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훈련
이청용이 지난 7일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보훔 첫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캡처 | 보훔 구단 페이스북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블루드래곤’ 이청용(30)이 새 둥지를 튼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VfL 보훔은 1848년 창단, 독일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과거부터 1~2부를 자주 오갔는데, 2010~2011시즌 이후 9시즌째 2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올해 2월 지휘봉을 잡은 로빈 두트 감독 체제에서 상승세다. 지난 시즌 하반기에만 승점 22(6승4무2패)를 따내면서 6위로 마쳤는데, 올 시즌 포지션 곳곳에 베테랑 선수를 수혈하면서 1부 승격을 꿈꾸고 있다. 이청용은 보훔과 1+1년 계약을 맺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털 팰리스와 결별한 이청용은 새 팀을 찾기까지 무려 3개월이나 걸렸다. 애초 프리미어리그가 아니더라도 챔피언십(2부) 등 잉글랜드 잔류를 우선으로 한 이청용은 지난 시즌 출전 횟수가 크게 모자랄뿐더러 영국 워크퍼밋 발급 등이 어려워지면서 타 리그로 눈을 돌려야 했다. 이청용은 유럽에서 한 번 더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이청용이 잉글랜드에 무게 중심을 둔 기간 다른 유럽 리그 팀들은 러시아 월드컵과 맞물리면서 일찌감치 차기 시즌 스쿼드를 완성했다. 크리스털 팰리스 시절 막바지 눈에 띄지 못한 이청용에 대한 관심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었다. 유럽 잔류가 여의치 않으면서 이청용은 국내 복귀도 고려했다. 러시아 월드컵 막바지 국내에 머무는 동안 이청용 에이전트가 K리그 일부 구단과 협상했다. 그러나 연봉이나 비전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 엇갈렸다.

결국 이청용은 7월 말부터 다시 유럽 시장을 노크했다. 알려진대로 독일을 비롯해 터키,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여러 구단과 물밑 협상했다. 다만 유럽 리그 대체로 시즌 개막이 임박했거나 이미 돌입한 상황이어서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보훔과 연결된 건 9월 첫째주. 이청용의 에이전트사인 인스포코리아 윤기영 대표는 “독일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일부 에이전트에게 위임장을 줬다. 8월 말까지 연락을 기다리기로 했는데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보훔행이 진척된 건 손흥민의 독일인 에이전트인 티스 블리마이스터가 오작교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당시 벨기에에 머물면서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티스가 이청용 사정을 보고 직접 연락을 줬다. 이청용도 급하게 한국에서 독일행 비행기를 탔다”고 전했다. 이청용은 6일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했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런데 이청용이 보훔 입단을 확정했을 때 타 리그 일부 구단에서도 계약을 원하는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이상하게 6~7일 사이에 별다른 반응이 없던 구단이 연락오더라”며 “8월 말까지 자유계약(FA)선수 영입 관련해서 유럽 시장이 한창 정신이 없을 때다. (9월 첫째주면) 어느정도 정리가 된 시점이기에 즉시 전략감을 고르는 과정에서 이청용을 선택하는 구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보훔이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이청용을 데려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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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처 | 보훔 홈페이지

어쨌든 어렵게 유럽 잔류 목표를 이룬 이청용은 국내에서 꾸준하게 몸을 만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7일 첫 훈련에 합류한 그는 자체 연습 경기에서 예리한 패스와 크로스로 2개 도움을 올리면서 두트 감독에게 신뢰를 줬다. 현지에서 훈련을 본 이청용 측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 중 정확한 패스가 나올 때마다 지켜보던 팬들이 “와~”하며 함성을 보냈다고 한다. 두트 감독은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청용은 볼과 공간 감각이 좋은 선수”라며 “좌우 측면이든 중앙이든 편하게 뛸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청용은 현재 보훔 시내 호텔에서 지내고 있다. 윤 대표 등 인스포코리아 관계자가 뒤셀도르프 등 인근 지역 아파트 등을 물색하면서 이청용의 거주지를 알아보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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