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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길은 고역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보면 여행의 기회다. 지역의 맛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하다. 사진은 대구 막창.

[스포츠서울 이우석 여행전문기자] “아… 뭐 먹지?” 동시에 가장 많은 국민이 이동하는 ‘한민족의 대이동(다문화 가정 포함)’ 한가위 귀성·귀경길. 장시간 운전이나 탑승에 힘들고 피곤하겠지만 어쨌든 여행의 기회가 생긴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더 낫다. 때는 가을이라 고향이 있는 전국 각지와 길가에는 다양한 음식이 난다. 그래서 ‘풍요로운 추석’이라잖나.제 아무리 한가위 밥상이 기름지고 맛있어도 한 두끼 먹고나면 질린다. 그 맛있던 송편은 삶은 지우개 같고, 빈대떡은 마분지 맛을 낸다. 이때는 맛난 지역 음식으로 씻김굿을 하면 된다.귀성길 놓치고 오면 두고두고 섭섭할 지역 특산 먹거리를 소개한다. 괜히 이래저래 바쁘다고 맛난 먹거리를 뒷통수에만 두고 오면 그날 자다 ‘이불킥’이나 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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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구포국시
●서울~부산 간 고속도로=

가장 많은 귀성행렬이 이어지는 도로다. 함경 전남 경남 일본 등 다양한 음식문화가 섞인 부산에 가면 걱정이 없다. 먹거리 천지다.

한국 전쟁 이후 구호품 밀가루 포대가 들어온 부산은 국수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지역이다. 타 지역 ‘국수’가 ‘멸치’육수에 ‘밀가루’ 면을 ‘넣고 끓인’다면 부산 ‘국시’는 ‘메루치’ 육수에 ‘밀까리’ 국시를 ‘옅고 끼리는’게 큰(?) 차이점이다.

구포시장엔 구포국시가 있다. 굵은 중면에 쫄깃한 식감, 시원한 국물의 구포 국시 한 그릇이면 맛살 따위 산적이 혀 위에 칠한 기름을 당장 지울 수 있다.

대대로 구포국시 전통을 이어온 식당 ‘이원화 구포국시’가 있다. 주문 즉시 바로 국시를 삶아 찬물에 헹군 다음 뜨끈한 육수에 말아준다. 한 그릇에 귀성길 피로마저 말끔히 사라진다. 마른 국수를 사가면 서울까지 추억을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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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룡 물만두.

중국집이 유명한 곳도 부산이다. 구포역 앞 만둣집 금룡은 다른 요리 없이 물만두 군만두 찐만두 만둣국백반에 오향장육 만을 파는 전형적 만둣집이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이랑 친한 서장이 산다는 남천동에는 일본 나고야 식 장어덮밥 히츠마부시 집 고옥(古屋)이 있다. 상호에서 알 수 있듯 나고야(名古屋) 풍이다. 현지식으로 제대로 재현했다. 바삭하게 구워 잘게 썰어올린 장어와 밥을 먼저 사발에 덜어먹고 나중에 찻물을 부어 오차즈케로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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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 길수사 참치회

참치회와 초밥을 빼놓기엔 섭섭하다. 서면 부산롯데호텔 옆 ‘길(吉)스시’에선 깜짝 놀랄 정도의 참치회(도로)를 맛볼 수 있다. 칼로 매끈하게 자른게 아니라 뜯어놓은 것 같은 참치회는 인쇄한 듯한 마블링이 빼곡하다. 꼭 잘익은 수박 같은 회를 집어 입에 넣으면 짙은 풍미만 남기고 바로 녹아 없어진다.

마천루 가득한 해운대를 간다면 멋을 부릴 필요도 있다. 웨스틴조선호텔 부산 아이리시 펍 오킴스에선 ‘해운대 시걸’을 맛볼 수 있다. 해운대 바다색을 빼닮은 시그니처 칵테일이다. 앱솔루트 보드카를 베이스로 코앵트로, 레몬시럽, 크림을 곁들였다. 새콤 달콤한 맛이 난다. 20년 된 ‘해운대 커피’도 있다.

