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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내용은 좋지 않았지만 행운이 따랐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5위·한국체대)이 예상을 깨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웨스턴 앤 서던오픈(총상금 566만9360 달러)에서 순조롭게 출발했다. 15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단식 1회전에서 강적인 잭 소크(20위·미국)에게 2-1(2-6 6-1 6-2) 역전승을 거뒀다.
소크는 지난해 세계 랭킹 8위까지 올랐던 톱 랭커 출신이다. 발목 부상에 이어 등 통증으로 컨디션 난조를 겪었던 정현에게는 어려운 싸움이 예상됐지만 2세트 도중 소크가 허리 부위 통증을 호소한 뒤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지면서 역전승할 수 있었다. 1세트는 소크의 완승. 정현은 자신의 서브 게임을 두 차례나 내주며 2-6으로 기선을 제압당했다. 그러나 2세트부터 경기 흐름이 달라졌다. 정현은 처음으로 상대 서브 게임을 따내 3-1로 달아났고 소크가 허리 통증으로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르면서 승기가 급격히 정현 쪽으로 기울었다. 정현은 이후 움직임이 부쩍 둔해진 소크를 상대로 내리 세 게임을 더 가져와 2세트를 6-1로 마무리했다. 기세가 오른 정현은 3세트 게임스코어 2-2에서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연달아 4게임을 따내 승부를 결정지었다.
32강에 이름을 올린 정현은 2회전에서 대회 4번 시드인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3위·아르헨티나)를 상대한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델 포트로는 198㎝의 장신으로 정현보다 10㎝나 더 크다. 1988년생으로 정현보다 8살 많고 2009년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한 강자다. 투어 대회 단식에서 22차례나 우승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특히 20대 초반이던 2009년 US오픈 결승에서 당대 최강으로 군림하던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세계적인 톱 랭커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와 달리 고질적인 손목 부상 등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 횟수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정현과는 이번이 첫 맞대결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단식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던 델 포트로는 큰 키에서 내리꽂는 서브가 강점이다. ATP 투어 서브 지수에서도 8위에 올라 있다. 서브가 강한 선수에게 약한 정현에게는 산 넘어 산,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하지만 정상급 강자인 델 포트로를 넘는다면 이달 말 개막하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US오픈 전망도 한층 밝아질 수 있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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