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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호 수변길은 가을 걷기와 트레킹 코스로 제격이다. 특히 호숫가를 돌아 걷는 수변길은 경관이 빼어날 뿐더러 거의 평평한 코스로 이뤄져 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렵지 않다. 사계절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지만 만산에 홍엽이 들어가는 초가을에는 특히 더 좋다.
접근성도 좋다. 외지에서 오자면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면 바로 닿을 수 있다. 장성댐으로부터 임도를 따라 살짝 올라가면 멀리 백암산이 보이고 이곳으로부터 수변길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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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변길은 호반 위 데크를 걷는데 나무터널이 우거져 녹음을 선사하는 덕에 덥지않게 걸어갈 수 있다. 데크는 한 폭 너비 정도로 둘이 나란히 가거나, 앞서가는 이와 교행도 가능하다. 또 그리 넓지도 않아 서로 마주치면 눈인사를 나눠야하기에 정겨운 걷기길이라 할 수 있다.
간간이 나무가 데크 위로 가지를 뻗어나와 노염(老炎)을 피할 수 있는 시원한 그늘과 물들어가는 단풍잎을 샘플삼아 보여준다. 한쪽은 비탈이고 다른 한쪽은 물이다. 산수를 함께 즐기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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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푸른 물. 하지만 이 물에는 실향의 설움이 녹아있다. 장성댐이 건설될 때 장성군 북상면의 4개 마을(율행.임실.용암.도곡.장평)이 잠겼다. 아무리 맑은 물이라도 보이지 않는 고향 마을.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백길 물 속에 두고 떠나온 이들의 상실감은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겠으나 이제 수변길 호수를 빙빙 둘러 걸으며 그나마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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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면에는 조정을 즐기는 이들을 볼 수 있다. 명경같은 물살을 시옷(ㅅ)자로 가르며 힘차게 노를 저어 활주한다. 장성호에는 조정경기장이 있다. 이국적인 조정보트가 수면에 획을 그으며 무심한 발걸음에 걷는 재미를 더한다.
댐이 생기고 호수가 차오르며 원 모습 그대로 데크길이 두른다. 구불구불 감기는 길. 요 앞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올까 궁금해지는 까닭에 특히나 심심하지 않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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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길이 끝나면 팔각정이 나오고 산으로 오르는 오솔길이 이어진다. 경사도는 완만하지만 나무뿌리와 바위를 딛고 걸어야 하는 그야말로 산길이다. 바삐 갈 것없이 쉬엄쉬엄 걸으면 된다. 좁으니 앞서 사람이 오면 멈춰서고 중간중간에 놓인 벤치나 바위에 걸터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쉬면 된다. 나무 새로 바람이 불어와 어느새 맺힌 땀을 식혀준다. 산길도 잠깐이다. 언덕만 넘으면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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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점으로부터 1㎞ 쯤 되는 지점에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출렁다리’가 등장한다. 황금색 주탑이 우뚝선 현수교가 호수 한켠을 가로 지른다. ‘옐로시티’를 표방하는 장성군 답게 온통 샛노란 색이다. 출렁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오목하게 들어선 산길을 30~40분 정도 둘러가야 했다.
걸음마다 출렁출렁 흔들리는 다리를 걸어가 다보면 물위를 날아가는 듯하여 아찔한 기분이 든다. 기념사진을 찍는 포인트라 많은 이들이 멈춰 쉬었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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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돌아가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 절반도 채 못온 여정이다. 수변길은 평탄한 임도를 따라 수성리, 조정경기장까지 이어진다. 총 7.5㎞. 슬슬 걸어도 2시간 정도를 가야한다. 수성리 마을 뒷편에는 봉화대와 망점산성의 흔적이 남은 성미산이 지키고 섰다. 산으로 오를 수도 , 조정경기장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수성리 마을에 도착하기 전, 조그마한 부락에 커피숍을 겸한 식당이 있는데 이곳에서 많이들 쉬었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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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물 들어가는 장성의 명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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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이 선비문화가 깃든 양반골로 불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중 호남 유일 사액서원으로 알려진 필암서원(筆巖書院)이 있기 때문이다.
필암서원은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1510∼1560)를 기리기 위해 사후 30년인 1590년(선조 23년)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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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의 서원들이 언덕빼기 비탈에 건물이 배치된 것에 비해 필암서원은 평평한 대지에 아기자기하게 건물을 배치했다. 강당인 청절당이 앞에 있고 동재와 서재 등 재사를 뒤에 뒀다. 맨 뒤에는 제향공간이 위치했다. 현종 3년(1662년) ‘필암서원’으로 사액을 받아 호남의 대표 서원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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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암서원에는 여타 서원과는 다른 기능의 건물이 있다. 바로 경장각이다. 하서는 34세 나이로 인종(仁宗) 임금의 즉위 전 스승인 시강(侍講)으로 지냈는데 이때 세자가 묵죽(墨竹)을 그려 하사했다. 후일 정조가 경장각이란 현판을 사액하고 이곳에 묵죽을 보관토록 했다.