고속도로 중간에는 대구가 있다. 뭉티기(생고기)가 맛있지만 명절 연휴라 영업을 안할 확률이 높다. 대신 특유의 매콤한 음식이 느끼함을 씻어내기에 좋은 도시다.

대구하면 육개장이다. 달성공원 사거리 인근 옛집식당은 정갈하면서도 근사한 육개장을 판다. 상호처럼 단아한 고가 기왓집 방에 들어 앉아 맛본다. 자개농을 벗삼아 벌건 뚝배기를 기다리노라면 초연해질 정도다.

질그릇에 담은 육개장 한 사발. 양지가 아닌 사태를 써서 고기가 부드럽다. 붉지만 맵지않은 국물 그리고 국물에 녹아 시원함과 단맛을 더하는 대파 등 김을 모락모락 내며 목으로 흘러들어가는 육개장 국물에 여행의 고단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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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신천할매떡볶이.

‘매운 나라’답게 떡볶이도 다양하다. 달고(달성고) 떡볶이와 신천할매떡볶이도 있고 늘 긴 줄을 세우는 중앙로 떡볶이도 유명하다. 중앙로 떡볶이는 가끔 퀵서비스 아저씨가 줄을 섰다가 원하는 곳으로 배달해 줄 만큼 인기가 높다. 떡은 가래떡 크기 쌀떡으로 말랑말랑한 식감이 일품이다. 먹어보니 그리 맵지않은데 대부분 쿨피스나 웰치스를 함께 주문하는 것은 낯선 풍경이다. 손님들이 “이천,천,천” 외치는 신천 할매떡볶이는 전국 떡볶이 순례객들의 성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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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옛집식당 육개장.

대구 음식의 대표선수 막창은 어딜가나 먹을 수 있다. 핫플레이스 ‘봉리단길’ 대봉동에도 있다. 단지(항아리)에 넣어 초벌한 ‘단지막창’이란 곳이 맛있다. 튜브 모양으로 잘라서 구운 다음 막창장에 듬뿍 찍어 먹으면 된다. 끝도 없이 술을 부르는 못된 음식이다.

대구 바로 아래 청도군은 추어탕이 유명한 곳이다. 전형적인 농촌 문화의 산물로인 추어탕. 청도역 앞에 줄줄이 있다. 이미 반백년 전에 형성된 추어탕 거리에선 미꾸라지보다는 피래미 등 잡어를 넣고 끓여낸 청도식 추어탕을 맛볼 수 있다. 청강배추 얼갈이 우거지 등을 푸짐하게 곁들여 시원하게 끓여낸다. 제피를 듬뿍 넣어 얼얼하고 시원하다. 1963년 청도역 인근에 김말두 할머니의 ‘의성식당’이 최초로 생겨났고 지금은 십여 곳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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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간장게장.

●서해안고속도로=

서울에서 목포까지 이어지는 서해안고속도로는 바다를 끼고 달리는 구간이 많아 풍경이 좋다. 하지만 정작 관심을 둬야할 것은 바로 그 바다 안에 있는 먹을 것들이다. 이른바 ‘먹방도로’다.

먼저 충남 태안. ‘게장의 고향’이다. 서산 꽃게로 이름났지만 사실 예전에 태안군이 서산군에 있어서 그렇다. 명절내 쌓인 기름내를 단번에 지울 수 있는 것이 꽉찬 게살이다. 태안 읍내 ‘바다꽃게장’은 오월에 잡아 얼려놓은 알배기 꽃게로 담근 게장과 꽃게찜으로 유명하다. 여러가지 해산물 찬과 함께 꽃게를 두당 한 마리씩 내준다. 달착지근 고소한 맛의 꽃게 게장을 맛볼 수 있다. 죄다 알배기 오월꽃게라 ‘게먹고 알먹고’ 할 수 있다. 시원한 바지락 탕국이 과식을 돕는다.

