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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 행사장 입구에 전시된 주요 로봇기기들. 이선율 기자.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시아 최대 규모의 IT전문상가로서의 위상을 떨쳤다가 온라인 쇼핑 확산과 당시 주력 상품이었던 PC 수요 급감으로 침체 위기를 겪었던 용산 전자랜드가 ‘로봇’을 앞세워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17일 서울시 용산 전자랜드 신관 4층에서 열린 ‘2018 용산 로봇 페스티벌’ 현장을 찾았다. 총 300여평 규모의 총 20여개의 국내 로봇 업체가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용산을 로봇 신유통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자랜드가 처음 추진하면서 이뤄졌다.

이날 전자랜드는 서울시,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함께 ‘로봇 신유통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 국내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로봇 신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고 용산전자상가 일대 활성화를 위해 상호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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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중앙에 배치된 수조에 자율유영 로봇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다. 이선율 기자.

들어서자마자 지느러미를 힘차게 움직이며 헤엄치는 수조 속 로봇 물고기가 눈에 띄었다. 이 로봇 물고기의 이름은 ‘마이로’로, 로봇업체 아이로가 제작한 관상용 로봇이다. 아이로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자율유영 로봇 물고기를 만든 업체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러 물고기 로봇이 실제 물고기처럼 자연스럽게 유영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오용주 아이로 대표는 “현재 사이즈별로 마이로-9(53㎝), 마이로-7(35㎝) 두 모델이 출시됐으며, 밤에는 로봇 물고기에 발광체가 나와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주기도 하고, 물고기 안에 카메라를 부착해 유영하는 내부 물 속을 보다 자세히 관찰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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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농약 살포용 대형 드론. 이 드론은 현재 벼 종자 파종, 비료살포, 농약살포 등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이선율 기자

그 옆에는 대형 드론이 무게감있는 모습으로 전시장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었다. 무게가 무려 20㎏에 달하는 이 드론(spider F-1)은 농약을 살포하는 용도의 농업용으로 제작됐으며 1회 비행에 분사를 약 3000평 규모까지 할 수 있다. 강현웅 성균관대 겸임교수 겸 핸즈온테크놀러지 대표는 “20㎏ 규모는 이 제품이 국내 최초로 인가됐으며, 벼 종자 파종, 비료살포, 농약살포 등 용도로 실제 사용되고 있다”며 “다리 부분에 농약을 뿌릴 수 있는 모터를 장착했는 데 각도가 수직이 아닌 특정 각도로 휘어지게 만들어 안정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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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사람과 소통하고 춤추는 로봇, 사람의 감정을 읽어 상황별 맞춤형 안내를 하는 로봇이 전시돼있다. 이선율 기자

사람과 친숙한 로봇도 행사장을 찾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로봇이 악수를 건내고 춤을 추는가 하면 그 옆에는 작은 사이즈의 고래가 꼬리를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특이하게 레고브릭을 이용해 인간과 고래의 모형을 본뜬 이 제품은 핸즈온테크놀로지가 실제 움직이는 원리도 인간을 비롯한 동물이나 곤충, 물고기 등 기본구조, 원리 및 매커니즘을 모방해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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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브릭을 이용해 고래를 모방해 만든 로봇(맨 위), 커피를 만들어 주는 로봇(가운데), 사람의 행동, 표정에 관심을 가지고 대화하는 로봇(아래). 이선율 기자

이 밖에도 치매를 예방하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장착해 어르신들이 춤 동작을 따라하도록 안내하는 로봇, 아이의 행동, 표정을 읽어 대화를 할 수 있는 로봇, 커피를 알아서 타주는 로봇 등을 비롯해 스파이더맨, 이순신 장군 등 모습을 본뜬 3D프린터 제품들이 손님들을 맞이했다.

이날 열린 개막식에 참석한 홍봉철 전자랜드프리이스킹 회장은 용산전자랜드를 한국 로봇 유통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며 향후 비전을 소개했다.

홍 회장은 “로봇사업은 아직 신사업으로 현재 수요가 없어 내수 유통을 통해 자국 수요를 만들어야 제조업까지 함께 성장시켜 글로벌한 상표를 탄생시킬 수 있다“면서 “꾸준히 전기전자제품 전문 유통사로서 외길을 걸어온 만큼 이번에도 한국로봇사업이 전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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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철 전자랜드 회장이 17일 서울시 용산 전자랜드 신관 4층에서 열린 개막식에 참석해 회사의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선율 기자.

옥치국 전자랜드 대표이사(사장)은 “3년전만 해도 주변 상점들이 작고 영세한 데다 빠른 유통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발전이 더디고 뒤쳐지면서 상권이 죽었다”면서 “최근 전자랜드는 4차산업시대 성장에 발맞춰 직원들에게 제품에 대한 이해 뿐 아니라 코딩교육 등도 진행하는 등 전자전기 제품에 특화된 종합 양판점으로 변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유통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5년뒤쯤에는 이곳이 한국 로봇유통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자랜드가 주관하고 서울시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함께하는 2018 용산 로봇 페스티벌은 누구나 무료입장 가능하며 오는 26일까지 서울시 용산구 전자랜드 신관 4층에 진행된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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