센 장정석 감독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고뇌에 빠진 한국 야구 대표팀 선동열 감독의 시름을 동시에 덜어냈다.
박병호는 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IA전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0-2으로 뒤진 4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KIA 선발 임기영의 바깥쪽 커브를 걷어 올려 좌월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이날 홈런으로 KBO리그 역대 두 번째, 우타자로는 최초로 5연속시즌 30홈런을 돌파했다. 후반기 19경기에서 11개의 아치를 그려내는 가파른 페이스로 팀의 4강 경쟁을 이끌뿐만 아니라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타선의 기둥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충족했다.
종아리 부상 등으로 45일간 자리를 비웠던 박병호는 부상회복 후 타격 밸런스를 찾으면서 구장을 가리지 않고 홈런을 양산하고 있다. 홈인 고척에서 15개를 때려냈고 드넓은 잠실에서도 6홈런을 기록했다. 빅리그에서도 인정받은 비거리를 자랑하는 만큼 “구장이 작은 목동을 홈으로 쓴 덕분에 많은 홈런을 때려냈다”는 일부 폄훼 세력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특히 후반기 페이스만 놓고보면 넥센의 남은 33경기에서 19홈런을 때려낼 수 있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역대 최초의 4연속시즌 40홈런 돌파는 물론 내친김에 3연속시즌 50홈런에 도전할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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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의 가치가 높은 것은 단순히 많은 홈런을 때려내기 때문만이 아니다. 성실한 자세로 이른바 ‘교과서 선배’의 전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박병호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상대 배터리뿐만 아니라 우리 팀 타선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타석에서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뿐만 아니라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의 리더로 후배들을 이끄는 역할도 정말 잘해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경험을 쌓은 뒤 심리적으로 더욱 단단해졌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워낙 뛰어난 선수인데다 노력파라 큰 결점이 없어 보인다”고 극찬했다.
가파른 홈런 페이스는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19개, 왼손에게 5개, 잠수함 계열에 6개를 쏘아 올려 투수 유형을 가리지 않는 폭발력이 박병호의 가장 큰 매력이다. SK 최정의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중심타선이 헐거워진 게 사실이다.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대회는 이른바 ‘블라인드 테스트’ 성격이 짙어 흐름을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홈런 한 방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의 주역이 된 이승엽의 홈런 두 방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박병호의 5연속시즌 30홈런이 갖는 의미가 예상외로 크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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