몽산포 몽대횟집은 원래부터 주꾸미샤부샤부의 명가로 소문난 집이다. 봄보다는 가을철에 더욱 부드러운 주꾸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주꾸미를 데쳐먹고 국물에 칼국수를 말아준다. 주꾸미 대가리를 터뜨린 먹물 라면도 특별한 풍미를 낸다. 국물에 주꾸미 감칠 맛이 배들어 밥을 넣고 죽을 쒀먹으면 그맛이 좋다.

보령 대천 수정식당은 밴댕이조림으로 입소문난 집이다. 칼칼한 양념에 푹 익혀나오는 빈뎅이(밴댕이)는 부들부들하고 살짜기 단맛까지 감돈다. 이집 사장은 젓가락으로 머리를 집고 몇번 손을 놀리면 뼈가 모두 발라져서 살만 남는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유했다. 밥 한술과 밴댕이를 양념째 퍼서 상추 위에 올리고 마늘장아찌를 하나 얹은 다음 싸먹는 맛이 최고다.

성주면 황해원은 오징어와 돼지고기를 넣은 짬뽕으로 유명한 곳이다. 직접 제면기로 그때그때 면을 뽑아내니 존득하고 매끈한 면발이 좋다. 돼지고기를 볶아 넣은 걸죽하고 풍미가 좋은 짬뽕국물 맛도 일품이다. 점심까지만 문을 연다.

끝도 없는 맛의 화이트 카펫
영광 한정식(굴비백반).

추석이니 영광을 빼놓을 수는 없다. 어쨌든 굴비는 보름달만큼 추석을 상징하는 아이코닉한 존재다. 법성포항에 즐비한 1만5000~2만원대 굴비백반집을 이용해도 만족하지만 밥상에 그득한 여러가지 반찬을 즐기려면 한정식집이 낫다. 층층이 쌓아올린 반찬과 함께 술한잔 즐기다 밥먹을 때면, 미식축구 공수교대 하듯이 새로운 밥반찬으로 바뀐다.

영광 민물장어는 불갑사 입구 장어정이 잘한다. 베짜는 모시를 반죽에 찧어 넣고 주먹만한 크기로 빚어 찐 일명 ‘머슴떡’ 모싯잎송편은 영광의 60여곳의 떡집에서 구입할 수 있다. 만나떡집은 직접 모시밭을 일궈 재료로 쓴다. 청보리 사료를 먹여기른 청보리 한우는 영광읍내 축협에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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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흑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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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영명국밥.

●호남고속도로

=맛고장 호남을 관통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광주에는 충장로 지역과 상무지구에 맛있는 집이 몰렸다. 송정 매일시장 영명국밥은 대장에 선지 등을 채워넣은 암뽕순대를 넣어 끓여낸 순대국밥이 맛있는 곳이다. 고소한 것은 물론이며 콩나물을 넣어 시원하기까지 하다. 특별히 양념을 더 넣지 않아도 입에 딱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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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상추튀김.

상추튀김도 있다. 상추를 튀기는게 아니라 튀김을 상추에 싸먹는 것이다. 은성김밥. 주문하면 오징어튀김을 가위로 잘라 상추와 함께 낸다. 잡채 몇가닥과 오징어 튀김 쌈장을 올리고 싸먹는다. 그저 상추 한장을 곁들였을 뿐인데 꽤 격식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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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해신 도미회 유비키.

호남의 좋은 식재료가 몰리는 광주는 내륙이지만 생선회를 맛있게 하는 집도 많다. 생선회 활어직판장 해신은 도미에 끓는 물을 부어 껍질만 살짝 익혀낸 다음 회를 떠주는 ‘유비키(湯引)’ 생선회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맛본 도미회는 존득한 껍질과 차진 살맛이 일품이다. 곁들인 찬도 훌륭하다. 남도의 손맛이 깃든 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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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화신모밀.

