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망갈 때도 튜브 들고 갔다니까요. 독한 놈이에요 독한 놈.”
‘너클볼러’ 채병용(32·SK)이 ‘돌부처’ 오승환(32·한신)과 얽힌 고교시절 일화를 공개해 배꼽을 잡게 했다. 신일고를 졸업하고 2001년 SK에 입단한 채병용과 경기고-단국대를 거쳐 2005년 삼성에 입단한 오승환은 언뜻 동갑내기라는 것 외에는 접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둘은 한서고 입학동기로, 2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 중 하나였다.
30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채병용은 “(오)승환이는 훈련이 하기 싫어 도망갔을 때에도 튜브을 갖고 나왔다. 그 때부터 훈련량이 어마어마했다”고 말했다. 고교 1학년이던 어느날, 혈기왕성한 사춘기 시절 학생 선수들이 학교를 탈출하기로 작당(?)했다. 학생들이라 가진 돈이 얼마 없어 전재산을 탈탈 털어 서울 근교로 도망간 것. 여관을 잡을 수도 없는 형편이라 산에서 쪽잠을 자며 생활했는데, 다른 선수들이 모두 잘 때에도 오승환 혼자 나무에 튜브를 묶어 놓고 근력강화 훈련을 하더라는 것. 채병용은 “정말 독한 놈이었다. 그 상황에 운동할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되지 않느냐”며 웃었다.
|
그렇게 많은 훈련을 했으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한 후에도 150㎞가 훌쩍 넘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채병용 역시 수술과 재활로 힘겨운 나날을 보냈지만, 메이저리거를 방불케하는 악력을 바탕으로 너클볼로 올시즌 재기에 청신호를 켰다. 그나저나, 도망나온 학생들은 어떻게 다시 학교로 돌아가 프로야구 선수로 성장했을까. 돈이 떨어져 자발적으로 들어갔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채병용의 대답을 들어보자.
“함께 도망나온 친구 중에 아버지가 변호사이신 분이 계셨다. 우리가 학교를 탈출하자 곧바로 지명수배를 내렸고, 낮에 배가 고파 밥 먹으러 (산에서)내려갔다가 순찰 중인 경찰에 붙들렸다. 학교로 돌아가서? 신나게 맞았다.”
광주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