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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한국 체육계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는 아마도 원칙을 상실한 온정주의(溫情主義)일 게다. 체육계에 만연한 온정주의의 질긴 사슬은 쉬 잘라지지는 않겠지만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할 문재인 정권에선 달라져야 마땅하다. 정의라는 시대정신에 비춰볼 때 체육계에서 물의를 일으켜 사법당국의 처벌까지 받은 사람이라면 이제 더 이상 설 땅이 없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소신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26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체육인대회’는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마저 들게 한 행사였다는 게 뜻있는 체육인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이 행사를 주관한 ‘함께 하는 스포츠선진화포럼’의 상임대표는 그 이력을 꺼내기조차 부끄러운 인사였기 때문이다. 대한택견회 회장 출신인 그는 무려 8억여 원의 보조금을 횡령해 지난 2015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파렴치한이다. 그는 부끄러움과는 담을 쌓은 듯 이날 단상에 올라 장광설의 환영사까지 맡았다. 촛불 혁명까지 거론한 그는 “이권개입, 입시비리, 폭력, 승부조작 등 체육계의 해묵은 병폐들이 모두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사라지기를 갈망했다”고 말해 체육인들의 빈축을 샀다.
체육계를 대표해 문재인 정권 출범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함께 하는 스포츠선진화포럼’은 그 상징성만큼 책임감도 느껴야 하는 단체다. 문재인 정권 출범이후 체육인들을 모두 불러 체육의 비전과 정책을 점검하는 자리에는 누가 봐도 도덕적이고 존경받는 인사가 나와야 마땅하다. 적어도 부정과 비리로 체육계에서 퇴출된 인사가 뻔뻔스럽게 환영사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벌어지지 말았어야 했다. 행사 팸플릿에 8억여원을 횡령한 범죄자와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장관의 얼굴과 축사가 나란히 게재돼 있는 건 격에 맞지 않는 불편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뒤늦게 이 사실을 보고받은 노태강 문체부 제 2차관은 “이런 사람에게 환영사를 맡기는 대한체육회는 도대체 뭐 하는 조직이냐”며 역정을 내기도 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 대한체육회로부터 관리단체로 지정받은 대한택견회의 제3차 관리위원회(위원장 서정복)가 열렸다. 며칠 전 당당하게 환영사를 했던 문제의 그 사람에 대한 보조금 반환 소송이 심의안건으로 올라와 있는 현실은 서글프기 짝이 없었다. 한 인물에 대한 나흘의 간극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컸다.
정권 교체후 체육이 아직도 갈짓자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것은 현장성이 결여된 체육행정 탓이 크다. 체육은 휘발성이 크지만 폭발성 또한 만만치 않다. 복잡다단한 관계가 얽히고설킬 수밖에 없어 사안마다 다양하고도 입체적인 정보를 취합해 정교한 퍼즐을 맞춰야 하는 그런 분야다. 따라서 체육행정 담당자는 폭넓은 정보는 물론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 통찰력, 그리고 미래의 예측까지 정확히 내릴 수 있는 판단력도 갖춰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체육행정 담당자들은 전문성은 차치하고 책임의식도 부족하다. 폭넓은 정보를 취합하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인간관계를 통해 획득하는 편협한 정보로 체육현장을 이해할 뿐이다. 체육행정을 책임져야 할 주무부처인 문체부나 체육현장을 진두지휘해야할 체육회가 아직도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결정적 이유다. 특히 현장성의 가장 기본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수준 이하다. ‘2018 대한민국 체육인대회’를 주관한 ‘함께하는 스포츠선진화포럼’ 상임대표 문제가 바로 한국 체육행정의 현장성 결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우를 범해선 곤란하다. 체육 전문가라면 한국 체육의 지향점과 패러다임 변화 쯤은 이미 다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현장, 특히 어떤 사람이 옳고 그른지를 가려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이 터지고 난 뒤 “그 사람이 그런 줄 몰랐다”고 발뺌하는 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몰랐다는 건 가장 치사한 변명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함께 하는 스포츠선진화포럼’의 상임대표는 결코 함께 해서는 안되는 그런 사람이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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