충장로 인근 화신모밀. 간판으로만 50년된 집이다. 모밀국수를 차갑게 먹는 것 뿐 아니다. 따뜻한 국물에 만 모밀국수 마른모밀 모밀자장 모밀유부 모밀냄비까지 다양한 메뉴가 있다. 시원한 멸치 육수에 모밀국수 국물을 주욱 들이키니 해장이 절로 된다. 면발도 훌훌 마시기 좋아 부담없다.

해남식당은 조개육수 해장국이 아주 맛있기로 소문난 집이다. 꽃게가 들어간 뽀얀 조개국물에 밥을 말아먹는다. 국물은 하얗지만 매콤한 맛도 난다.

한장 씩 앉아 계란 옷을 입혀 지져주는 육전과 얼큰한 오리탕도 빼놓을 수 없는 광주 대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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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다슬기수제비.

산월IC에서 나와 광주 동남쪽으로 향하면 바로 화순이다. 물맑은 화순은 다슬기로 유명하다. 원래 하던 집에서 입소문이나 길가에 커다란 건물을 올린 사평다슬기수제비는 투실투실한 다슬기를 잔뜩 넣고 끓여낸 수제비로 유명하다. 간(肝) 그 자체라는 올갱이는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라 마니아 층이 많다. 다슬기를 한가득 넣고 매끈한 수제비를 끓여낸다. 다슬기 살을 한웅큼 올린 비빔밥과 고르곤졸라 피자를 연상시킬 만큼 얇은 다슬기 전도 꼭 먹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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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흑염소.

화순은 흑염소 맛집도 많다. 귀농 농가에서 차린 하늘농원은 직접 키운 흑염소를 잡아 부추를 잔쯕 올린 수육찜으로 내는 집이다. 내륙인데 특이하다.우럭매운탕도 잘한다. 흑염소를 꺼리는 이들을 위해 따로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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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순심원 짜장.

●순천~완주 간 고속도로=

전주나 순천, 여수 쪽이 고향이면 이 도로를 많이 탄다. 광양에선 광양불고기와 닭불고기를, 여수에선 요맘때부터 나오는 삼치회를 맛보면 좋다.

여수 남경전복에선 전복으로 차린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활전복회에서부터 찜과 구이, 죽까지 코스로 차려낸다. 요즘은 삼치회도 차려낸다.

여수 순심원은 철판해물짜장면으로 유명하다. 주문하면 팔팔 김을 내며 끓는 짜장면이 무쇠철냄비에 담겨 나온다. 불향 가득하고 고소한 짜장은 물론 바닥에 눌러붙은 자장면 누룽지도 일품이다. 여수라 그런지 자장면이건 짬뽕이건 갓김치까지 곁들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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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불고기.

광양불고기를 빼놓을 수 없다. 서천변에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은 집들이 많다. 미리 재워놓지 않고 즉석에서 양념해 구리 석쇠에 올려 참나무숯불에 구워먹는 광양불고기는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맛이다. 불고기를 먹고난 후 양은냄비에 끓여먹는 된장도 근사하다. 시내식당, 대중식당, 삼대광양불고기 등이 있다. 읍사무소 뒷편 금목서회관은 정갈한 남도 한정식처럼 한상 가득 차려나오는 반찬이며 다양한 메뉴가 좋은 곳. 특히 이집 등심과 생고기는 맛이 좋기로 소문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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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닭불고기

광양읍내에 ‘옛날국밥’이 있다. 돼지 머릿고기와 콩나물을 넣고 달달 끓여 차린다. 국물은 진하고 든든하지만 의외로 단백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건더기도 푸짐해 그야말로 국밥 한그릇에 모든 것을 채울 수 있다. 머리국밥 6000원.

