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빈즈엉 U-13
베트남 빈즈엉 U-13 선수들이 지난 21일 빈즈엉 고다우 스타디움 보조구장에서 열린 수원 유나이티드와 한국-베트남 유소년 축구 교류전 전반전을 마친 뒤 감독 지시를 듣고 있다. 빈즈엉 | 김용일기자

[빈즈엉·호치민=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박항서 감독께서 부임한 뒤 베트남 축구는 60분 이후가 강해졌다. 그것을 모든 지도자가 주시하고 있다.”

지난 21일 베트남 빈즈엉 고다우 스타디움에서 만난 방 니앙 빈즈엉 U-13 유스팀 감독은 ‘박항서호’가 베트남 축구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항서 감독 부임 이후 베트남 축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1월)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8월) 등 단기간에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베트남이 동남아 팀의 한계를 부수고 아시아 신흥강호로 발돋움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요인은 피지컬 강화에 있다. ‘박항서 사단’의 조력자인 배명호 피지컬 코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더운 날씨 때문에) 루즈한 훈련에 익숙하다. (프로 팀에서) 훈련을 하루 3시간 가까이 하지만 중간에 많이 쉬는 문화다. 동남아 자체가 설렁설렁 일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그 때문에 극한의 체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구조였다. 후반 막바지 체력이 급격하게 약해지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동남아 선수들은 개인 기술이나 스피드는 괜찮은 편이지만 이러한 피지컬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배 코치는 “웨이트트레이닝 자체를 하지 않아서 더 약하다. 처음에 선수들을 봤을 때 팔 힘이 무척 약하더라”며 “U-23 선수들이 역기를 드는 것을 보면 한국 중학생 수준이었다”고 떠올렸다.

‘박항서호’가 들어선 뒤 훈련 프로그램에서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을 줄이면서 집중력은 고도로 높인 것이었다. 그리고 훈련 프로그램을 선수 상체 근육 강화 위주로 짰다고 한다. 당시 훈련을 지켜보던 V리그 1군 팀 및 유스 지도자들은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다고 한다. 당장 큰 대회를 앞두고 근육을 강화하는 훈련법에 반신반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결실을 맺었다. 니앙 감독은 “잔디밭에 매트를 두고 크로스핏을 하는 것을 두고 지도자 뿐만 아니라 베트남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다”며 “실제 쯔엉이나 주력 선수들이 한 달이 지나면서 크로스핏, 서킷 훈련 등이 실전에서 효과를 발휘했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한 운동전문가는 “박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시절 인터벌 유산소 운동을 통한 체력 및 상하체 밸런스를 단기간에 잡은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고정된 자세에서 근육을 사용하는 것과 움직이면서 사용하는 건 다르다. 베트남 선수들이 이런 점에 굉장히 약했는데 이 훈련으로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웨이트, 피지컬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축구 유산소 훈련을 접목하는 형태로 보면 된다. 움직일 때 디테일한 근육 사용 능력을 키우다보니 막판 집중력과 힘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빈즈엉 유스팀 감독
방 니앙 빈즈엉 U-13 유스팀 감독이 지난 21일 베트남 빈즈엉 고다우 스타디움 보조구장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나 A대표팀 ‘박항서호’ 신드롬에 따른 현상을 말하고 있다. 호치민 | 김용일기자

호치민에서 만난 쭝 낭 다낭 U-13 감독은 “결국 동남아 축구가 세계 속에서 경쟁하려면 이젠 피지컬을 강화해야 한다”며 “베트남에서는 박항서 뿐 아니라 호앙지안 라이를 이끄는 정해성 등 좋은 지도자가 이러한 부분에서 좋은 영향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월드컵 독일전 2-0 승리도 많은 베트남 국민이 봤는데 지구력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더라”며 “V리그 유스 팀도 시행착오를 겪곤 있으나 성인대표팀 훈련법을 참고하고 있다. 피지컬과 관련해서는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고 상체 근력 운동 시간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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