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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 나지완은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한동안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려야 했다. 팀 후배 안치홍을 대신해 대표팀에 승선해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 혜택을 받은 것에 엄청난 비난이 따라온 탓이다.
4년 뒤 LG 오지환(28)이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 백업 유격수로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이렇다 할 역할 없이 우승에 동참했다. 일각에서는 “체육 특기자들의 병역 면제 혜택이 사라지면 오지환 탓”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결과만 놓고보면 합법적으로 혜택을 받았는데도 병역 ‘면탈’이라는 표현으로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매도하기 바쁘다. 현역입대를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대표팀 승선을 노렸던 오지환의 의도는 비난받을만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뒷짐지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LG 구단 등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LG는 4일 재개하는 KBO리그에서 막판 스퍼트를 해야하는 처지다. 이날 전까지 시즌 56승(1무 59패)을 따내 5위에 머물러 있다. 같은 경기 수(116경기)를 치른 삼성에 1경기 앞서있고, 치열한 7, 8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롯데 KIA보다는 6경기를 더 치렀다. 전력안정감에서 삼성 KIA 롯데 등이 LG보다 떨어진다고 볼 수 없어 팀 분위기 단속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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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두 번째 개막전인 이날, LG는 왼손 에이스 차우찬을 선발로 내세웠다. KT전에 잘던지기도 했고 경기 일정을 고려한 선택이기도 하다. 첫 단추를 차우찬이 잘꿰면 테일러 윌슨과 헨리 소사 등 외국인 투수들을 앞세워 승 수 쌓기에 돌입하겠다는 게 LG 류중일 감독의 구상인 셈이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이후 LG를 둘러싼 분위기를 고려하면 공수에서 중추역할을 해야 할 오지환의 ‘평정심 유지’가 더 중요해 보인다. 2014년 인천대회가 끝난 뒤 나지완은 한동안 “관중석에 계시는 모든 팬이 나를 보고 욕을 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칠 수도 없을만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올해 오지환은 당시 나지완과는 비교될 수 없는 비난을 받고 있다. 흔들림없이 경기를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따라온다.
공교롭게도 그 첫 상대가 까다로운 라이언 피어밴드(KT)다. 오지환은 피어밴드가 넥센에 있을 때부터 20타수 2안타로 약했다. 올해는 16차례 타석에 들어서 볼넷 두 개를 얻어냈을 뿐 삼진 6개를 더해 14타수 무안타로 철저히 눌렸다. 중대 기로에 선 오지환이 LG의 반등과 함께 이미지 쇄신을 이끌 수 있을지 눈길이 모인다. KBO리그 선수들은 모든 문제를 ‘야구’로 해결하면 된다고 믿는다. 그 믿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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