백운산 인근 지곡산장은 광양식 닭숯불구이를 잘하는 집이다. 평일 휴일 할 것없이 많은 이들이 찾는다. 양념에 슬쩍 재운 큼지막한 토종닭을 석쇠에 구워먹는다. 싱싱하고 간간한 양념을 품은 토종닭은 특유의 졸깃한 식감에다 숯불향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낸다. 근위(모래집)와 껍질, 간 등도 별미다. 백운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있다.

순천엔 동외동 ‘웃장’(순천에는 아랫장과 웃장이 있다)에 국밥골목이 유명하다. 골목 자체가 전국 음식테마거리에 선정됐다. 약 스무 곳 정도의 국밥집이 영업한다. 가장 유명한 곳은 괴목식당. 밖에는 여러 개의 솥을 걸어놓고 장사한다. 여닫이 문 안에는 열개도 채 안되는 테이블을 가득 메운다. 옛날 시장골목 식당 분위기에 크게 다르지 않다. 맛은 좀 다르다. 시원한 국물에 식은 밥을 토렴해서 내는 전통 국밥이다. 분명 돼지머리 국밥인데 채소만 넣고 끓인 듯 시원한 국물이 속을 풀어준다. 기름을 모두 걷어내고 콩나물을 듬뿍 넣었다. 녹아든 고기국물의 고소한 풍미도 느껴진다. 후한 인심까지 가득하다. 국밥 2개를 주문하면 수육과 순대를 내준다. 이른바 ‘국밥 두 그릇에 수육 한 접시’가 따라온다. ‘배보다 배꼽’이다.

올라올 때는 임실에 들르면 좋다. 임실하면 치즈. 당연히 치즈를 맛봐야 한다. 체험식당과 치즈테마파크에서 맛볼 수 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치즈마을’에는 치즈아이스크림 요쿠르트 피자 돈가스 등 다양한 치즈 음식이 있다. 숙성, 비숙성 치즈를 사올 수도 있다.

운암면 섬진강 오리명가는 오리백숙과 훈제오리고기를 주메뉴로 내는 집이다. 맛좋고 건강에도 좋은 오리를 다양한 요리로 밑반찬도 맛있고 마지막으로 해먹는 죽도 근사하다. 맛도 영양도 한가득이라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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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고마나루 돌쌈밥.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

도로 중간 쯤에 떠억 박힌 충남 공주시는 먹거리가 많은 곳이지만 그중에서도 칼국수가 추석상 입씻이에 제격이다.

전통적으로 고교 유학생이 많은 공주 칼국수는 푸짐하고 시원하기로 소문났다. 전국 칼국수집의 메이저리그가 펼쳐진다. ‘공주식’ 칼국수는 붉은 국물과 뽀얀 국물 등 모두 있다. 그릇에 담아서도 내고 전골식으로도 먹는다. 공주 시내 유가네칼국수는 복어에 바지락 등 갖은 해물로 낸 육수 그리고 쫄깃한 면발을 자랑한다. 식때에 시간을 맞추면 이미 기나 긴 줄을 드리운다. 신관동 용궁칼국수 샤브샤브는 국수전골식으로 보글보글 끓여 먹는 집이다. 갖은 해산물과 애호박 등 채소를 많이 넣어 샤부샤부처럼 맛볼 수 있다. 육질이 존득한 수육도 맛이 좋아 대부분 테이블에서 곁들여 먹는 광경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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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칼국수.

공주하면 돌쌈밥도 유명하다. 돌을 먹는게 아니고 돌판에 구워 먹는다. 공산성 앞 고마나루돌쌈밥은 유명 맛집이다. 건강에 좋은 쌈채소를 한가득 곁들이니 그야말로 웰빙식단이다. 맛좋고 푸짐한 밥상을 차려낸다. 주물럭꽃쌈밥은 매콤하게 양념한 돼지주물럭 불고기를 돌판에 구워 다양한 산채와 채소에 싸서 먹는다. 돌솥에 갓 지어낸 밥도 좋고 생선과 장아찌 젓갈 등 한상 가득 차려나온 반찬도 어느 하나 젓가락이 가지 않는 것이 없다.

