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축구 국가대표로 A매치 5경기를 뛰었던 장학영이 승부조작 혐의에 따라 구속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김진형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마케팅 팀장은 14일 ”장학영이 지난 달 말 구속된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그의 포섭 대상 선수인 아산 수비수 이한샘이 승부조작 요구를 뿌리친 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부정방지교육 매뉴얼에 따라 즉시 신고하는 등 대처를 잘 하면서 장학영이 현장에서 체포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장학영은 2부리그 부산-아산 경기 전날인 지난 달 21일 오후 10시 아산 숙소인 부산의 코모도호텔에 방을 잡은 뒤 이한샘을 만나 현금 5000만원을 건네고 승부조작을 제안했다. 장학영은 이한샘에게 “경기 시작 25~30분 안에 반칙해서 퇴장하라”를 주문을 했다. 그러나 이한샘은 이를 거절한 다음, 아산 구단에 즉각 보고했다. 아산은 24시간 가동되는 연맹 핫라인에 신고했으며, 아울러 부산중부경찰서에도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사건이 일어난지 불과 3시간 뒤인 22일 오전 1시 장학영을 긴급 체포할 수 있었다. 경찰은 승부조작 제안이 있었던 호텔 CCTV에서 장씨 일행으로 보이는 다른 브로커가 5000만원을 받아 밖으로 나서는 장면을 확보, 공범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공범으로 지목된 인물들은 모두 해외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합법적으로 인정된 스포츠토토에서 선수들의 퇴장 유·무를 갖고 베팅하는 게임은 없다. 이에 따라 연맹과 경찰은 장학영이 해외에 본거지를 둔 불법 도박 조직과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도박의 경우, 축구 경기 도중 특정 선수의 경고나 퇴장, 득점 등을 놓고 게임을 진행한다. 야구 종목의 경우엔 스트라이크나 볼 판정으로도 큰 돈이 오간다.
장학영은 지난 2004년 성남FC 전신인 일화에 입단, ‘연습생 신화’를 쓴 측면 수비수다. 지난시즌까지 뛰고 은퇴했다. 2006년 국가대표로 뽑혀 A매치에 5번 뛰기도 했다. 성실해서 한국나이 37살인 지난해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갔고, 축구계 평도 좋았다. 은퇴 1년도 되지 않아 승부조작 세계의 브로커로 둔갑해 충격을 주고 있다. 장학영의 승부조작 연루는 안타깝지만 이한샘의 대처는 100번 칭찬받아 마땅하다. K리그는 지난 2011년 승부조작 강풍이 불면서 리그 존폐 위기까지 몰린 적이 있다. 김진형 팀장은 “연맹은 매년 20~30회씩 부정방지 관련 문자를 K리그 모든 선수에게 발송하고 있으며, 4회 정기 교육도 한다”며 “이한샘과 아산이 매뉴얼을 모범적으로 잘 지킨 것은 고무적이다. 부정방지교육의 효과가 드러난 사건이다. 이한샘의 즉시 신고가 없었다면 경찰이 장학영마저도 현장 체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연맹은 이 사건을 축구계에 즉시 알리고자 했으나 경찰 측이 “승부조작 배후를 잡기 위해선 조용히 수사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펼치자 이를 존중, 그 동안 꼭꼭 숨겨왔다. 이한샘은 지난 2012년 광주에 입단했으며 1~2부 등에서 K리그 160경기를 뛴 센터백이다. 지난 8월 전북과 FA컵 16강에서 두 골을 넣고 국내 ‘1강’을 무너트려 화제가 됐다.
다만 장학영이 브로커 역할을 한 만큼, 이한샘 외 다른 현역 선수에게도 승부조작을 제안했을 가능성 등은 남아 있다.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silva@sportsseoul.com
기사추천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