하서는 인종이 즉위하고 나서 바로 승하하자, 일체 관직을 사양하고 세상을 등지고 학문을 수양하며 이곳에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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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테마파크도 있다. 장성군의 상징 인물은 홍길동이다. 매년 홍길동 축제를 벌인다. 황룡면 홍길동테마파크는 공원 형태로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쉬어갈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테마파크에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이름’인 홍길동 생가와 그의 만화적 캐릭터 상 등을 갖춰 놓아 많은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각종 행정서류 서식이나 민간의 신청서류에 열 중 하나 예시되는 이름이 홍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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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사회 타파 등 선구자적 이미지를 지닌 홍길동은 소설 속 가상인물로 알려졌으나 실존 인물을 토대로 각색했다는 설이 대두되고 있다. 홍길동이란 이름이 등장하는 문헌도 소설 이전에 있었다. 천하를 호령하던 의적으로 활동하다 부하들을 데리고 떠나 건설했다는 율도국은 일본 오키나와에 있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국내 최초 만화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최고의 캐릭터’ 홍길동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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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한참 이르지만 9월이 지나고 나면 슬슬 단풍이 든다. 전국에서 가장 이름난 단풍 명소 중 하나인 백양사는 이파리가 유독 붉고 작은 애기단풍(당단풍)으로 유명하다. 또한 단풍 산행길을 함께 하는 계곡과 소(沼)가 아름다워 많은 이들이 가을이면 모여든다. 학바위를 등에 진 쌍계루 밑 개울에 징검다리를 걸고 바라보는 풍경은 특히나 아름다워 한국의 가을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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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단풍 수종이 더 붉을까?. 단풍이 물드는 이유를 먼저 알아두면 좋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잎이 생장을 멈추고 얇아진다. 엽록소를 스스로 분해하게 되는데 이때 안토시안을 생성하며 붉은 색으로 변하게 된다. 백양사 일대의 애기단풍은 보통의 단풍보다 작고 얇다. 얇을수록 빛을 투과시킬 때 더욱 영롱한 색이 난다. 그래서 가장 선명한 붉은 색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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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를 오르다보면 개천을 끼고 걷게 되는데 가을이면 늘 이곳에 환상적인 풍광이 연출된다. 쌍계루 아래로 물을 막아놓아 거울처럼 잔잔한 연못에 단풍이 비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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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ry@sportsseoul.com
여행정보
●둘러볼만한 곳=장성에서 가장 이름난 곳은 축령산 편백나무 숲이다, 국내 최대 편백나무 군락지로 일명 ‘장성 치유의 숲’으로 불린다. 한국전쟁 직후 인 1956년부터 596㏊의 산자락에 조성한 편백나무가 무려 250만 그루가 넘는다. 강한 피톤치드 효과로 삼림욕의 성지로 불리는 이곳은 그리 가파르지 않은 등산로를 통해 한 바퀴 돌아보며 숲의 치유기능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났다.
서삼면 모암마을, 대덕마을, 추암리 괴정마을, 북일면 금곡영화마을 등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있다. 이중 모암마을에서 시작해 축령산을 넘어 금곡영화마을로 나가는 코스는 산행객에게, 거꾸로 금곡마을부터 괴정마을까지 코스는 트레커들에게 인기가 있다. 각각 약 3시간 정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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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황룡면 구석길 청자연은 인근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와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만든 ‘자연밥상’으로 손님을 불러들이는 집이다. 평일 휴일 가릴 것 없이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직접 담근 된장과 장아찌, 나물 등 여러 가지 찬을 시원한 냉국과 함께 맛볼 수 있다.
특이하게도 일요일에 오면 평소 3000원을 추가로 받던 떡갈비를 그냥 차려준다.
돼지고기를 다져 다시 뭉쳐낸 다음 구워낸 떡갈비는 씹는 맛도 좋고 속에 가득한 육즙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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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후 건너편 카페에 가면 커피와 차를 또 그냥 준다. 제주도에서 영감을 받아, 헛간을 근사한 카페로 개조한 곳에서 직접 내린 커피와 건강차를 얻어 마실 수 있다.
장성은 물이 좋아 민물매운탕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고장이다. 수변길을 걷다가 거의 마지막 부근에서 만날 수 있는 풍차와 호수는 레스토랑과 펜션을 겸한 집이다. 호숫가에 위치해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이집은 빠가사리(동자개) 등 민물매운탕과 닭백숙 등 국물요리를 곧잘 끓여낸다. 칼칼하고 매콤한 국물에 담긴 부드러운 생선살을 그저 숟가락으로만 긁어 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든든함은 물론이고 트레킹에 지친 심신에 단비를 뿌린다.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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