도로 종점인 논산 강경에 가면 100년 넘은 식당이 있다. 강경나루터에서 주막집으로 출발한 황산옥이다. 이 집은 회유산란기인 봄철에 황복을 얼려놨다 연중 내는 생황복탕이 압권이다.

황산옥 생황복탕은 ‘천하제일미(소동파)’란 별칭이 과연 명불허전 임을 그대로 증명했다.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 속 황복의 두툼한 살 한점을 입속에 넣는 순간, 식사는 이미 끝난다. 촉촉한 흰 살, 진한 맛의 검은 살을 젓가락을 뚝뚝 떼서 입에 넣자면 그냥 쑥 빨려든다. 그 시원한 국물에 밥을 말면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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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숯불닭갈비.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

가평이 초입, 춘천·홍천이 중간이다. 닭갈비와 막국수를 빼놓을 수 없다. 명동과 퇴계동 등에 닭갈비 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가평 명소 용추계곡에선 민물매운탕이 맛있다. 뜨거운 매운탕과 토종닭백숙은 가을맞은 몸에 힐링을 준다.

평상에 앉으면 바로 탁족을 할 수 있는 ‘용추계곡뜰’은 백숙으로 유명한 집. 참마주를 넣고 칼칼한 양념에 끓이는 잡어매운탕 역시 명절음식에 지친 입맛을 확 끌어올린다. 김치며 부각, 고추소박이 등 직접 만든 반찬도 어느 하나 젓가락이 쉬지 못할 정도로 맛좋다. 닭을 직접 키우기 때문에 유정란도 판매한다.

메밀막국수 같은 것이 땡긴다. 도로 종점 양양의 범부리에는 구수한 메밀향 가득 담긴 막국수집이 있다. 범부메밀국수는 논밭 한가로운 외진 곳에 있지만 많은 이들이 어찌 알고들 와서 찾는 집이다. 면발이며 육수 모두가 좋다. 메밀함량이 높은 굵은 면발의 비빔막국수에는 해바라기씨 등 견과류가 들어가 한층 고소하다. 김가루도 맛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고소하고 싱그러운 향을 낸다. 물 막국수도 좋지만 비빔 막국수를 먹다가 육수를 부어 먹으면 둘 다 맛을 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함께 곁들이는 수육도 일반 여타 막국수집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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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횟집

●7번국도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까지 잇는 도로다. 실향민들이 한가위를 쇠는 통일전망대도 있다. 최북단 고성 대진항에는 금강산 횟집이 있다. 자연산 활어회와 갖은 해산물 반찬을 한상 그득 올려내는 집이다. 육질이 차지고 씹을수록 고소한 광어 회와 우럭대가리를 넣고 끓여낸 매운탕이 맛있다. 삼숙이(삼세기) 메레미(방어 새끼) 쥐치 등 다양한 어종이 있어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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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송이와 소고기.

중간 울진에 햇송이(松茸)가 난다. 울진군은 가을 송이의 보고다. 키가 죽죽 뻗어 위엄까지 서린 금강소나무와 바닷바람 실컷 맞고 이리저리 구부러진 해송 솔숲에서 난 보물이다. 울진군 천년한우식육식당은 신선한 한우 쇠고기를 송이와 함께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구해도 주지만 시장에서 사서 가도 된다.

좀더 내려오면 후포다. 상주~영덕간 고속도로를 타도 된다. 후포여객선터미널 앞 왕돌회수산은 신선한 생선회와 우럭맑은탕(지리)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광어와 우럭은 물론이며 각종 가자미 종류까지 제대로 된 동해 해산물을 만끽하며 ‘명절 혀씻김’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맛도 좋고 경치도 좋은 길이다.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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