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순길
LG 백순길 단장이 11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양상문 신임감독의 임기를 2017년까지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스포츠서울 DB


LG 백순길 단장은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달 23일 김기태 감독의 갑작스러운 자진사퇴 후 수많은 후폭풍을 혼자 견딘 백 단장은 “아쉽기도 하고, 선수단과 조계현 수석코치, 양상문 신임감독님께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담배 한개비를 꺼내 들었다. 20일이라는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갖은 억측과 루머로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한 한탄을 담배연기와 함께 뿜어냈다. 양상문 신임감독 선임을 발표한 11일 잠실구장에서 백 단장을 만났다.

-양상문 감독을 낙점한 배경은 무엇인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심사숙고했다. 내부적으로 회의도 하고, 외부 자문도 구했다. 흔들리는 선수단을 잘 추스릴 수 있는 경험많은 베테랑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양 감독은 인품이나 성격 등에서 모든 이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10일 만나서 요청을 드렸고, 수락을 받아냈다. 시즌 중이라 당장 모실 수 있는 후보군도 적었고, 팀 사정 등을 어느정도 알고 계신분이 맡아주길 바랐다.
-김성근 감독과 접촉설 등 수많은 루머가 있었다. 감독 선임에 2주 이상 걸린 이유는?
김 감독님과는 친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고양원더스를 창단할 때 힘도 많이 실어드렸고, 원더스에서 배출한 첫번째 두번째 프로선수도 LG 소속이다. 항간에 남상건 사장과 만났다는 소문도 돌았는데, 우리 사장님과는 일면식도 없을 것이다. 김 감독님 영입제안은 진짜 사실 무근이다. 김기태 감독이 그만두겠다는 말씀을 하신 뒤 일주일 동안 솔직히 나도 멘붕(멘탈붕괴) 상태였다.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설득도 해봤고, 그 이후에는 조계현 수석코치로 시즌을 마치는 쪽으로 방침을 굳혔다. 하지만 조 코치께서 심적 부담을 호소하시며 ‘11일까지 정리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하셔서 최근 3~4일 동안 집중적으로 새 감독 인선작업을 했다. 김 감독 사퇴 전과 후, 팀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밖에서는 오래 걸렸다고 볼 수 있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정말 정신없이 흘러간 20일이다.
-코칭스태프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복안은 있는지?
스태프 구성에 구단이 왈가왈부 할 수 없다. 양 감독님께서 알아서 잘 판단하시리라 믿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스태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셨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양 감독도 선수단 파악 등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많은 변화를 시도하기 어렵지 않으실까 싶다. 성품을 고려하면, 당장 코칭스태프를 물갈이하거나 하지는 않으실 것으로 생각한다.
-트레이드나 외국인선수 교체 등 전력보강 계획은?
11일 경기를 중계로 함께 지켜봤다. 넥센전 선발로 나선 코리 리오단이 난타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복이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라고 물었더니, ‘좋은 공도 갖고 있는 선수인 것 같다. 해설위원으로 볼 때에는 아쉽다 정도였는데, (구단)안에 들어가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체크하는 게 우선 아니겠습니까’라고 말씀하시더라. 어제 감독직을 수락했기 때문에 아직 전력보강에 대한 계획은 못짜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구단 입장에서는 지원하는 게 맞다.
-신임감독의 임기가 2017년까지다. 보장할 수 있나?
계약했으니 보장한다. 그때까지 내가 있을지는 모르겠다.(웃음)
-조계현 수석코치가 고생을 많이 했다. 향후 거취는?
우선 너무 죄송하다. 김기태 감독이 나갈 때 같이 나가겠다고 하신걸 겨우 붙들어 대행을 맡겼다.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하셨는데,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팀을 이끌어 주셨다. 조 수석코치의 거취여부는 양 감독이 결정하지 않겠는가.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빚을 진 기분이다.
잠실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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