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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어수선한 팀 분위기 속에서도 전설을 향해 굵직한 발자국을 찍었다. KT 고졸신인 강백호(19)가 다시 한 번 대기록을 달성하며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강백호는 3일 잠실 LG전에 1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5회초 침묵했던 타선을 깨웠다. 세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투수 김영준에 맞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김영준의 142㎞ 직구를 정확히 받아쳐 비거리 130m짜리 대형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KT는 6회초 박경수와 윤석민의 적시타를 앞세워 LG에 4-3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탈꼴찌 희망을 밝힌 KT지만 팀내 분위기는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사령탑과 코치진 교체는 물론 프런트 전체가 바뀔 것이란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선수단 또한 매일처럼 들려오는 루머에 위축된 상태다. 창단 후 4연속시즌 최하위에 머문 것에 대한 냉정한 심판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KT 선수단은 정규시즌 최종전인 오는 13일 이후 일제히 휴식에 들어가며 3~4일 후 2019시즌을 책임질 수뇌부와 코칭스태프가 확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강백호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10경기서 타율 0.370 4홈런 10타점으로 시즌 막바지 오히려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144경기 마라톤에서 결승구간 스퍼트를 하고 있다. 일찌감치 1994년 LG 김재현이 수립한 고졸신인 최다 홈런을 넘어섰고 3일 LG전에선 27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강백호는 신인 좌타자 최다 홈런 타이가 됐다. 1991년 쌍방울 신인 김기태의 27홈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앞으로 남은 6경기서 홈런 3개를 더하면 1996년 현대 박재홍의 신인 최다홈런과 타이를 이룬다. 그런데 김기태와 박재홍 모두 대졸신인이었다. 강백호는 4살이나 어리다. KBO리그 역사상 가장 장타력이 뛰어난 10대 타자로 자리매김한 강백호다.
비록 4년째 악몽에 시달리는 KT지만 강백호가 밝은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 올시즌 첫 경기부터 홈런을 쏘아올린 그는 매 경기 진화하고 있다. 처음으로 소화하는 좌익수 수비도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면서 자세가 잡혔다. 강하게만 했던 송구도 이제는 상황을 파악해 정확하게 던진다. 수차례 고비도 맞았지만 강철 같은 정신력으로 슬럼프를 극복하고 자기 자리를 찾았다.
강백호는 이날 경기를 마친 후 “기록을 세운 것보다 팀이 승리해 기분이 좋다. 홈런보다 출루에 더 신경쓰고 있는데 운 좋게 공이 스윙에 걸려 홈런이 나왔다”고 홈런 순간을 돌아봤다. 이어 그는 “경기에 임할 때 차분하게 이타적인 팀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한다.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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